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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행 Dec 06. 2019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

 볼리비아 우유니

바다가 솟아올라 호수가 되었다가 물이 증발되어 생성된 우유니 사막은 모래가 아닌 소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막이다. 우유니 사막 투어를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볼리비아로 들어와 투어가 시작되는 우유니 마을로 향했다. 

국경에서 투피사(Tupiza)란 도시를 거쳐 우유니까지 가야하는데, 투피사에 도착했을 때 하루에 한대밖에 없는 우유니행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국경에서 출발한 버스가 투피사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버스를 놓쳐버린 것이다. 우리만 버스를 놓친 게 아니어서 많은 여행자들이 터미널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이때, 한 아저씨가 특별 버스 편을 마련했다며 70년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버스를 몰고 왔다. 우르르 몰려서 버스를 탔는데 창문도 고장 나 있고 에어컨도 안 나온다.

버스는 노후한 몸을 이끌고 흙 바위산 외길을 아슬아슬 올라갔다. 세상에 오지는 이런 곳인가 싶었다. 뜨거운 직사광선이 닫힌 창문 안으로 내리 꽂혀 더위에 거의 넋이 나갈 지경이다. 가뜩이나 땀이 많은 준이는 짜증을 낼 기력도 상실한 채 아빠 무릎에 기대 잠들었다. 창문밖엔 바위산과 먼지바람이 휙휙 지나갔다.


그런데, 아름다웠다.

‘세상엔 황량한 아름다움도 있구나.’ 

흙먼지 나는 산에, 흙먼지 색깔 집들. 온통 흙색이라 집 벽에 두른 원색의 천들이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신비한 우주’란 제목의 책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혹성의 표면 같은 풍경이 계속 지나갔다. 


드디어 우유니에 도착했다. 

우유니 사막 투어 예약을 하고 여행사에서 나오는데 머리가 깨질 듯이 계속 아팠다. 술을 왕창 먹은 뒤 숙취와 비슷했다. 고산병인 듯했다. 신기하게도 왼쪽 눈에서만 눈물이 계속 나오고 왼쪽 코에서만 콧물이 흘렀다. 한국에서 가져온 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코카 잎차를 마시면 낫는다고 해서 찻집에서 코카 잎차를 마셔도 소용이 없었다. 코카 잎차는 녹차보다 맛이 산뜻했는데 가만히나 있을 걸, 괜히 ‘이 차 많이 마시면 코카인에 중독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가 비웃음을 샀다. 코카인을 만드는 코카 잎은 정글 지역에서 나는 것으로 종류가 다르다고 한다. 

찻집에서 나와 거리에서 볼리비아에 12년을 사셨다는 한국 분을 만났는데 한국에서 사 온 진통제는 소용없고 현지 약 중에서 잘 듣는 약이 있다고 알려 주셨다. 이분이 추천해 준 현지 진통제를 먹었더니 신기하게도 머리 아픈 게 가라앉았다. 약은 현지에서 사 먹는 편이 더 잘 듣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은 이 약이 숙취로 머리 아플 때도 잘 듣는다며 한국에 안 가져온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출발이다.

오전 10시 반에 출발이라 서둘러 갔더니 여행사 문도 잠겨있고 일행도 아무도 없었다. 11시가 한참 지나서야 사람들이 나타났다. 잠시 후에 가이드, 호세와 그의 아버지가 지프차에 가스통이랑 온갖 살림살이를 단단히 실었다.

같이 여행하는 일행을 보니 스위스인 친구 제롬과 프랑스인 커플에, 애기 둘이 딸린 프랑스 가족과 우리 가족이다. 우리만 빼고 모두 불어를 쓰는 사람들이다.

프랑스 커플은 프랑스 물가가 너무 비싸서 어디서 사는 게 제일 좋을까를 탐색하러 14개월째 여행 중이라고 했다. 프랑스 가족은 기저귀 차고 다니는 만 나이로 2살짜리와 6살 아들들을 데리고 북미에서부터 내려오는데 7개월째 여행 중이라고 했다.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


건조한 고원의 먼지바람을 뚫고 세계 여행자들이 순위에 꼽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향해 달렸다.

소금으로 지어진 소금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유명한 소금사막 퍼니 픽쳐(funny picture)를 찍었다. 이곳에선 배경이 하얀색 소금사막이라서 원근감이 사라져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블로그나 책에서 많이 본 풍경이라 황량함을 뚫고 온 대가가 이건가 하고 조금 실망했다.         

