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요우 Dec 21. 2021

유리알 마음

쏟아내기

"뭐가 문제인지 얘기해봐. 말을 해야알지."

  무표정한 중년의 아저씨가 젊직원을 앞에두고 메마른 어조로 묻는다. 실례인줄은 알지만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자연스레 귀가 응한다. 그녀의 문제는 회사내 팀원간의 갈등으로 마음이 상했다는 것과 같이 일하기 힘든 부분을 사가 고려 주었으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마주치지 않을 자리 재배치와 동선의 정리, 명확히 분리된 업무의 분장을 원하는 것이리라.

  예상컨데 그녀는 최소한 1분기 정도는 틸 것다. 체념과 포기가 아닌 양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니까.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에 원하는 바간절히 늘어놓는 것일테니까.

  종류의 상담을 꽤 해온 나로서는 감히 그녀의 앞날조심스레 예해본다.

 

   단지 선배라는 이유로 오지랖이 넓지도 않은 내게 후배의 고민 상담이 들어왔었. 나는 조금이라도 회사를 더 다닌 경험치, 나이에서 오는 인생의 무게를 앞세워 도움을 주고자 했다. 막임감가지고 얽힌 실타래처럼 여있는 문제점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 풀어주고 했다. 온갖 인간 군상 집합체를 견뎌내 요령, 참고 인내하는 미련함 따위를 설파했다. 나름의 위로와 공감, 그리고 해결 방안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건데 그녀들의 마음속을 적절하게 훑고 씻겨줬는지는 의문이다.

솔로몬과 황희 승의 지혜를 발휘하고 싶었는데 개주의인 관에서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했던것은 아었을지 반성해본다.

  사실 나역시 그녀들이 했던 고민들-퇴사 여부, 사람들간의 상처와 갈, 업무의 과부에 대해 같은 고민을 했었다. 스스로도 미처 해결하지 했으면서 마치 다 안다는 듯 어줍지 않은 위로를 건네고 무사히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고문을 덮어고  해주었다. 내가 감당해야  몫 버거움 내려놓지 못한 타인의 고민 들어는 것이 가당키나 했을까?

  사람의 감정은 꽤 주관적인것이라 전달하는 입장에 받아들여지 입장을 고려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수정도에 간극이 존재한다. 곡해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내면의 고민을 터놓는데는 상당 용기가 필요뿐만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일수준 이상의 신뢰가 없이는 불가하다.

그런점에서 현명한 조언은 건네지 못했지만 간절하게 다가와 서툰 다독임에도 고개를 주억거려준 그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적어도 그 순간 그들은 내게 기대어 있었고 나는 최선을 다하려 했으니까. 

아마 그녀들은 이미 답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지 부당함을 하소연하고, 억울함을 호소할 언니같은 존재가 직장 내에 필요했 것이리라.


  회사 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는 업무 외적으로도 친해지길 바라는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있었다. 선후배를 떠나 도움을 주고 곁에 가까이 하고 싶은 정성을 깃들이고픈 사람들이 있었다.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나 개성강한 사람들이 많은 조직에서 그림자처럼 후면에 가려있던 마음이 부드럽고 심성이 유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무겁고 탁한 공기의 흐름 속 기계음처럼 차가운 마우스의 딸각 소리,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전화벨 소리, 드잡이하듯 앙칼진 논쟁 소리로 가득찬 사무실에서 그들의 따스한 눈길과 부드러운 미소가 큰 위안과 안정을 주었다. 마음에 독기를 품은듯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연약한 듯 유리알 마음을 가진 그들의 존재는 보도 블럭 사이로 비집고 나온 민들레처럼 특별하고 소중다.

  그들은 우아한 업무 스타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기도 했다. 사전에 고민을 충분히 한 뒤 번복을 최소화해 속전속결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다. 간혹 불공정하거나 어쩔 수 없는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때면 팀의 의견을 경청했고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미루거나 기한을 놓치지 않는 철두철미한 성실성과 팀원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심이  들의 특징이었다.

시크함과 도도함, 까칠함이 멋짐의 표상은 아닐진데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종종 그에 가려지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팀의 사기를 높이고 일의 전척에 효율성을 높이는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도 원래는 그런 그녀들과 같은 과였다. 유리알 마음을 지니고 싫은 기색 못하고, 유관 부서와 의견이 다를때면 기분이 상하지 않게 우회적으로 장을 개진하고, 협업하는 부서에 조금이라도 폐를 끼칠 것 같으면 솜방망이질치듯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나의 일은 부드럽고 말랑한 마음만 장착해서는 진행하기 힘든 구석이 있었다.(고 주장해본다) 업무의 특성상 사전 작업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미에 방지해야 하기에 사후 처리에도 꽤 비중을 두어야했다. 극히 미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짚어내야했기에 까칠하고 예민한 마음을 장착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해본다). 트집에 가까운 억지를 부리며 지한 열정을 바쳐가며 점차 회사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반문했다. 변질되어가는 나, 아닌척 살아야 하는 나 자신에 대해 신물이 나고 염이 느껴졌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내적 갈등이 밀려왔다.

  회사를 나오고 보니 내려놓고 살아도 별 문제가 없었다. 독하게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중요한 것이 아 것은 그냥 지나쳐도 되었다. 얼마나 적중률 높은  자인을 했는지, 얼마나 완성도있게 품평회를 마무리했는지, 얼마나 빨리 승진하고 높은 연봉을 받았는지는 중요한 문제였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아니었다.

정작 소중한 것은 함께했던 들과의 관계였다.

  

  금은 주 52간 근무체제가 자리잡히고 수평적 직장 문화가 확산되었다. 재직했던 곳들은 창의성이 중시되는 업종인데다 여성 재직 인원과 임원 비율이 은 곳기에 비교적 순탄하게 바뀌었을 것이다. 구조적인 문로 도제급으로 차근차근 형성되었던 사내 문화는 코칭을 기반으로 한 부드러운 흐름을 타고 변화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시대의 타이밍에 맞춰 지금 협업해서 일했더라면 어땠을까. 근간이 흔들림없이 우직하게 나아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작가의 이전글 합리적 소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