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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화창하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차를 타고 일을 가던 중 나도 모르게 서러웠다. 지금까지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내가 가여워서였을까. 가족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나 서러웠을까. 이민자 가족의 장녀로 살아온 나는 어린 나이부터 어른이 되어야 했다. 나도 잘 모르는 언어를 나의 부모를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고, 나의 부모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대신 도맡아 해야 했다. 나의 부모가 이 머나먼 땅에 온 것은 나를 위한 것이려니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늘 부모의 짐이라 생각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고생스러운 일들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기에 나는 딸로서 자식으로서 충분히 열심히 살아주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곧 엄마가 될 나에게 누군가는 말했다. 그의 엄마는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자식을 키우던 그 때라고 하셨다 한다. 나는 안다. 우리 엄마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나를 키우던 때가 아니라는 걸.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게 무슨 행복이고 즐거움인가라고 생각했다고. 그 말이 참 아팠다. 나는 곧 태어날 나의 아기를 낳고 키우는 그 순간이 내 삶의 전부일 것만 같은데. 내가 부모의 짐이라 여겼던 그 말이 증명되는 것만 같아 서글펐다. 왠지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