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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Sep 19. 2023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트랜스휴먼은 진정한 인간일 수 있을까?

중년에 접어들면서 이젠 출생보다는 타인의 죽음을 더 많이 목도하고 나의 남은 수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리고 젊을 땐 당연하게 여겼던 몸의 모든 기능들이 하나둘씩 부속품이 고장 나듯 병이 나거나 기능이 저하되면서 백화점 쇼핑보다  내과, 치과, 통증의학과, 한의원 등 병원 쇼핑?을 더 많이 하는 듯하다.


인간의 삶은, 나의 삶은 유한하기에 이성적으로 육체의 쇠락과 죽음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피곤하면 관절이 붓고, 면역이 떨어지며 아프고, 흰머리에, 노안에... 등등 여러 가지 노화의 증상들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것을 보면 감정적으로는 아직 노화 및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해야겠다.


그러나 의학과 과학기술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연 이 책 제목처럼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세상이 온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 존재가 되어있을 것인가? 


이 책은 과학기술로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강화시켜 강화인간, 즉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발달과정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현재와 미래의 의학적, 윤리적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온갖 기계 장치로 대체된 인간은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간일까?  그러한 트랜스휴먼에서의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의 초반부에선 "뭐야, 우리도 이제 곧 마블영화에서 나오는 캡틴아메리카처럼 강화인이 될 수 있는 거야?!"라는 단순한 흥분과 흥미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의 핵심은 결국 "미래의 강화 인간은 진짜 인간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나도 머지않아 마블 히어로처럼 바뀌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흥미로부터 인간의 정의에 대한 철학적 자문으로 끝이 났다.


우리는 우리의 죽어가는 과정이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평화롭고 삶을 마감하길"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괴롭고 고통스러우며 비참하고 남루하기 그지없는 죽음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러한 현실에서 첨단과학의 산물,  즉 더욱 정교하고 발달된 인공장기로 우리의 삶을 연명하고 더 나아가 현재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맞이하게 될까?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심장보다 더 튼튼한 심장, 완전 체내이식형 인공 폐, 인공 신장, 인공 간 등 더 강화된 인공장기들을 갖게 된 소위  "강화된 인간"의 삶은 지금과의 삶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책에선 앞으로 수많은 나노 로봇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노쇠한 세포와 조직을 재생하여 암과 치매를 해결하고, 모든 사람의 뇌가 인터넷과 연결되어 엄청난 지식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멀리 떨어진 사람과 생각만으로 대화를 나누며, 로봇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아기와 노약자를 돌보는 미래는 이제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상이 과연 핑크빛이기만 할까?


인간을 강화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철학적, 윤리적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는 노력은 아직 인식부족에 의해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공적인 합의와 윤리의식 및 법적 테두리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무한이윤을 추구하는 거대자본의 사기업들에 의해 인류의 미래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현재까지의 인공장기등 융합기술이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살펴보고 그것에 필요한 윤리 및 철학, 법적 장치는 어느 범위까지 필요한지 질문을 던진다. 의학과 과학의 융합기술 발전이 인간 삶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임계치를 넘어가면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변화 및 문제점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 어떤 문제가 예상되며 그에 대한 예방책 및 해결책과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우리의 인식의 변화 및 자각이 필요하다.


책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오랜 수명을 누린 후 우리는 스스로의 뜻에 따라 인공장기의 작동을 멈출 수 있을까? 인공장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누가 관리할까? 수명이 극적으로 늘어나고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난다면 인간은 더 행복해질까? 뇌를 복제할 수 있을까? 모든 기억을 데이터로 바꿀 수 있을까? 데이터를 몇 번이고 다운로드하여 영생을 누릴 수도 있을까?


인간은 어디까지 강화될 수 있는가? 강화된 인간들끼리의 공정한 경쟁은 가능한가? 불평등은 없을까? 착취는 없을까? 강화기술이 악용되지는 않을까? 로봇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까, 아니면 우리를 몰락시킬까?


우리가 트랜스휴먼이 된다면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


트랜스휴머니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다면  스스로의 운명을 오롯이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간으로 남을까? 온갖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이식받아 혼종 생물체가 될까? 뇌와 기억만 로봇의 몸체에 이식하여 불멸의 존재가 될까? 책을 읽으면서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 이면에 수많은 질문과 답이 필요하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은 미래에 트랜스휴먼이 되어 몇백 년을 살며 인간과 기계 그 어디쯤의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자연적 수명을 맞이하는 "순수한 인간"의 모습으로 삶을 마감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ㅡ책의 목차ㅡ

1장 인간과 기술이 합쳐질 때


2장 원래 심장보다 더 좋아요


3장 콩팥, 폐, 간 질환을 정복하라


4장 당뇨병이라고요? 여기 앱이 있습니다


5장 미군을 주목하라


6장 보다 나은 뇌를 만들기 위해


7장 늙지 않는 사회


8장 사회적 로봇의 시대


9장 트랜스휴머니즘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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