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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주 10시간전

도서관사람들

04. 반사신경

왜 그럴까! 내가 보기에는 비슷한 처지인데 그 할머니 참 고약하네. 

도서관의 열람실에는 8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이 5개 있다. 오늘도 노령 시대를 보여주듯 65세 이상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나는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테이블의 끝자리 얼른 자리를 차지했다. 중간에 끼이는 자리를 답답해하는 나는 늘 끝자리나 입구 쪽 자리를 선호한다. 옆자리는 팔순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었다. 너무 다소곳하게 책을 보고 있어 조심스럽게 책을 쌓았다. <스페인어 배우기>, 박완서의 <모독> 그리고 시집 한 권...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자리의 끝 쪽 자리에서 " 쿵, 툭" 하는 소리가 나자 할머니가 가 억센 소리를 내뱉다. 모두들 못 들은 척한다. 이런! 다소곳한 할머니라는 내 느낌에 오류가 생겼다. 나는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끝까지 밀어 할머니를 훔쳐보니 눈을 감고 졸기를 반복한다. 그러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위치에서 또 '쿵쿵' 하면서 물건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와 동시에 할머니는 할아버지 쪽을 향해 뭐라 뭐라 하면서 큰 소리를 친다. 학습실이 갑자기 시장통이 되는 순간이었다. 스틸 사진 같은 찰나. 그 누구도 이 소리에 반응하지 않아 사건이 아닌 찰나가 된다.

내가 보기에는 그 할아버지와 그 할머니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데 소리가 날 때마다 할머니의 타박이 반복됐다. 이와 동시에 열람실에는 몇 번의 아찔한 찰나가 더 지나다. 어찌 이 할아버지의 부주의함을 탓할까. 늙음으로 오는 현상을 어찌할까! 손과 눈은둔해지고 반사 신경은 이미 마이너스(-) 쪽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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