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물가 고공행진
냉장고 한편에 있는 시원한 달걀들을 꺼내 휘휘 젓고, 대파를 송송 썰어 넣은 뒤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굽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요리. 좋은 밥반찬이자 어쩌면 간단한 술안주로도 먹을 수 있는 요리. 바로 계란말이다.
여러 면에서 부담이 없었던 계란말이 외에도, 평소에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계란을 삶아서 입이 심심하면 몇 개씩 깨 먹기도 하고 기름을 두른 뒤 파를 송송 썰어 넣어 파 기름을 내고 볶음밥을 자주 해 먹었는데 요즘엔 엄마의 눈치를 보며 마음대로 냉장고에서 파와 계란을 꺼내기 쉽지 않다.
아마 다들 알아차렸듯, 최근 엄청난 체감을 보여주는 식자재 물가 상승 때문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뿐만 아니라 공산품 가격도 포함된 소비자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지난해 끔찍할 정도로 쏟아붓던 장마 때문에 수많은 농가가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재배 면적이 감소한 영향과 유가상승이 주원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농축산물 중에서 파테크 붐이 일 정도로 파 가격은 작년 대비 270% 오른 상황이고, 사과는 51.5%, 고춧가루는 35.3%, 쌀은 13.2%, 돼지고기와 한우는 10%대로 크게 치솟았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해 닭들을 살처분하면서 달걀 공급이 부족해졌고, 임시방편으로 미국에서 달걀을 수입해오고 있지만 가격은 전년 대비 36.9%나 상승했다.
이런 미친듯한 식자재 물가 상승세는 당장 우리 밥상에 영향을 미쳤다. 계란말이 한 번 해 먹으려고 다짐하고 저 상승률을 보게 된다면 계란을 다시 넣어놓게 된다. 또한 당장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이전과는 다른 가격을 보고 쉽사리 장바구니에 담기도 쉽지 않아 졌다.
정부는 이렇게 치솟는 식자재 물가에 대해 몇 달째 가격 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식자재 물가는 심술이 나 그럴 생각이 없는 건지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정부도 농민들도 답답할 것 같다. 지난여름에는 갑자기 장마 기간이 최장을 기록했고, 겨울에 몰아친 한파로 인해 격하게 표현하자면 대부분의 농가들이 박살이 났는데, 농민들은 그걸 복구하는 것조차도 여력이 없었다. 또 당장 씨를 뿌린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대파가 솟아나는 것도 아니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급하게 달걀을 대량 들여오는 등 일부 노력은 하고 있지만, 당장 우리 집만 보더라도 수입산 식자재를 꺼려하는 분위기이고, 정부의 정책 기조는 최근 몇 달간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긴 하지만, 이놈의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 날을 기다리며 많이 지쳐있는 국민들은 먹는 것에서도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첩첩산중의 상황 속 완벽하고 시원하게 돌파구를 찾진 못해도 어느 정도 짐을 덜어줄 수 있을만한 정책의 강구가 필요해 보인다.
《파·계란값 다 뛰었다…4월 물가 2.3% 폭등》-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5/43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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