우리가 실망하는 걸 알았는지 그날 저녁 우유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보여주었다.  해가 빨갛게 변하면서 지는 게 아니라 오렌지 빛으로 빛나다가 소금사막 뒤쪽으로 뚝 떨어졌다. 고도가 높아서인가 보다. 해가 지면 소금사막은 분홍빛으로 물들고 공간 구분이 없어져 버렸다. ‘여기는 어딜까.’를 생각하게 하는 멋진 일몰. 매일 뜨고 지는 해인 데도 왜 우리는 늘 감동하는 걸까? 


그날 저녁을 먹는데 온통 불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마치 프랑스 영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온통 한국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여행을 한 올가의 기분이 이랬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음날엔 화산을 향해 올라갔다. 물론 사화산이다. 올라가다가 산길 동굴에서 미라 가족을 봤다. 잉카제국을 피해 도망 왔다가 이 동굴에서 굶어 죽은 걸로 추정되었다. 추위와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을 이곳에서 얼마나 떨었을까? 아무런 보존 장치도 없이 동굴 안에 방치되어 있는 이들은 죽어서도 대접을 못 받는 것처럼 보였다.

고산지역이라 평지에서도 숨쉬기가 힘든데 거기서 또 산을 올라가자니 숨이 가빠왔다. 평생 가이드를 한 호세의 아버지가 베테랑답게 준이를 데리고 숨쉬기 운동을 해가면서 올라갔지만 준이가 숨을 못 쉬어 너무 괴로워했다. 결국, 준이와 난 내려오고 남편이 폐활량 좋은 몇 명과 함께 우리 몫까지 책임지고 올라갔다.

준이와 함께 내려오는 길에 펼쳐진 풍경은 특이하게 아름다웠다. 햇빛이 쨍한 하늘이 하얀색으로 보이고 아래쪽에 소금사막도 하얗게 보여 하늘과 땅의 구분이 사라졌다. 소금사막이 하얀 구름 낀 하늘처럼 보여 마치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에 있는 것 같았다. 산 아래로 내려가도 땅이 아니라 다시 구름이 있을 것 같았다.

제주도처럼 밭 사이로 돌담을 쌓아놓은 것도 보고 야마도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내려오는데 중년의 가이드가 브라질인 몇 명과 산에서 내려오면서 우리를 앞질렀다. 묻지도 않았는데 가이드가 남편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하긴 동양인 남자는 남편 하나밖에 없었을 테니까. 전쟁 통에 헤어진 남편의 소식을 지나가던 군인에게 듣는 기분이었다.

점심 먹을 때쯤 남편과 일행이 내려왔다. 남편도 올라가다 지쳐 가장 높은 봉우리는 포기하고 두 번째 높은 곳까지만 갔다 왔다고 한다.

오늘의 승자는 프랑스 가족의 엄마인 레티. 그녀는 최고봉을 정복했다. 아기 둘 데리고 여행하는 엄마의 힘은 이런 데서 발휘된다.


우유니의 가장 신비스러운 모습은 바닥에 물이 고여 있는 우기에 가야 볼 수 있다. 사막 바닥 위로 물이 고이면, 하늘이 물에 거울처럼 비쳐 위아래로 하늘이 보였다. 우리는 우기의 후반부에 도착해 절정은 아니었어도 환상적인 우유니 풍경의 끝자락을 잡을 수 있었다. 

선인장 섬으로 가던 중에 소금사막의 신기한 점을 한 가지 더 발견했다. 소금사막 바닥이 육각형으로 갈라져 있었다. 호세에게 물어보니 소금이 결정체가 되면서(크리스탈화) 육각형으로 변한다고 했다.

투어의 마지막 날,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온천으로 달려갔다. 화산지대 바닥에서 김이 뿜어져 나오는데 아주 뜨겁진 않았다. 노천 온천탕에서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했다. 우리 말고도 여러 팀들이 있었는데 온천이 작아도 춥고 건조한 이곳에서 몸을 녹이기엔 충분했다. 

다들 즐거운데 프랑스 가족의 엄마인 레티는 화장실에서 작은 아들이 똥 싼 것을 치우느라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도와줄까?’ 하고 물었더니 고맙지만 네가 도와줄 일은 아니라고 지친 표정으로 거절했다. 아무리 체격이 좋은 젊은 엄마라 하더라도 기저귀도 안 뗀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여행 중에 아이들이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다고 뿌듯해했다. 준이가 그 나이 때는 온갖 감기를 달고 살았었는데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대단한 가족이었다.     

                  

구름 위에서? 소금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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