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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Oct 11. 2022

D+246 같은 듯 다른 중국어 성어

한자어


한국과 중국은 많은 문화를 공유한다. 대표적인 예가 한자 사용이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중 57%, 표제어 명사 중 81%가 한자어라고 한다.


사자성어의 사용도 마찬가지다. 한국인, 중국인 모두 '있어 보이는' 성어 표현을 즐겨한다.


특히 중국인의 언어생활 중 성어 사용 비중은 무척 높다. 성어를 적재적소에 얼마나 잘 쓰느냐를 보고 그 사람의 '문화 수준'을 평가한다. 정부 행사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성어 사용이 특히 많다. 외국인이라면 행사를 주도하는 사회자의 멘트를 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진퇴양난, 일거양득, 백문이불여일견 등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성어 표현들이 중국에서도 그대로 쓰인다. 반면 일부 성어들은 한국과 중국에서 쓰임이 다르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지피지기백전불태 知己知彼百战不殆


손자병법 원문은 불태(위험하지 않다)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어찌나 이기기를 좋아하는지 한국에서는 백전백승으로 쓰인다.


전쟁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다. 고대 전쟁은 지배자, 노예의 삶을 갈랐다. 전쟁에 있어 압도적인 승리를 하는 것, 완벽한 패배(멸망)를 피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중요할까? 무엇을 주요 목표로 해야 하는가?


손자는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전략보다, 백번 전쟁 중 한 번이라도 위태롭기 지지 않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 강변했다. 일확천금이 가능한 대박 전략보다는 멸망하지 않는 Risk 관리가 더 중요하다. 개인 투자,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책임 있는 가장, 회사의 CEO라면 파산을 무릅쓴 대박 성장 전략보다 환경 변화를 주시하며 파멸적 위험을 관리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


양 잃고 외양간 고친다 亡羊补牢


한국에서는 소 읽고 외양간 고치지만, 중국에서는 양 읽고 외양간 고친다. 농경민족인 한韩민족에게 소가 가장 중요했지만, 농경민족과 유목민족이 어울렸던 한汉족에게는 소보다는 양이 대표 동물로 인용되었다. 중국 역사를 보면 국력이 짱짱했던 나라들은 대부분 북방 유목민족(당, 원, 청)이었다. 한족이 세운 송나라는 너무도 문약해서 거란, 여진, 몽골에게 돈을 주고 평화를 샀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중국어 표현에는 유목 민족의 영향이 종종 보인다. '금방' 온다를 '말을 타고'(马上) 온다라고 표현하고, 자동차 유턴을 '말머리를 돌린다'(调头)로 표현한다. 한국에서는 농사를 돕는 소가 중요하지만, 중국에서는 털과 고기와 양유(羊乳)를 주는 양이 더 중요했다.


새옹실마塞翁失马


'변방 마을 노인이 말을 잃어버렸다'로 시작하는 새옹 할아버지 스토리는 한국, 중국에서 모두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이를 새옹지마로 표현하지만, 중국에서는 새옹실마라 한다. 한국은 행운과 불운 전체 스토리를 고려하여 새옹지마로 표현하지만, 중국에서는 이야기 맨 앞 말 잃어버리는 장면을 중심으로 새옹실마로 표현한다.


청출어람이승어람青出于蓝而胜于蓝


푸른색은 쪽(풀)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청출어람 청어람으로 풀 색에서 나온 푸른색이 '더 푸르다'로 시적으로 표현했다. 문법적으로 보면 앞의 청은 파란색이라는 명사, 뒤의 청은 푸르다는 형용사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뒤를 승어람, 즉 파란색이 풀 색을 이긴다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푸른색은 풀 색에서 나왔지만, 결국 풀 색을 이긴다. 뜻은 서로 같다.


삼고모려三顾茅庐


한국에서는 삼고초려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는 삼고모려라고 표현한다. 한국에서 초가집을 초려草庐라고 표현했는데 정작 중국에서는 초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어로 초가집은 모려茅庐 또는 초당草堂이나 초방草房이라고 부른다. 원문이 '三顾臣于草庐之中'이라고 하니 한국에서 원문을 더 잘 살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참고

 : 국어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

 : 三顾茅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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