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준형 Jul 01. 2024

직무의 개념이 사라지는 AX 시대, 우리의 생존은?

HRINSIGHT 6월호 특집

 '챗GPT-4o'가 지난 5월 13일 세상에 공개되었다.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유저들도 깜짝 놀랄 변화였다. '챗GPT-4o'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멀티모달 입력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사용자의 감정을 감지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한다, 게다가 속도까지 빠르다. 하지만 놀라기는 이를지도 모른다. 앞으로 펼쳐질 AX시대를 그려본다면 이제 그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챗GPT-4o' 출현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업의 조직 형태와 업무 프로세스, 소통 방식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조직의 현실은 어떠한가? 생성형 AI의 등장에 환호와 비명 사이를 오가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모두가 정신없는 틈을 비집고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바로 ‘직무 종말의 시대’이다.     

 직무의 종말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또 직무 종말의 시대에 우리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담아봤다.


우리에게 다가온 변화의 징조     

 “내 일이 곧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업무계획, 보고서, 발표자료,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카피라이팅, 디자인, 영상제작 등 거의 모든 업무에 AI가 적용되고 있다. ‘2024 업무동향’ 지표에서는 직장인 4명 중 3명은 이미 AI를 업무에 적용한다. 그중 46%는 최근 6개월 안에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청난 속도로 AI가 업무와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고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이에 따른 인재의 선호도 뚜렷하다. 생성형 AI가 업무에 정착하기 전인 2023년 5월에 발표한 업무동향지표에서 리더들이 직원에게 요구하는 능력으로 AI위임(프롬프트)능력을 꼽았다. ‘2024 업무동향지표’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리더 66%는 AI역량이 없는 직원은 뽑지 않을 것이고,  리더 71%가 AI역량이 없는 경력직보다 AI역량이 있는 신입을 뽑겠다고 답했다. 정보화 시대에 업무의 역량을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했듯이, AI시대가 되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린다. AI를 활용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전문 영역을 넘나들 수 있으며, 웬만한 경력은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 리더들의 판단이다.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과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AI 파워 유저’들은 회의내용 정리(56%), 정보 분석(51%), 콘텐츠 디자인(49%), 고객 대응(49%), 브레인스토밍이나 문제해결(37%) 등에 주로 활용한다. 그리고 이제는 개인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워크플로우를 AI와 연계하여 재설계하는 단계에 와있다. AI가 여려 업무영역을 넘나들면서 업무를 효율화하고 직원의 손발 역할을 하고 있다.


 업무의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창작 도구(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원노트)와 커뮤니케이션 도구(팀즈 미팅, 팀즈 채팅, 이메일) 중 직장인이 업무 중에 더 오래 활용하는 도구는 무엇일까? 바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전체 업무시간 중 창작 도구(43%)보다 커뮤니케이션 도구(57%)를 활용하는 시간이 더 길다. AI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면 사람이 직접 작업을 하는 비중은 줄고 소통을 통해 방향을 잡아나가는 시간은 늘게 된다. AI시대 소통에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람 간 소통과 AI와 소통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직원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교육을 운영하고 직장인이라면 사람 간 소통에는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AI와 소통은 어떨까? AI에게 원하는 것을 요청하고,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AI시대 의사소통의 양 날개는 사람 간 의사소통과 사람과 AI 간 의사소통이다. 이 두 의사소통을 통해 AX시대를 맞이한 조직은 비로소 날아오를 수 있게 된다.                    


확연히 달라질 직무의 개념

 “미래는 우리 곁에 와있다.” 윌리엄 깁슨의 명언이다. ‘직무의 종말’은 앞서 소개한 명언처럼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직무의 개념은 산업화가 시작되고 기계의 생산 단위에 맞춰 인간의 노동력을 배치하는 분업에서부터 출발했다. 여기서 직무는 “직책이나 직업상에서 책임을 지고 담당하여 맡은 사무”라는 의미로 사람과 사람 간의 업무를 구분하는 기준을 뜻한다. 역설적이게도 꺼져가는 불꽃이 가장 밝게 빛나듯 많은 전문가가 직무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직무는 빠르게 종말을 향하고 있다.     


