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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16. 2023

[서평] 클루지 / 개리 마커스

- 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똑똑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식을 많이 소유한 것? 공부를 잘하는 것? 아니면 이해력이 출중한 것?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정의 또는 저마다의 정의가 존재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똑똑하다는 것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또 한 번 질문을 할 수 있다. 올바른 의사결정이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올바른 의사결정이란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오류를 범하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행하고 축적시킬 때,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올바른 의사결정은 생존과 안위에 아주 중요한 일인 셈이다.



   하지만  (클루지) 저자 개리 마커스는 '인간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있는 존재가 아니며,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오류를 범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신체와 마음은 '클루지'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선 '클루지' 극복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ㅣ클루지란?



   클루지란 '서투른 또는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완벽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적당한, 불완전한, 결함이 있는 해결책을 말한다.



   앞서 저자(개리 마커스)가 주장했듯이, 인간의 신체와 마음은 클루지로 오염되어 있다. 특히 신체는 불완전한 것들로 가득한데, 망막의 위치, 기둥이 하나만 있는 척추, 썩는 치아와 사랑니의 존재 등, 별로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몸에 과부하만 증진시키는 비효율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점이  아이러니하다. 만약 인간의 신체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면 신체의 기관들은 기능에 있어서  최적화되고,  효율적이고,  완전해야 하지 않나? 진화를 했다는 것은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며, 생존과 안위를   확보할  있는 상태를 가졌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최적화는 진화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진화 속에서 생길 수 있는 결과일 뿐이다. 결함처럼 보이는 몇몇 것들은 실제로 유익한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결함들은 정말로 최적 수준 이하의 것이며, 그저 진화가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되는 것일 수 있다. p25



   하지만 진화라는 것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진화심리학자마다 의견이 갈리긴 하지만, 저자의 입장에 따르면, 진화는 이전에 진화한 것의 제약을 크게 받는다. 즉, 이전의 진화가 최적화된 진화가 아닐지라도 그것을 리셋하지 않고 기존 진화의 산물에 수정을 가하면서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진화의 관성'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마음(또는 정신) 그리고 그로부터 탄생한 언어, 문화, 사고력 역시 진화의 관성에 따라 기존 진화의 산물 위에 세워진 것이다. 기존 진화의 산물은 인간의 마음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왔다.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형성될 , 기존 진화의 과정이 수행한 역할과 제약을 고려하지 않을  없는 것이다.



   이제 클루지의 개념과 인간의 신체와 마음이 왜 클루지의 영향을 받는지 대략적인 설명은 끝난 것 같다. 다음 파트에서는 클루지를 구분하는 두 체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진화는 궁극적으로 완벽의 문제가 아니다. 적당히 만족하기다. 즉, 적당히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의 문제인 것이다. p28






ㅣ반사 체계와 숙고 체계



   이 책(클루지)에서 가장 중요한 구분은 반사 체계와 숙고 체계의 구분이다. 클루지가 이 두 체계의 간격으로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사 체계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빠르고 자동적으로 전개되는 체계. 반사 체계는 진화적으로 오래된  체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로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계단에서 떨어질 위험이 있을 , 반사적으로 난간을 잡는 행위는 반사 체계가 작동한 결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사 체계가 아주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진작 소멸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반면에 숙고 체계는 어떤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살피며 심사숙고하여 판단을 내리는 체계. , 논리와 사고 활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숙고 체계는 반사 체계보다 훨씬 늦게 생겼다. 때문에 숙고 체계의 지배력은 반사 체계보다 미미하며, 반사 체계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다. (진화의 관성 때문)



   , 그럼 저자가 말하는 6가지 클루지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반사 체계와 숙고 체계의 구분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6가지 클루지

