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리뷰 / 후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트위터, 유튜브, 틱톡, 구글, 디스코드, 클럽하우스, 슬랙, 링크드인 등등..
바야흐로, SNS의, SNS에 의한, SNS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 시대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이후로 내가 한 번이라도 사용했던 소셜 미디어가 자그마치 10개가 넘는다. 개수는 차치하고 사용시간을 살펴보면 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아이폰 스크린 타임에서 제공하는 나의 지난주 소셜 미디어 사용시간이 무려 12~13시간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내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소셜 미디어가 나를 사용하고 있다'라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게 할지, 인생의 몇 퍼센트를 자신들에게 바치게 할지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유혹의 미끼를 던진다. 그들은 그저 사용되길 기다리는 도구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목적이 있다.
페이스북을 처음 사용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아마 2011년 쯤이었던 것 같은데, 지인들과 실시간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용했었다. 나는 당시 페이스북을 하는 게 정말 재밌었고, 그 기능에 만족했다. 이런 SNS를 런칭한 마크 주커버그에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
하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의 목적이 단순 소통과 공유를 통한 유저의 만족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의 진짜 목적은 감시 자본주의다. 유저들의 행동을 무제한으로 추적하여 감시하고 그렇게 뽑아낸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말이다.
그리고 이 감시 자본주의 선봉장이 바로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들이다.
If you a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유저를 확보하고 유저의 사용시간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저가 많아지고 사용시간이 늘어나면 광고를 유치하기 용이해진다. 광고가 많으면 많을수록 소셜 미디어 회사는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유저가 곧 상품이 되는 셈이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자들은 2가지의 요소를 소셜 미디어에 주입한다. 바로, 설득의 심리학과 데이터다. 이들은 인간의 심리를 역이용한 설득 기술을 통해 유저의 행동을 조작한다. 새로운 정보를 계속 불러내도록 소셜 미디어를 디자인을 하여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또한, 유저가 클릭하고 접속했던 모든 기록들은 데이터화 되어 거대 IT기업들에게 전송된다. IT기업들은 데이터를 토대로 유저가 좋아할 만한 정보, 광고들을 계속 띄운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고, 행동한 유저의 데이터는 또다시 설득의 심리학을 강화하는 재료가 되면서 <소셜 딜레마>에 나오는 장면처럼 유저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정치적 분극화를 야기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소셜 미디어 탄생 이후로 중도파의 세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허위 정보로 이윤을 남기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일상화되었으며,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도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트위터에선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나 더 빠르게 공유된다고 한다. 지루하고 불편한 진실보다는 자극적이고 받아들이기 쉬운 거짓 정보들이 빠르게 퍼지는 것이다. 거짓 정보가 6배나 차이가 나는 속도로 전파되는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특정 단어에 대한 연관 검색어가 지역에 따라 다르게 추천된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를 검색했을 때,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은 기후 변화에 예민한 내용이 추천되고,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은 기후 변화에 덜 민감한 정보가 추천된다. 이처럼, 소셜미디어는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소셜 미디어를 악으로 규정하는 건 극단적인 생각이다. 기술 그 자체가 실제로 위협적이라는 게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끌어내는 기술의 능력과 사회의 어두운 면이 실질적인 위협인 것이다. 만약 사회가 자정 능력을 잘 갖추었다면, 기술이 야기하는 여러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 사회는 더욱더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셜 미디어는 유토피아면서 동시에 디스토피아다. 말 그대로 소셜 딜레마인 셈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인 사건이다. 때문에 기술의 진보가 마냥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기술의 진보에 도덕·윤리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요구한다. 오죽하면 소셜 미디어를 창조한 개발자들조차 소셜 미디어를 주의하라고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소셜 미디어의 폐해로 가득한 감시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소셜 미디어를 개발하는 개발자부터가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행동, 관심 등의 데이터를 채취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까를 목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개발해야 한다. (물론 소셜 미디어를 처음 개발했을 때 이런 목적으로 개발했겠지만)
유저들은 정말 가치 있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 탐닉하여 그것에만 자원을 쓴다면 그것은 기업만 이익을 보는 셈이며, 그들의 알고리즘에 지속적으로 사로잡힐 것이다. 또한, 계정을 삭제하는 것도 큰 효과가 있다. 대면한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니까.
어찌 됐든 소셜 미디어와 싸울 방법은 많다.
1. 알림 설정을 전부 꺼라
2. 구글 대신 콴트을 써라
3. 유튜브 영상 추천받지 마라
4. 공유 전에 팩트 체크와 소스를 검토해라
5.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얻도록 해라
6. 가급적 소셜 미디어를 쓰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