 ‘직무의 종말’은 디스토피아적이지만 직무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말이 아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AI시대에는 직무의 경계가 뭉쳐지고, 모호해지고, 바뀌고, 사라진다는 의미다. 직무로 구분해오던 일이 완전히 다른 구분으로 대체될 것이다. 직무 종말의 징조는 크게 4가지로 전문자격증의 종말, 숙련도의 종말, 직무 경계의 종말, 정규직의 종말 4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문자격증의 종말은 이제 의사, 변호사, 회계사 소위 사자 전문직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위축된다는 의미다. 전문자격증의 경우 특정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집단을 구성해 전문 지식을 독점하는 형태로 유지된다. 하지만 모든 전문 지식은 대중화(정보화 시대)를 넘어, 지식 생산의 대중화(AI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에 그들의 권력은 영속하기 어렵다. 과거 법전을 접하고 법전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법률가로서의 권위를 얻었지만, 지금은 어떤가? 모두가 법전을 검색해 활용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지만) AI를 활용해 법률문서를 꾸밀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     


 숙련도의 종말은 직장에서 고도로 숙련된 리더 그룹을 무너뜨리고 있다. 2023 업무동향지표에서 리더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스킬은 아래표와 같이 1위 분석적판단, 2위 유연성, 3위 감성적 지능 등이다. 어떻게 보면 리더들에게 요구해야 할 스킬을 왜 직원들에게 요구할까? 앞으로 실무는 AI와 로봇이 담당하고 모든 직원은 지시하고 검토하게 될 것이다. 앞서 소개했듯 리더들은 AI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력직보다 AI역량을 갖춘 신입을 더 선호한다. 새로운 기술 앞에서 숙련도의 중요성은 퇴색하고 있다.     


 다음은 직무 경계의 종말이다. 개자이너, 디발자, 풀스텍 개발자가 출현했다. 순서대로 개발하는 디자이너, 디자인하는 개발자, 모든 프로젝트를 혼자서 수행할 수 있는 개발자가 등장했다. 업무의 특성이나 양 때문에 혼자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들이 AI와 자동화 툴 덕에 혼자서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이는 출판업계, 영상업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이다. 이것은 기업 측에서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만 추구되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직원들의 욕구도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HR담당자는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규직의 종말이다. ‘조용한 퇴사(주어진 업무 외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조용한 해고(조용한 퇴사를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직무평가와 피드백, 승진기회 박탈 등 활용)’, 그리고 ‘조용한 고용(전환배치, 개약직, 프리랜서 풀 활용)’까지 기업과 직원 간의 창과 방패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기업은 뽑아도 유지되지 않는 정규직 고용이 한층 부담스러워졌고 개인은 기업의 틀을 벗어나 자유를 갈망게 되었다. ‘대퇴사의 시대’ 원인은 더 높은 처우를 받고 싶은 욕구와 더 근본적으로는 직장에서 자아실현의 어려움 때문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하나의 직업보다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어하고, 부서와 팀 평가 보다 개인의 성과를 평가받는 것을 선호한다. 수명이 늘고 조직보다 개인이 중요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우리도 모르게 찾아온 “직무의 종말”과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도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DX를 넘어 AX 시대로, HR담당자의 역할 변화     

 DX(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시공간 초월’이다. AX(AI트렌스포메이션)는 ‘업무의 시공간 조월’이다. 은행을 예로 들면 온라인 은행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DX다. 금융사기를 감시하고 피해를 예방하고 개인에게 필요한 금융 제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AX다. DX 토대 위에 AX가 제대로 설 수 있다. 다시 말해 DX화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에 AI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고 도출해 방향성을 찾는 것이 AX의 핵심이다.


 HR도 AX시대에 대응할 것이 많다. HR분야에 AX의 첫 시도는 AI채용 이었다. 그리고 점점 범위가 확대되어 인사관리와 평가 분야에서도 AI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HR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HR분야에서 AI역할과 인간의 역할을 구분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

  DX시대의 HR담당자는 직원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AX시대의 HR담당자는 직원들과 접촉해 직원들의 적응과 발전을 돕고, AI가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를 확인하고, 리더들이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HR의 본질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고민해볼 점은 DX시대에서 디지털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HR담당자가 살아남았듯, AX시대 AI기술에 적극적인 HR담당자가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우리 조직의 AX에 HR담당자로서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HR담당자 무엇을? 어떻게?

