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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l 18. 2024

나, 여자 VS 남자

“척하면 척하고 알아야지. 한두 번도 아니고 나의 모든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남자. 한 번만이라도 알아주오.”

출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가사에 두 여자가 웃음을 터트렸어.

“아이고, 우리 집 남자는 말을 해도 해도 모르는데…”

강산이도 익숙하지?

천사표 활동지원사님!

뇌과학적으루다가 여자와 남자는 사고 구조가 다르다고 하잖아.

참고로 사부님은 완전 정석, 바른생활맨.

이따금 누나가 속상한 일을 토로하거나 울상이면 우리 활동샘은 찰떡같이 내 마음을 헤아려 주신단 말이야.

긴 말이 필요 없어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나가 어떤 지점에서 화가 난 건지, 서운한 건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위로해 주시거든.

그런데….

왜 같이 사는 남자는 아내 마음을 지독하게도 모르냐고.

우리 활동샘이 일찍이 장가가는 아들에게 당부하시길,

“아내가 좋아하는 걸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싫어하는 걸 하지 마. 그러면 돼. ”

 누나, 솔직히 애교도 없고, 여성호르몬이 결핍된, 그냥 여자 사람이라서.

형에게 미안한 지점이 없지 않지만….

 오늘 아침 우리 활동 샘 분기탱천하셔서,

“우리 집 남자, 정말 맛있는 걸 해주고 싶지가 않아. 도대체가 표현할 줄을 모른다니까.

내가 신경 써서 반찬을 해주면 매번 별 말도 없이 그냥 먹어요.

맛있다고 하라니까 글쎄 다 먹고 숟가락 내려놓으면서 ‘잘 먹었습니다.’ 그러는 거야.

내가 식당 아줌마냐고.

어찌나 짜증이 나는지….”

한참 웃으면서 듣다가 문득,

‘헉, 이거 내 얘기!’

진짜 딱 우리 집 식탁 풍경.

누나는 기본적으로 음식 타박하는 사람을 혐오해.

애써서 만든 사람 성의가 있는 법이거늘.

쓰다, 달다, 짜다 뭐 이렇게 토다는 사람들 너무 싫단 말이야.

근데, 문제는 긍정 표현도 잘할 줄 모른다는 것.

뇌와 혀가 동시 작동하는 말의 화신인 형이 하도 표현을 강조하여 나도 내내 스트레스받다가….

“잘 먹었습니다.”

그랬다가 욕을 바가지로….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인사를 해도 뭐라 하고, 안 해도 뭐라 하고. 진짜 살 수가 없네.

자기 원하는 워딩, 그 뉘앙스와 표정으로 듣고 싶으면 그냥 AI랑 살지. 왜 사람이랑 살아 가지고. ’

 분명 내게는 천사셨는데, 우리 활동선생님 남편에게 품은 불만이 내 남편 것과 일치하는 이 아이러니를 어찌하면 좋으리오.

“결과 말고 과정을 봐. 그리고 감정을 말해.”

매번 사부님께 그러셨대.

‘아! 나도 결과 말고 감정을 말해야 하는 건가? 그럼 같이 사는 사람 불만이 좀 가셔질까?

우리 집 남자는 진지한 것도 긴 것도 매운 것도 짠 것도 싫어하는데… ’

어렵도다.

그냥 생긴 대로 살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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