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현서 Apr 28.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31)

- 마드리드에서 코르도바로 -

오늘은 마드리드 한 달 살기를 마무리하고 코르도바로 이동한다. 마드리드 도착한 날 비바람 쳐서 불편했는데 떠나는 날도 비가 내렸다 멈췄다 한다. 날씨가 이러면 캐리어 가지고 이동하기에 불편하지만 이사할 때 비 오면 운수 좋다는 말을 믿으면서 위로한다. 아토차 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해 볼까 하다가 비가 와서 우버 택시를 불러 이동한다.


 스페인 기차역은 매 번 느끼지만 여행객이 많아서인지 무질서한 느낌을 받는다. 앉아있을 의자도 부족해서 카페에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비용이다.



역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움직임도 빠르고 어수선함이 어지러울 정도이다. 젊었을 때는 그런 것도 느끼지 못했겠지만 이제는 몸과 마음의 둔함이 있어 따라가기가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오랫동안 해외생활의 경험과 소통능력으로 어려움 없이 잘 대처하고 있다. 다만 그렇다는 것이다.


 아토차 역의 화장실은 매우 불편하다. 기본적으로 기차역을 단순하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개방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유료인데 사용료가 1유로이다. 소변보는데 1,500원을 내야 한다니... 나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 노인 여행객들이 오~ 하고 놀라며 킥킥거린다. 다만 짐 검사 후에 체크인하고 승객 대합실에 들어가면 개방화장실이 있다.



 짐 검사도 불편하다.



 코르도바 가는 기차는 아베(AVE) 고속철이다. 1시간 45분 걸린다. 자리에 착석하기 전에 주변 좌석 승객 구성을 보니 모두 스페인의 중년과 노년의 여성들이다. 슬며시 격정이 된다. 걱정은 현실이 된다. 뒷자리 여성은 정말 1시간 가깝게 큰 소리로 전화한 뒤 코르도바에 도착할 때까지 큰소리 수다를 멈추지 않고 대각선의 중 노년 여성 네 분은 햄과 치즈, 식빵, 피클 등을 펼쳐놓더니 점심상을 차려서 큰소리로 말하며 즐겁게 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코르도바 도착할 때까지 포커놀이를 하며 소란을 떤다. 내 자리 옆에 있는 노년 여성도 무슨 가정사가 있는지 높은 언성으로 가족과의 통화를 멈추지 않는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밖의 풍경은 넓고 좋다. 넓은 평원에 하얀 구름들이 시원하다. 나는 항상 이런 넓은 풍경을 그리워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서 넓은 풍경이 없어 더욱 그렇다. 한편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푸른 산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즐겁다고 한다. 정말 우리나라 산은 인간 친화적이고 아기자기하다.


 코르도바 역을 나와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시내 중심 부근의 주택을 개조한 조그마한 호텔인데 객실이 12개이다. 나름대로 방이 넓고 청결해 불편함이 없다. 구시가지 접근성이 좋을 것 같다. 코르도바 최대 관광 사이트인 메즈기타(Mezquita)도 700 미터에 있는 것으로 측정된다.



 스페인의 숙박비가 과거와는 다르게 너무 높은 수준이다. 이 정도의 숙박비도 1박에 20만 원 가깝다.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더욱 그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객은 걸어 다녀야 하고 먹는 것이 편해야 하기 때문에 구시가지 접근이 용이한 곳에 투숙하는 것이 좋다.

 호텔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무슨 축제인지 젊은이들이 성당 앞 광장에 모여 소란스럽게 즐기고 있다. 토요일 오후이기도 하지만 내일 무슨 종교적인 축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걸어 나가니 예쁜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는 식당들의 테라스가 넓게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고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아름답다. 건물 양식에는 문외한이지만 서구식 건물양식에 아랍의 아기자기함이 섞여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나 나는 잘 모르겠다.



 길가의 정원에서 본 장미가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붉은색을 쏟아내며 여행객의 마음을 유혹한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다가 일식 풍 식당이 들어갔다. 메뉴는 그런대로 먹을 만해 보여 음식을 주문했더니 맛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돈만 뺏겼다는 생각을 하며 나온다. 아내가 만족스럽게 먹지 못해 식당을 찾고자 했으나 오후 4시가 넘어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간 곳이 많다. 카페-바에는 사람들이 많아 소란하고 담배들을 피워 그 냄새가 매우 불편하다. 할 수없이 지나가다 눈에 보이는 버거킹에 들어갔다. 나는 일식집에서 그런대로 먹었기 때문에 아내만 샐러드와 치킨을 주문해서 점심을 때웠다. 아내 말로는 버거킹 샐러드가 싱싱하고 먹을 만하다고 한다. 다행이다.


 버거킹을 나올 때쯤 천둥 치며 비가 쏟아진다. 조금 전까지 햇살이 있었는데 금세 날씨가 변했다. 조금 기다렸다가 잠시 멈추는 듯해 호텔로 향했더니 다시 비가 세차게 내리친다. 할 수 없이 광장 카페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하는 수밖에 없다. 식당 테라스는 천막으로 덮여있어 우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개의치 않고 먹고 마신다.



 호텔까지 400여 미터 남았는데 아내가 가랑비를 맞고도 가자고 해서 카페 처마 밑을 나왔는데 생각보다 가랑비가 세게 느껴진다. 빗속의 400미터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호텔에 도착한다. 내일은 늦은 아침을 먹고 걸어서 메즈기타에 가 볼 생각이다. 이 번이 세 번째 가보는 것이다. 아니 네 번째인가? 갑자기 멍 때린다.


작가의 이전글 스페인 3개월 살이(3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