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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손과장 Jul 12. 2021

with 코로나 시대, 팬데믹의 윤리학

교토대학 온라인 강좌 <멈춰서서, 생각하다>

with 코로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코로나가 없던 시절을 떠올리기가 더욱 힘들어진 요즘, 잦아들 만 하면 기승을 부리는 바이러스의 위력에 다시 한 번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코로나가 막 확산되기 시작하던 때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했다면 이제는 'with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되는 때가 되었다. 팬데믹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변화보다도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으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다양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좌표축'이 있었으면 하는 사회적 요구에 응하여, 2020년 이맘때, 일본의 교토대학이 열었던 온라인 강좌가 있다. 강좌의 이름은 <멈춰서서, 생각하다>. 교토대학은 매주 토요일, 누구나 접속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강좌를 공개했다. 철학, 윤리학, 인류학, 문화심리학, 인지신경과학, 영화학 등 인문사회 학문의 전문가들이 1시간 씩 강의를 진행했다.  

왜 인문학인가

팬데믹 시대에 바로 도움이 되는 실용 학문도 많이 있다. 하지만 실용 학문이 아닌 인문학 강좌가 열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교토대학 인사미래형발신유닛(人社未来形発信ユニット, 인문 사회과학을 미래 방식으로 발신하기 위한 교토대학 내 기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며 '제안하는 인문학'을 표방함)의 장을 맡고 있는 데구치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 우리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사고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 국면에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새로운 사회나 사고 방식, 살아가는 방식을 그려내기 위한 기본적인 사고 방식이 되는 좌표축을 함께 배워나갔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솔루션을 찾아내기 위한 벡터를 그리기 위해서는, 우선 좌표축을 배울 수 있도록 인문사회학의 커리큘럼을 짜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근간을 지탱하는 '지(知)의 기법'을 갈고 닦는 것. 사실 이러한 니즈는 팬데믹 이전부터 기업의 경영층에서 먼저 관심을 가지고 요구한 것이었다. 대기업의 CEO나 경영진이 철학을 배우고 싶다며 교토대 철학과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AI의 등장이나 디지털 혁명으로 종래의 비즈니스 모델이 통용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일본의 경제적 위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경영진이 실용 학문이 아닌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데구치 교수에 의하면 NTT는 차세대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IOWN(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을 구상하면서 인간의 살아가는 방식, '자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돌아봐야 했다고 한다. NTT와 HITACHI, 교토대학은 이를 주제로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철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힘입어 이러한 공개 강좌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강의 목록>

시리즈 강의

철학: 자기란 무엇인가: '우리로서의 자기'와 After 코로나

환경사: '재해'의 환경사(環境史): 과학기술사회와 코로나 사태

윤리학: 팬데믹의 윤리학

지역연구/미디어학: 미디어와 커뮤니티-동남아시아에서 생각하다

릴레이 강의

임상심리학: 코로나의 개입과 마음의 고층(古層)

인지신경과학: 도덕적 의사결정의 심리학

공중정책: 코로나 후의 사회 전망-분산형 시스템으로의 이행과 '생명'의 시대

현대사회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현대문명

영상/미디어학: 코로나 사태가 만들어낸 영상


팬데믹의 윤리학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가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시리즈 강의 중 하나인 <팬데믹의 윤리학>이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다. 각각 1시간 씩 진행된 총 5번의 강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Intro: 팬데믹과 윤리학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격리의 문제

인공호흡기를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가

자숙인가 강제인가

포스트 팬데믹의 세계


강의는 윤리학 및 근대영미윤리사상사를 전공한 고다마 사토시 교수가 진행했다. 고다마 교수는 윤리학 중에서도 공중 위생에 대한 윤리학을 주로 연구한 전문가로, 팬데믹의 윤리학에 대해 다룰 수 있는 적임자였다고 생각한다. 강의는 ‘팬데믹이라는 위기는 의학을 비롯한 과학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철학/윤리학과 같은 인문사회과학적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팬데믹 시대에 윤리학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음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다.

긴급사태선언에 따른 외출 자제/휴업 요청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의 정박 문제

인공호흡기나 백신의 분배 문제


고다마 교수는 '위생'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역사부터 전염병의 역사, 공리주의 개념을 차례로 다루며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들을 제시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핸드폰을 봐도 될지, 자가용을 운전하면서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지, 생 간을 음식점에서 팔아도 되는지 등, 실생활 속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문제들을 통해 사회적 이익과 개인의 자유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결국 팬데믹의 윤리학은 ‘공중 위생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가?' 압축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고 가장 높은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의 한국을 생각해도, 팬데믹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 외출  모임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 백신을 누구부터 맞힐 것인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없을 것이다. 강의 제목처럼 한 번은 멈춰서서 생각해 볼 때가 온 것 같다.


교토대학 <멈춰서서, 생각하다> 강좌는 작년에 열린 이후로 반응이 좋아 올해 3월, 시즌 2가 열렸다고 한다. 시즌 1 강의를 들어보고 나면 시즌 2 강의도 들어봐야겠다. <멈춰서서, 생각하다> 전 강좌는 유튜브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단 일본어로만!(영어로도 번역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https://youtu.be/UL14YlKEg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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