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비로운별 May 02. 2021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이젠 진짜 아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온 뒤, 성적이 형편없다 싶으면 집에서는 죄인 행세를 하며 잠시 방구석에서 근신(?)했지만 가끔 반항이랍시고 했던 말이 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그 당시에는 저 말이 꽤 일리가 있었다. 그만큼 성적이라는 것은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학생으로서 학업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기에.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좀 달라진 듯하다.




'학점 인플레', 최근 대학가에서 A, B 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학 수업이 대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고, 온라인 강의는 학원 강사나 EBS 강사님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전국의 모든 교사들과 교수진들은 수업 준비하기에도 여유가 없는데 시간을 쪼개 줌 사용법을 익히는 등 온라인 강의에 적응해야만 했다.


하지만 적응을 했다고 해도 수업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는 피할 수 없게 되었고, 특히 배운 것을 평가하는 시험도 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수업 자료들을 보지 않으면서 시험 보는 사람들은 바보가 될 정도로 부정행위 문제, 더불어 대부분이 답을 제출하기 때문에 변별력 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학생들은 수업의 질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함과 동시에 학생들을 대표하는 각 학교별 학생회에서는 등록금 반환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은 이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고 결국 휴학, 자퇴하는 학생들은 속속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학교 차원에서는 마냥 떠나는 이들을 두고 볼 수만은 없기에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기도 하고 A, B 이상의 학점 비율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결국 어떻게 보면 학점 퍼주기로 학생들을 구슬린 것.


결국 4.5 만점을 받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발생했고, 분명 만점인데도 석차는 1위가 아닌 사람들 또한 수두룩했다. 이 학점 인플레 상황은 채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들을 채용해야 하는 기업들은 더 이상 학점이 변별력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새로운 인재상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이젠 학생들에게서 학점보다는 인턴 경력이나 관련 직무 경험, 자격증 등의 업무 관련 경험 스펙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말 좋을 것 하나 없는 코로나19 하나가 사회, 아니 삶의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변화는 당연한 것일 수도, 어쩌면 좀 일찍 찾아온 변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대부분의 이론들은 검색하면 다 나오는 시대, 대부분의 일은 기계나 인공지능이 다 대체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만의 뛰어난 고유 능력인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초중고 교육과정에서도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유능한 사람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사회에서 찾는 인재상은 IT, 스타트업 기업들처럼 대부분을 블라인드로 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참신한 발상이 가능하고 여러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방향은 많은 대학생들에게 충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런 흐름이라도 학점을 관리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교육과 채용 면에서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을지도 쉬이 예측되지 않는 지금이다.




《서울대마저 69%에 A학점…기업들 "더 이상 학점 못믿어"》-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1/04/420211)




Photo by Charles DeLoye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