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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29.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32-2)

- 매스기타, 종탑, 오렌지 나무 정원, 로마교 -

 아침 식사는 라스 텐디야스 광장(Plaza de Las Tendillas)의 한 카페-식당에서 해결했다. 일요일 아침이기는 하지만 광장에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광장도 관광사이트인지 사람들이 항상 북적이고 기념사진들을 찍는다. 그런데 사실 아름다운 광장인 것은 사실이다.



 식사 후 메즈기타(Mezquita)를 향해 나선다. 구글 맵 측정거리는 700 미터 정도이다. 메스기타는 세 번 정도 와본 것 같다. 마지막은 2017년이었으니까 7년 전이다.


 메즈기타 가는 도중에 보는 햇빛 받는 골목 풍경, 아기자기한 아랍 식 주택 출입구, 예쁜 가게가 매우 인상적이다.



 메스키타는 모스크, 즉 이슬람 사원을 뜻한다. 아랍어로는 ‘땅에 엎드려 절을 하는 곳’이란 의미로 시작된 말이다. 8세기 후반 후기 우마이야 왕조를 세운 아브드 알 라흐만 1세가 바그다드에 버금가는 도시를 코르도바에 세우고자 당시 서고트족의 교회의 일부를 구입한 뒤 이슬람 사원을 건축하게 되었고, 이는 스페인 이슬람 사원의 중심이 되었다.


 9~10세기 동안 크게 세 번 증축을 하면서 약 2만 5천 명의 신자들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엄청난 규모로 완공되었다. 예배 전 전 몸을 씻는 수반이 자리했던 중정, 850개의 말굽 모양의 아치 기둥, 정교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이슬람식의 문양은 전통적인 이슬람 사원의 양식을 따랐다.


 국토 회복 운동 후에는 승리를 상징하는 가톨릭 성당을 사원 중앙에 만들었으며, 수반이 있던 중정에는 오렌지 나무를 심고, 중정을 둘러싸고 있던 아치들도 모두 벽으로 막아 버렸다. 원래 말굽 모양의 아치 기둥은 1000개가 넘었었는데 성당을 세우면서 약 150여 개의 기둥은 사라졌다고 한다.


 역사의 흔적으로 인해 한 공간에 두 개의 종교 양식이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물로 스페인을 넘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종교 건축물이다.


 메스기타에 가까워지니 저 멀리에 종탑(Bell Tower)이 보인다. 55미터 높이이다. 올라가면 코르도바를 조망할 수 있다. 처음 방문할 때 한 번 올라가 봤고 그 이후에는 보기만 했다. 오늘도 올라갈 계획이 없다.


 메스기타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많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영어를 구사하는 관광객이 꽤 많다.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한국의 단체관광 일행도 보인다.


 오렌지 나무 정원(Patio de los Naranjos)은 입장료가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정원에는 오렌지 나무가 간격을 맞춰 심어져 있다. 우리에게는 오렌지 나무가 일상이 아니지만 코르도바 가로수는 오렌지 나무일 정도로 이곳은 매우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에게는 매우 새롭다.



 오렌지 나무 사이로 보이는 종탑(Bell Tower) 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햇빛을 받아 아름답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놓는다.



 그러나 정작 메스기타 내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오늘 무슨 종교행사가 있는지 출입이 오후 3시 이후부터 가능하다. 입장료는 일반 13유로, 경로 10유로이다. 내일이나 모래 다시 와봐야 한다.


 메스기타 외부 벽도 황토색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다.



 외부의 골목은 카페, 식당, 상점으로 차있다. 어느 곳을 가나 사람들로 차있다.



이 골목을 지나서 아래로 내려오면 로마교(Puente Romano)가 보인다. 인파가 몰려있다. 햇빛이 강해 아내는 긴 로마교를 건너가는 것을 싫어했지만 내가 우겨서 걷게 되었다. 풍광이 좋다. 특히 로마교에서 모스크 방향을 보는 풍경이 푸른 하늘의 흰 구름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아내는 로마교를 건넌 뒤 돌 벤치에 앉아서 과일 주스를 사 오라고 한다. 무슨 주스? 여기서? 하고 돌아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과연 과일 갈아서 생 주스 파는 이동식 매점이 보인다. ‘오렌지+코코넛+바나나’를 섞어 간 주스를 사서 갖다 주었더니 시원하다며 오지게 잘 마신다.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식당이 관광객들로 차 있어 식당이 마음에 들어도 빈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다가 아내가 메스기타 지역에 이상한 냄새가 배어있어 싫다며 이곳을 벗어나 식사하자고 한다. 어제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해서 돌아왔던 중국음식점에 가기로 한다. 그런데 가는 날이 또 장날이다. 식당에 들어가니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와서 점심을 먹고 있다. 식당이 꽉 차있는 데다가 목소리들이 커서 시끌벅적하다. 겨우 자리를 얻어 앉아서 요기를 하고 나왔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한적한 길가 돌 벤치에 않아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그늘진 곳에 있으면 시원한 느낌이 좋다. 어제와 오늘 사이 며느리가 보내준 이제 막 세 돌을 채운 손자 동영상을 열어보면서 즐거워한다. 이제 손자 하는 짓이 어린이가 되었다. 말도 잘 알아듣고 표현도 논리에 맞게 할 줄 안다. 어제 보내준 동영상은 조랑말 타는 동영상인데 의젓하게 타고 있었다.

 돌아오면서 구글 맵으로 카르프 엑스프레스를 찾아 몇 가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호텔로 돌아온다. 아내는 밀린 빨래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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