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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수 Nov 17. 2019

춘분(春分)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로 경칩과 청명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 다섯번 째 절기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즉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지점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되는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陽)이 

정동(正東), 음(陰)이 정서(正西)에 있기 때문에 춘분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는 춘분을 본격적인 봄의 시작으로 본다.    

하지만 빛의 굴절 현상 때문에 실제로는 낮의 길이가 약간 길다. 

이는 일출, 일몰 시각이 태양 윗부분이 수평선과 지평선에 닿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춘분의 

낮과 밤은 태양의 중심과 일치하는 시각으로 계산해서 태양의 반지름만큼의 오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춘분에는 실제로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진다. 

이제 춘분을 기점으로 태양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6월 22일 하지(夏至)까지 낮이 점점 길어지게 

된다.                                                                                    


춘분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겨울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때이다.

추운 북쪽 지방에서는 '추위는 춘분까지'라는 말이 있다.

춘분부터 완전한 봄이라는 뜻이다.

봄은 춘분부터 하지(夏至)까지를 말한다.

실제로 일년 중, 춘분부터 약 20여일 동안이 기온 상승이 가장 큰 때이다.

중국에서는 춘분 기간인 보름을 각 5일씩 3후(候)로 나눈다.


                                                  첫째 5일은, 남족에서 제비가 날아들고, 

                                                  둘째 5일은, 우뢰소리가 들려오며, 

                                                  셋째 5일은, 그 해의 첫 번개가 친다.


춘분은 바로 언 땅이 완전히 풀리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제비가 돌아오기 시작하는 때이다. 

숨죽였던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하고, 우레와 번개도 긴 침묵을 깨며 끼어든다.

고대 중국에서의 춘분(春分)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는 춘분 날 해뜰 무렵, 황제가 직접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베이징의 외곽 

르탄(日壇)에 가서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고려사> 권84 지38 형법곡식 '관리급가조(官吏給暇條)'를 보면 고려시대에는 춘분(春分)에 

관리들에게 하루 동안 휴가를 주었다. 

이때 경주지방에서는 박(朴), 석(昔), 김(金) 삼성(三姓)의 초대 왕에 대한 능향(陵享)이 있었다.

일본은 춘분을 국경일로 정해서 휴무로 보낸다. 

조상의 묘소를 참배하고, 가족들이 한데 모여서 명절처럼 지낸다. 


일본의 사찰에서는 춘분에 선조의 영혼을 위로하고 성불을 기원하는 '춘계 피안회'(春季彼岸會)를 

연다.

춘분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종교, 종파와 관계없이 절을 찾아 조상들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이는 불교(佛敎)에서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고 해 극락왕생의 시기로 보는 

것과 연관이 있다.

피안(彼岸)이란,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지를 말한다.

일본은 춘분뿐만 아니라 추분(秋分)도 휴일로 지정돼 있다.

1948년에 제정된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祝日法)>에 따라 춘분과 추분(秋分)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앞두고, 자연을 기리며 생물을 소중히 생각하는 날로 삼겠다는 의미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춘분에 얼음을 저장하는 빙고문(氷庫門)을 열어 개빙제 (開氷祭)를 지냈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개빙제는 소사(小祀)에 속한다.

춘분에 북방의 신(神)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사한제(司寒祭)를 올렸다.

<고려사> 권63 지17 길례(吉禮) 소사(小祀) 사한조(司寒條)에는 개빙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고려 의종 때 상정(詳定)한 의식으로, 사한단은 맹동과 입춘에 얼음을 저장하거나 춘분에 얼음을 

꺼낼 때에 제사한다. 

신위는 북쪽에 남향으로 설치하고, 왕골로 자리를 마련하며, 축판에는 '고려 국왕이 삼가 아무 

벼슬아치(某臣) 아무개(性名)를 보내어 공경히 제사합니다.'라고 일컵고, 희생으로는 돼지 한 마리를 

쓴다.

제사하는 날 상림령(上林令)이 복숭아나무로 된 활과 가시나무로 만든 화살을 빙실(氷室) 문 안 

오른쪽에 마련해놓고 제사가 끝나도 그대로 둔다. 

사관(祀官)이 재배를 하고 삼헌(三獻)을 한 뒤 축은 불에 태우고 음복을 한다.


고대 페르시아인의 종교는 조로아스터敎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의 '뿌리'라고 하는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춘분(春分)을 한 해의 시작점으로 

생각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서 세상이 춘분을 기점으로 빛과 밝음으로 나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인을 비롯한 쿠르드인과 서남 아시아인들은 지금도 춘분을  '새로운 날'이란 

뜻의 '노로즈'라고 부르면서 연중 가장 큰 명절로 기념한다.  

고대 독일과 북유럽에서도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기렸다. 

이들은 특히 삶은 계란을 먹으면서 새 출발을 자축했다.

기독교의 대표적 기념일인 부활절도 춘분 후 보름달이 지난 첫 일요일로 정하고 있다.

이때도 역시 계란을 나누어 먹으며 예수의 부활을 축하한다. 

춘분은 기독교에서 부활절 계산의 기준점이 되는 역법(曆法)상 매우 중요한 날이다.

서양 점성술 역시 춘분을 한 해의 시작점으로 본다. 

점성술가는 춘분 이후 일 년을 12개의 별자리로 나눠서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인간의 

운명을 예언한다.

점성술가들은 춘분을 '세계 점성술의 날'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벌이며 기념하고 있다. 

춘분(春分)은 어느 나라, 어느 종교를 불문하고 '밝은 문으로 향하는' 한 해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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