- 기억, 신념, 의사결정, 언어, 행복, 마음



    번째 클루지는 맥락과 기억이다. 인간의 기억은 맥락에 의존하는 맥락 기억을 지닌다. , 기억하기 위해 맥락이나 단서를 사용한다.(반면에 컴퓨터는 주소에 위치한 기억을 인출하기만 하면 된다) 맥락 기억은 기억에 우선순위를 매긴다. 그래서 자주 일어나거나 필요로 했던 , 또는 유용한 것을 빨리 불러낼  있다. 다만, 단서를 중심으로 기억을 인출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지며, 그래서 혼동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맥락 기억에 의존하는 것일까? 선조 시대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선 언제나 즉각적인 결정이 필요했다. 그렇다 보니 정확성보다는 속도를 중시하는 기억 체계가 발달하게 되었다. 맥락과 빈도와 최근도는 기억을 조정하기에 적합한 강력한 도구였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은 정확성보다는 속도를 중시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오염된 신념이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지 못하며, 우리가 부적절한 정보 - 예를 들면, 심미적 요인, 기억, 확증편향(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임), 동기에 의한 추론(좋아하는 것보다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더 까다롭게 따지는 경향) - 등의 영향을 얼마나 크게 받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 이유는 애당초 신념이 지각을 위해 사용되던 기제로부터 진화했기 때문이다. 선조 시대 사람들은 특정 신념이 올바른지 그른지 숙고하고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 거대한 매머드가 코앞에 있는데, 직접적인 감각을 통해 반사적으로 행동해야지 어떤 길로 도망가야 효율적일지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세 번째는 선택과 결정이다. 알다시피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뇌는 돈보다 먹는 것에 탐닉하고, 이성보다 감정에 의존하는 선택을 하며, 미래보다 현재를 훨씬 더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진화가 주로 순간을 살아가는 생물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반사 체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소리다. 따라서 장기적인 전략 수립, 합리적 사고 같은 숙고 체계의 행위들은 진화의 관성에 따라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순간적이고 단기적인 유혹에 굴복하는  나태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화적 산물인 셈이다. (고로 다이어트에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자(?))



   그렇다고 반사 체계가 무조건 비합리적인 선택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것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숙고 체계보다 더 뛰어난 선택과 결정들이 존재한다. 아예 무쓸모 했다면 진작 멸종되었을 테니까.




매우 빨리 내린 결정도 
의식적이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만큼이나 
모든 면에서 훌륭할 수 있다

-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






    번째 클루지는 언어다. 인간의 언어는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온갖 결함과 단점들이 존재한다. 단어들의 애매함은 물론이고, 비효율적인 중복 표현들이 난무하며, 막연함의 문제가 시도 때도 없이 존재한다. (이것은 언어가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생물들의 내면 작용도 함께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66))



   이처럼 언어가 총체적 클루지인 이유는 호흡, 발성, 조음 등 우리 선조들이 소리 내는 방식과 우리가 이상적으로 소리 낼 수 있는 방식 사이의 간극이 있기 때문이고, 인간의 단어들이 영장류의 세계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며, 우리의 결함 많은 기억 체계가 위급할 때는 잘 작동하지만, 언어를 위해선 그다지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173)






   다섯 번째는 행복이다. 저자는 행복을 쾌락으로 정의한다. 쾌락은 인간이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쾌락을 추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쾌락을 과도하게 추구하여 자신의 생존과 안위를 위협하는 행동을 자처한다. 왜 그러는 걸까?



   그 이유는 대부분의 쾌락이 반사 체계의 영향 아래 있기 때문이다. 반사 체계는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회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당장 쾌락을 얻을 수 있는 행동들(담배, 게임, 마약, 섹스 등)을 숙고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진화는 우리가 행복하도록 우리를 진화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도록 우리를 진화시킨 것일지도 모르겠다. (225)






   마지막 클루지는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은 허약하다. 인간의 마음은 항상 산만하고, 오늘  일을 뒤로 미루며, 자주 붕괴한다. 아마  이유는 그러한 마음의 오작동과 정신장애가 진화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클루지의 징후 , 앞서 열거했던 클루지들이 마음의 오작동과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불안정한 토대를 형성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의 기억, 신념, 의사결정, 언어, 행복, 마음 등은 숙고 체계보다 먼저 형성된 반사 체계의 지배하에 묶여 있으며, 반사 체계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진화해왔다. 그래서 선조시대 때는 유용하게 작용했던 것들이 현대 사회에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숙고 체계를 미덕으로 삼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반사 체계와 공명하는 클루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저자(개리 마커스)는 인간의 어설픈 본성, 즉 클루지를 더 많이 이해하고 인정할 때,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작업들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우리의 신체와 마음 속에서 작용하는 클루지들을 발견하고, 저자가 말한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을 통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영위하는 현명하고 똑똑한 삶을 살아가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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