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피고한 한국인
不行
"안됩니다"
당황스럽다. 안된단다. 부장이 뭘 시켜도 그냥 안된단다. 자신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그냥 안 되는 거다. 한국이라면 일단 '하는 시늉'이라도 해보고 정말 안되면 이런저런 사유를 들며 "이렇게 노력해도 안되는데 계속 진행할까요?" 간접적으로 설득하겠지만 중국에는 그런 게 없다. 내가 안 되는 그냥 안 되는 거다. 중국 직원들은 '눈치'릉 보디 않는다.
没办法
“방법이 없어요"
억장이 무너진다. 중요한 일을 빨리 추진하고 싶어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버린다. 나는 그 직원을 보며 "뭐, 이런 직원이 다 있지?" 생각하고, 그 직원은 나를 보며 "뭐, 이런 부장이 다 있지?" 생각한다. 할 방법이 없는 데 그럼 뭐라고 답하나요? 참 솔직하다. 너무 솔직하다.
不好意思 vs. 对不起
한 일 중에 잘못이 있어 지적을 해도 "不好意思"라고만 대답하지 "对不起"라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不好意思는 송구스럽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뜻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폐를 끼쳤으니 내가 계면쩍다는 뜻이다. 반면 对不起는 내가 잘못했으며 그래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는 뜻이다. 혹자는 문화대혁명 영향으로 중국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생겼다고 해석한다. 이유가 어쨌든 중국에서 사과하는 말을 듣기는 쉽지 않다.
중국 관리자의 처세술
문화 차이로 이를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한국 방식을 강제로라도 교육을 시켜야 하나 헷갈린다.
그런데 살펴보면 모든 중국 직원들이 그럴지는 않다. 중국인 중간 관리자들은 한국 문화를 알고는 한국인 상사가 말하면 일단 "해보겠습니다" 대답한다. 하지만 나중 따로 불러 얘기해보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냥 공식 회의 자리에서는 된다고 말하고 슬쩍 넘어갔음을 알 수 있다. 안돼도 된다고 말하는 중국인. 한국 기업에서 나름 성공한 중국 중간 관리자들의 처세술이다.
피곤한 한국인
한국 주재원들은 위에서 말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서 중국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없어", "적극성이 부족해" 평가한다. 이런 말을 듣게 되냐면 중국 직원들은 솔직함이 죄냐 억울해할 테다.
반면 중국인의 머릿속에 한국인은 참 피곤한 사람들이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된다고 거짓말을 한다. 자기 생각이 없고 상사의 생각만 맞다고 하는 예스맨들이다. 술을 마실 때도 돌려마시고, 복도에서도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엘리베이터에서도 상사가 내리기 전에 내리지 않는 이상한 습관을 가진 종족들이다. 대충 글로 쭉 쓰면 될 것 같은 보고서를, 각종 그림과 도표를 넣어 필요 이상으로 예쁜 PPT를 만들고 단어 표현 하나하나를 결정하기 위해 야근을 마다 않은 효율성 떨어지는 민족이다. 안 중요한 예절과 형식으로 스스로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피곤한 사람들이다.
안된다는 중국인, 피곤한 한국인. 나는 그 중간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