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검 Oct 18. 2022

D+254 중국 무시

확증편향과 정신승리에 대한 불편한 반론

차이 나는 차이나?


중국에 살다 보면 중국의 발전상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국보다 편한 핸드폰 결제, 물 한 통도 저렴하게 배송되는 효율적인 인터넷 상거래과 물류 체계,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공유 택시가 있다. 전기 자동차와 오토바이, 드론, 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정부는 주도적으로 선진적인 공급망 생태계를 조성한다.


반면 한국에 있는 친구, 회사 동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네가 중국 사람 다됐구나”, “차이나가 그래 봐야 차이나지” 핀잔만 듣기 일쑤다. 나는 입을 다문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름은 인플레이션 방지법, 실상은 ‘중국 배제’를 위한 법을 만들어 실행 시작한다.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빼내겠다는 의도다. 미국도 두려워하는 중국을 한국만 무시하고 있다.  


그땐 몰랐다


며칠 전 회사 전 세계 해외법인 영상회의가 열렸다. 한국 기업이 어떻게 글로벌 경영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다.  


모든 산업 분석에 중국이 빠지지 않는다. 거시경제, 산업 공급망, 수요 분석 등 곳곳에 중국이 빠지지 않는다. 최근 한 중국 업체가 동남아에 준공한 대규모 생산시설이 우리 회사를 포함해 전 세계 경쟁사를 크기와 원가로 압도하며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크기로 안되니 니치 마켓에(소규모 차별화 시장) 집중해야 한다는 한탄이 나온다.


회의를 주재하는 고위 경영자는 자신이 수년 전 그 동남아 국가에 근무했을 때 어떤 중국 업체가 섬 속에서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었을 때 관련 소문을 들었다 한다. 그때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이 짓는다는데 나중에 그 공장이 돌아가겠어요?”라며 비웃었다. 그 공장이 무얼 짓는지, 생산능력이 얼마인지 더 자세히 알아본 사람이 없다. 이제와서는 그땐 그걸 몰랐다며 한탄한다. 그 공장이 지금 우리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화장기 없는 중국 여걸들


며칠 전 투자 사업 관련하여 중국 국유기업 담당자와 회의를 했다. 중국 기업에서 나온 세 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우리가 아쉬워 그쪽 설비를 일부 사거나 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희는 이 가격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상대방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다 수차례 난색을 표했지만 소용없다. 상대방 담당자는 이 가격이 나온 로직 등 산출 근거를 당당히 설명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 대충 묶은 머리, 한국에서라면 비즈니스 캐주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옷을 입은 세 여걸들에게 우리는 매달리고 있다.


本事


주말 집 앞에서 중국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본다. 우리 나이로 6살쯤 되어 보이는 한 여자 아이가 여러 남자아이를 제치며 축구공을 치고 나간다.


“有本事 抢我的球”


그 여자 아이는 능력 있으면 내 공을 빼앗아보라 자신만만이 외친다.


本事, 본래 그 일을 잘하기 위한 능력. 우리는 중국인의 옷차림, 생활 매너, (우리가 싸다고 수입하는) 중국산 저가 제조품을 보고 중국을 무시한다. 우리는 중국을 무시할 만큼, 그렇게 넉넉히 중국을 이길 수 있는 本事를 가지고 있는가? 미국도 두려워하는 중국을 왜 한국만 무시하고 있는가.


확증 편향과 정신 승리


한국 뉴스에서 중국 선도기업의 실력(本事)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우리를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 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보도를 찾기 어렵다. 일부 사회 무질서, 법규 위반, 비위생 사례를 확대 보도하며 “중국이 원래 그렇지 뭐” 이미지만 확산시킨다. 이런 뉴스만 양산되는 데에는 그런 뉴스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반 대중이 있다.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심리를 확증 편향이라 부른다.


중국 작가 루쉰은 아Q를 통해 실력은 없고 체면만 있는 중국인의 정신승리법을 비판했다. 한국인은 무질서 중국인, 싸구려 중국 제품 이미지만 강조하며 아직도 중국을 무시한다. 대한민국은 “대단한 중국”, “앞서가는 중국”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중국을 무시하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구한말 척화비 세우던 대원군이 생각난다. 그때 대원군은 중국을 너무 믿었고, 지금 우리는 중국을 너무 무시한다. 미중이 대놓고 한 판 대결 하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생존을 논해야 한다. 객관적 현실 인식과 분석 없이 올바른 생존 전략이 나올 수 없다. 한국인의 확증 편향과 정신승리 이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