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닐고맛보다 08 포르투 세비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여러 음식을 맛보기 어렵다. 여러 끼를 먹거나 풍족하게 주문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먹방 유튜버도 아닌데 그렇게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유랑'에서 동행 게시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혼자 여행객이 식사 동행을 제안하기도 하고, 한 도시에서만 함께 투어를 하기도 하며, 이동할 때 렌터카나 투어 밴을 공유하거나 숙소를 셰어 해서 쓸 사람을 찾기도 하더라. 낯을 가리는 편이라 낯선 사람을 만나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이 상상이 잘 되지 않았지만, 포르투에 도착한 지 2주가 되었을 때,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2인이상 주문가능한 음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먹고 가면 왠지 억울하지 않은가! 그렇게 약 2주 또는 20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몇 번의 동행 찬스를 활용했다.
포르투에 들어온 지 열흘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식사 동행이 성사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일정도 맞아야 하고, 호스트가 원하는 적정 인원이 모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락은 오픈채팅방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3명이 되었다가 4명이 되었다가 몇 개의 레스토랑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함께 어디로 갈지 의견이 모아졌다. 본래 다음으로 등장하는 레스토랑을 가려고 했으나, 월요일 휴무라는 변수가 있었다. 그렇게 성사된 곳이 '남다른', '유일한'이란 뜻을 가진, IMPAR Flores(임파르 플로레스)가 선택되었다. 한 분이 컨디션이 안 좋아지셔서 최종적으로 3명이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자마자 메뉴 주문부터 하고 간단히 각자 소개를 하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Tataki D'Atum(타타키 다툼, 참치 타다끼), 살짝 겉만 익혀 부드러운 참치와 오렌지를 곁들인 샐러드가 함께 있으니 그대로 참치 샐러드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다음 요리는 Lascada de Bacalhau com Broa e Grelos(라스카다 드 바칼라우 꽁 브로아 이 그렐루스), 통감자를 베이스로 깔고, 결대로 찢어 살점을 발라낸 대구살과 채소, 마늘, 양파를 뭉쳐 구워낸 요리다. 윗부분은 옥수수빵을 바싹하게 구워내어 소보로빵의 윗부분과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문어 스테이크! 동행 편으로만 생각하게 되어 뽈뽀 편에서 빠지게 되었다. 여기도 있었네! 이 레스토랑에는 문어밥이 또한 유명하다고 한다. 다음날 갈 예정인 식당에서 맛볼 예정이라 이 메뉴를 선택하게 된 것. Polvo à Lagareiro(뽈뽀 아 라가레이루), 직역하면 올리브 오일 장인스타일 문어요리다. 부드럽게 삶은 문어에 올리브 오일, 마늘, 허브 등에 버무린 후 감자와 함께 오븐에 구워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주로 북부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와인은 각자 취향껏 원하는 것으로 추천받아 잔 음료로 마셨다. 포르투와인, 화이트, 레드와인 등 모두 달랐다. 계산서를 달라고 하자 책 한 권이 나왔다. 실제 책은 아니고, 책 모양을 한 상자에 계산서가 들어 있었다. 여유가 있었던 점심시간 서브해 주시는 직원들도 친절했고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었다.
�주문했던 메뉴
Tataki D'Atum
Lascada de Bacalhau c/ Broa e Grelos
Polvo à Lagareiro
주소 | R. das Flores 306, 4000-069 Porto, Portugal
영업시간 | 일~목 12pm~11pm 금~토 12pm~12am
전화 | +351 22 099 7140
홈페이지 | 페이스북
이곳 Taberna dos Mercadores(타베르나 두스 메르카도르즈)는 나 역시 구글맵에 핀을 꽂아 두었던 곳이었다. 한국인에게도 꽤 유명한가 보다. 오픈하기 전부터 줄을 서 있었다. 잠깐 바틀샵을 구경하고 온 사이에 어느새 긴 줄이 만들어져 있더라. 오픈을 알리기 위해 매장문을 열고 나오시던 사장님은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좌석이 많이 없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질 거라고 공지를 하자 앞서 있던 사람들이 조금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을 기다려 입장했다. 본래 3명이었는데, (호스트와 나를 제외하고 1번 레스토랑과는 다른 멤버) 물갈이를 하시는지 속이 좋지 않다고 약속시간 직전에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데, 앞에서 대기하시던 분이 한국분이었다. 다시 3명이 된 덕분에 레스토랑 입장도 더 빨라질 수 있었다. 자리도 키친 바로 옆으로 여유 있는 자리였다.
타베르나 두스 메르카도르즈는 퍼포먼스가 좋다. 유명한 메뉴 중 하나는 씨배스(Sea Bass), 농어 구이로 굵은소금으로 뒤덮인 상태로 등장하는데, 불이 붙어서 나온다. 말 그대로 불쇼다. 소금층을 제거하고 살을 발라 접시에 하나씩 올려주신다. 나의 접시로 착착 구운 브로콜리와 감자까지 서빙해 주신다. 살이 꽉 찬 농어, 도미회로 먹어본 적이 있으려나? 익숙한 생선은 아닌 느낌이다. 메뉴 이름은 Seabass / Seabream saltcrusted(Robalo / Dourada assada em crosta de sal)
또한, 유명한 요리가 오븐 문어밥, Octopus and its rice in the oven(Polvo com arroz assado)이다. 얼마 만에 먹는 쌀인지 모르겠다. 우리 조선쌀과는 모양이 다르다. 가늘고 긴 스타일이다. 오븐에 구워져서 바싹하게 누룽지 먹는 기분도 들어 재미있는 요리다. 그리고 익숙하고 편안한 맛이었다.
'Shrimp in frying pan'이라고 영어 메뉴판에 쓰여있던 감바스(Gambas) 역시 불쇼를 선사해 주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자주 등장하는 요리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문어 샐러드, 아삭아삭 양파 등 채소가 씹히는 식감이 참 좋다. 올리브 오일은 정말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 이베리아 반도의 요리들이다.
1시간 대기는 아마도 2달 동안의 이베리아반도 여행 중 최장 기록일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만족감을 준 식사였다. 여행의 묘미일까? 처음 만난 사람들과 기분 좋게 식사하고 각자의 여정으로 다시 떠나는, 흥미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호스트셨던 한 분은 이틀 연속이었지만 말이다.
�주문했던 메뉴
Robalo / Dourada assada em crosta de sal(Seabass / Seabream saltcrusted)
Polvo com arroz assado(Octopus and its rice in the oven)
Shrimp in frying pan
Octopus Sal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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