AX시대에 HR담당자의 숙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먼저, ‘직무의 종말의 시대’가 다가왔다. 그럼 다음 질문은 정해졌다. “직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직무를 대체할 수 있는 개념은 스킬(Skill)이다. 영상홍보라는 직무가 AX로 하루 만에 사라진다면 영상홍보담당자를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직무로 정의하면 역할이 사라졌지만, 스킬로 보면 다르다. 영상홍보담당자는 영상촬영, 영상편집, 음향장비 운영, 기획, 시나리오(글쓰기) 등 세부 스킬로 나눌 수 있다. 기획과 글쓰기 능력을 활용해 마케팅팀에 배치를 할 수 있고, 제안을 위한 영상을 만드는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 직원들을 직무가 아닌 스킬 단위로 구분해 직무가 사라지고 통합되더라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직무에서 스킬로 업무 재정립 과정


 둘째. 인사평가 제도의 개선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개인성과 평가를 책정하고 성과에 따라 연봉협상과 성과급을 제공하는 것을 마땅히 여긴다. 영업과 같이 개인의 성과를 뚜렷하게 측정할 수 있는 업무도 있지만 업무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개자이너, 디발자의 사례와 같이 업무가 뭉쳐지는 과정에서 직원 모두는 AI와 로봇의 도움을 받아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한 명의 직원이 프로젝트를 총괄 운영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즉 개별적인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고, 그렇게 될 것이다. 또한 리더들이 대부분 생성형 AI의 중요함은 알고 있지만, 생성형 AI 도입을 꺼리는 이유는 정확한 성과 측정이 어렵고 인사평가에 어떻게 반영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X시대의 인사평가는 더 개인화 되어야 하고 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인력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EMBRAIN 평소 직업 가치관
인사이트보고서 2009~2021 '2021 세대별 업황 트렌드’

 셋째, 인력풀(Pool)의 확장과 유연화다. ‘대퇴사의 시대’에서 HR담당자는 갈 길을 잃었다. 하지만 눈을 돌리면 수많은 전문가가 HR담당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긱워커, 1인 기업가, 프로 부업러가 대안이다. 인공지능화가 고도화되면 기업의 직원 모두가 리더가 된다. AI와 로봇, 외부 인력과 협업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기업의 구조가 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인력풀을 마련하고 필요에 따라 빠르게 조직하고 흩어지는 구조가 미래지향적인 조직의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들과의 협업 준비(계약, 보안, 인력풀, 보상 등)와 실험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넷째, AX시대가 요구하는 역량개발이 필요하다. AI와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대체되지 않을 것은 커뮤니테이션 능력이다. AI와 로봇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니즈(Needs)와 인풋(In-Put)이 필요하다. 회의실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동료들과 논의 하고 보고 후 허가받고 클라이언트와도 소통한다. 사람들과 소통한 결과물을 AI와 로봇에서 요청하고 피드백한다. 즉 사람과의 소통과 AI, 로봇과의 소통 두 가지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소통이 하나로 연결되겠지만 아직은 두 가지 소통에 대한 역량개발이 모두 필요하다. 또 앞으로 모든 직원은 리더가 되고 AI와 로봇이 사람을 보조한다. AI와 로봇이 가져오는 다양한 결과물에 대해 인간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력의 미래경쟁력은 소통과 의사결정력이다.

     

 다섯째, 직원의 흥미를 자극하고 강조해야 한다. ‘잘하는 것 VS 흥미 있는 것’ 인류가 탄생하고 지속되어온 논쟁에 드디어 종지부가 찍힌다. AX가 완성되면 모든 작업에서 더 이상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잘하는 것’에 대한 의미는 퇴색되고 ‘흥미 있는 것’에 대한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앞서 말한 니즈(Needs)와 인풋(In-Put)의 요체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과 조직에서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 더 가치 있는 일을 지시하기 위해서 흥미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맺음말

‘챗GPT-4O’의 등장으로 AX시대가 한 걸음 더 다가온 것을 피부로 느낀다. 또 AX시대의 HR담당자는 더 빠르고, 더욱 신중한 업무처리를 요구받는다. 앞으로 닥쳐오는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망설이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이다. ‘AI파워유저들’의 특징을 통해 AX시대의 HR담당자 행동원칙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다. ‘AI파워유저’는 일반 유저에 비해 더 많이 실험하고, 계획단계에서 업무에 AI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막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 본다는 것이다. 어쩌면 ‘AI파워유저’ 특징에 세상의 모든 성공 방정식이 담겨있는 팁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마소캠퍼스 유튜브 라이브 직무의 종말 콘텐츠로 출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