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중국 사회주의는 문화대혁명 등을 통해 '구관습'을 타파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인 생활 속에는 과거 유교 문화가 남아 있다. 예의를 차리고, 체면을 중시한다. 자신을 과시하기보다는 우선 낮춘다. 우리가 익숙한 예의, 체면, 겸손의 문화이다.
다른 점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눈에 들어온다. 옆에 사람이 있든 말든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침을 아무렇게나 뱉고,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자신감 있는 모습'이 불편하다. 도로의 차들은 앞 차 운전자의 시야를 고려하지 않고 하이빔을 내내 켜고 신나게 달린다. 우리 기준으로 다른 사람에 배려가 부족하다. 중국인은 우리보다 남의 행동에 '관대'하다.
먼 권력 거리
중국은 '간부'에 대한 존중 문화가 강하다. 한국은 연장자에 대한 존중 문화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중국에서는 나이보다는 조직에서의 직책, 직위 등 타이틀이 더 중시된다. 한국 회사에서 나이 어린 사람이 상위 직급자가 되면 나이 많은 부하 직원은 불편해하고 조직 문화도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중국인은 이런 나이, 직급 역전을 한국인보다 더 잘 받아들인다. 대신 중요한 결정은 링다오(상위 직급자, 领导)가 하기 때문에 나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 한국이라면 인사 카드에 '책임감 부족'이라고 기록되기 딱 좋다.
부자에 대한 질투심도 한국보다 덜한 듯하다. 높으신 간부, 돈 많은 부자들은 나와 다른 신분임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주재원 간 공산주의를 택한 중국은 불평등을 이리 잘 받아들이고, 자유 민주주의를 택한 한국 사람들은 불평등에 격렬히 저항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직설적인 중국인
중국에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지만 그렇다고 '할 말'을 안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는 가끔 너무 직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당 종업원은 앉을자리가 없으면 다 먹은 고객 자리에 가 정직하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전한다. 식당에 오늘 제공 불가능한 메뉴를 시키면 전혀 미안하지 않은 눈빛으로 "없어요" 대답한다. "손님, 죄송하지만.." 사과 표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뿐이 없다.
직원들도 업무 지시가 많다 생각되면 "업무량이 많아서 무얼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한국이라면 "쟤, 4차원이네" 험담 대상이 되기 충분한 상황이지만 이런 직설적인 표현은 문화 차이로 이해하고 지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솔직한 모습을 탓하는 사람은 좋은 관리자가 아니다.
불손함에 대해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여 조사 중인 건이 있다. 누가 보아도 업무상 처리가 미흡했음이 명확한 상황이다. 관련 부서에 업무 개선을 지시하고 관련 직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금요일 조사 결과를 법인장 보고하고 토요일 아침 가족과 함께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 메시지가 하나 왔다.
발신자는 조사를 받은 직원 중 하나였다. 어떻게 조사 내용을 전해 들은 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으며, 부장이 이해가 부족한 것 같으니 경제학 공부를 더 하라는 내용이었다. 기가 찼다. 이건 직설을 넘어 개념 상실이다. 부적절한 시간, 내용, 방식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만 우선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직원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문자로 설명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경제학 이론에 따른 독과점 구조에서는.." 상대방의 논리를 이용하여 그 직원의 비판에 반박했다. 인신공격성 메시지에 이런 정식적 대응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다음에도 이래도 되겠구나' 오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같은 방식의 감정적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회신은 했지만 이는 분명 회사 내 역할, 직책을 무시하는 도를 넘는 행동이다. 이를 가만히 두면 위험하다. 불손한 문자 하나에 머리가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