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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작가 Mar 14. 2023

자연에서 얻은 진리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질문해 보았을 것이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 또한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의 답은 간단했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


당시에는 그 말이 사실이라 믿었다. 언니와 나를 차별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엄마는 일찍 공장에 간 언니가 안쓰러워 잘해준 것이다. 집안일은 내가 알아서 다 했지만 가끔은 언니가 공주 대접받는 것이 부러웠다. 집에 온 언니는 손에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시중을 받았다. 말하자면 언니는 팥쥐고 난 콩쥐였던 거다. 차별받으며 열심히 일만 하는 콩쥐 역할이었다. 지나고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그땐 그 차별이 서러웠고 진짜 엄마를 찾으러 가려했다. 나의 존재를 그때부터 느꼈던가.


초등학교 5학년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올랐던 산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을까"를 수없이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막연하게 우주를 떠올렸던 것 같다. 그리고 신을 떠올렸다. 어쩌면 난 인간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저 우주에서 온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신이 나를 인간세계로 보냈을지도 모른다. 생각은 끝이 없었고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나의 상상은 하늘을 날아 우주까지 갈 기세로 나래를 펼쳐댔다.



  




세상에 절로 생겨난 것은 없을 것이다. 바람이 흔들어 씨앗을 뿌리고 비가 내려 싹이 자라고 태양의 빛을 향해 뻗어가는 생명체들. 자연에서 오는 생명과 인간의 탯줄은 이어져 있으니까. 우리는 자연 안에서 살아야 한다.


자연에서 날아온 씨앗 하나를 가슴에 품었다. 난 어릴 적 꿈이 선생님이 되거나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이 두 개의 꿈을 모두 이뤘다. 누군가의 가슴 안에도 씨앗 하나쯤은 품고 있겠지. 그 씨앗을 잘 가꾸고 자라게 하는 건 본인의 몫일게다. 씨앗이 자라 열매가 맺히면 그 열매를 잘 익혀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이들의 가슴속에도 씨앗을 심어줄 수 있다. 그렇게 꿈의 씨앗이 퍼져서 이 사회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변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영혼의 역사는 지금까지 그렇게 이어져 왔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_54.5 x 65 cm_캔버스에 유채_1889_오르세 미술관



한때 화가가 되기 위해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을 쫓아갔던 적이 있다. 그가 절실하게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이유는 아마 같을 것이다. 그것은 자연을 향한 사랑이었다. 살아생전 가난과 질병 속에서도 그의 간절한 희망은 오직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난 그런 그의 정신을 사랑한다. 그는 죽어서도 우리에게 그 정신성을 고스란히 남겨놓고 갔다. 어디 고흐뿐이겠는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자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을 생각하며 또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린 더 많은 유산을 남겨놓고 가야 할 것이다. 


난 요즘 산에 자주 오른다. 산책을 하며 마음의 평정심을 찾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 나의 존재감을 생각하며 그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태껏 열심히 달려왔다면 이제는 타인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나의 열매를 기꺼이 내어줄 것이다. 그것이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때가 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고개 숙일 줄 아는 지혜를 나는 자연에서 배웠다. 




당신은 죽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 질문은 곧 '나는 누구인가'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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