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컬 앱들이 챗봇으로 참여하는 회의체의 주최자로서 ChatGPT
"ChatGPT as a Organizer"
시작은 이렇다.
ChatGPT가 "Her"가 아닌 "Their"이라면?
AI 참여를 다자화한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OpenAI는 AI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때론 혼자서 모든 일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고, 때론 여러 사람이 하나의 일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타트업에서 흔한 예를 들어보면, 기획자는 기획을 하고 개발자는 기획된 프로덕트를 만들며 마케터는 완성된 프로덕트를 알리고 운영자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일즈가이는 고객을 받아 매출을 올린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각종 행정, 인사 업무는 배제되어 있음에도 벌써 직무가 5갈래로 쪼개진다.
이렇듯 우리는 유기적으로 일을 하고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산출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상 그 임팩트를 고려하여 일이 잘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어마무시한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이 산으로 가냐 바다로 가냐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 1인 기업가라면 이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한다. 그는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ChatGPT를 켜놓고 대략 이렇게 주문을 해 볼 것이다.
"너는 최고의 서비스 기획 전문가야. 너는 너를 찾아오는 고객의 문제를 듣고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있어. 지금 너의 고객이 가진 문제를 들려줄 테니, 필요하면 질문을 하면서 고객에게 필요한 전략을 제안해 줘.
(하략)"
적당한 기획 전략 프레임워크를 제안받은 1인 기업가는 이제 다음 질문을 한다.
"너는 20년 차 개발자야. 너는 기획된 서비스 내용을 이해하고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과 리소스 분배, 일정 수립 등 주요한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이제 내가 기획안을 줄 테니 개발 방향성과 전체적인 전략부터 답변해 줘."
몇 번의 대화 끝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은 1인 기업가는 이제 마케터를 찾는다....
그리고 그다음은 운영, 세일즈, 행정, 인사 등 수많은 전문가를 일일이 섭외할 터다.
이쯤 되면 모두들 짐작하겠지만, 내가 상상한 ChatGPT의 미래 모습은 아래 이미지와 같다.
ChatGPT를 이용하는 나는 회의의 주최자가 되어 여러 전문가들에게 한 번에 의견을 묻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나는 내가 발의한 안건에 대해 원하는 전문가에게 발언권을 줄 수도 있고, 회의의 방향성을 바꿀 수도 있다.
한 술 더 떠볼까?
ChatGPT가 Organizer가 된다는 의미는 단순히 사용자를 주최자로 만든다는 뜻만은 아니다. ChatGPT에 버티컬 서비스들이 '전문가'로 등장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것(그리고 서비스로 연계해 준 대가로 Fee를 받는 것)이 그다음이다.
ChatGPT로만 만든 회의체는 쓸만한 아이데이션이나 초안을 잡는 데는 유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면?(지금도 그렇지만) OpenAI는 버티컬 앱으로 떠나는 고객들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
사실 챗봇 기능을 통해서도 버티컬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있다. 하지만 야심 차게 등장한 플러그인에 지금은 손이 안 가듯, 모든 플러그인의 기능이 ChatGPT에 숨 쉬듯이 스며들어야 사용자가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상적인 유저저니는 다음과 같다.
1인 기업가가 이제는 ChatGPT를 통해 회의를 소집한다. 안건은 "비대면 약 처방 서비스 개발"이라고 해보자. 이 경우 법률 검토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된다. ChatGPT는 안건에 따라 적절한 버티컬 법률 앱이 만든 전문가를 이 회의에 참석시키도록 자동으로 배치해 준다. 회의를 진행하며 이 법률 전문 챗봇은 자신이 담당했던 유사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약간의 난이도가 있지만 전문가로서 자신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음을 어필한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챗봇들의 의견을 수렴해 서비스의 기획과 일정 등을 조율하여 필요한 법률 상담의 폭을 좁히고 최종적으로 남은 스콥으로 견적을 요청한다. 그리고 결제까지 진행하면, 법률 앱은 ChatGPT에 수수료를 주고 매출을 올린다.
이렇게 된다면 버티컬 앱들은 OpenAI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발 딛고 서있을 수 있는 면적보다, OpenAI의 반석 위에 올라가 있는 면적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국내외 버티컬 앱들을 알아내고, 이용해 보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너무 귀찮다...^^ 그것마저 짱PT가 알아서 조율해 주는 미래를 상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