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편안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여행은 낯선 공간에서의 익숙하지 못한 불편한 생활과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의 부족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행은 편안함이라는 단어와는 대치되는 행위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린 왜 여행을 떠나고 싶을까?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여행이 가지는 의미를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하나하나 풀어가는 책이다. 작가 특유의 시니컬함과 날카로운 관찰력과 사색이 보태어져 사소한 것,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
이 책은 단순히 즐거운 여행의 과정을 기술한 가벼운 여행 에세이라기보다는 여행이라는 주제를 통해 예술이나 철학, 미학을 엮어내는 인문학적 성격이 강한 다소 무거운 책이다.
<여행의 기술>은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의 다섯 가지 챕터들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중 '출발'편에서 [기대에 대하여]는 우리가 여행지에 갔을 때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실제상황에서의 괴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여행을 가는 것이 나은지 차라리 여행을 기대하면서 상상력을 통해 '방구석 여행'을 하는 게 더 좋은지를 고민하는 대목이 나온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여행 자체의 일련에 행위보다 여행자의 심신의 상태가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갔다 한들 몸상태가 안 좋거나, 같이 간 동행자와 다투기라도 한다면 이미 눈앞의 멋진 풍경은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시각,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떠나려는 사람에게 여행의 목적뿐만 아니라 여행을 어떻게 가야 하고 왜 가야 하는지 매 챕터마다 여러 예술가의 시각을 통해 알려주는 안내서다.
ㅡ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 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ㅡ83쪽
ㅡ진정한 여행은 다른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ㅡ프루스트
첨언이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뜬다.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의 새 하루는 아직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하루 우리의 삶 역시 여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방구석 여행도, 일상 속의 여행도,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도 우리의 마음과 시선을 달리한다면 당연한 것도 새롭게 느껴지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다. 어느 순간에도 우리의 시각을 넓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