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영화의 줄거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 유치하게 사는 소년 커징텅과 내면적으로 성숙한 모범생 소녀 션자이, 어른과 아이 같았던 둘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서로를 못마땅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심히 공부만 하던 션자이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하나의 미션이 주어지는데, 그건 바로 '커징텅을 갱생시켜라!'.
역시 결코 순탄치 않았던 미션, 그런데 모범생 션자이가 수업 때 교과서를 안 가져와 운수 좋은 날을 겪을 뻔했으나 커징텅이 자신의 교과서를 션자이에게 주고 대신 기합을 받는다.
이에 고마움을 느낀 션자이는 이를 계기로 커징텅과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한 사랑도 싹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션자이에게 커징텅은 너무 유치해 보였던 걸까, 둘은 서로 사랑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 영화, 개인적으로 정말 애정 하는 영화다.
수없이 다시 봤고, 영화 촬영지를 방문하러 대만 여행까지 갔으며, 대만이 멜로 영화 강국이라는 인식을 내게 심어준 고마운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다시 볼 때마다 '커징텅이 조금 더 용기를 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과 '션자이가 커징텅의 유치한 면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줬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되뇌며 바뀌지 않는 결말을 원망하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이 어쩌면 이 영화의 내용적 의미를 더 돋보이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흔히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 마련이다'라는 통념이 이 영화에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일방적이라고 할지라도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사람인지, 처음으로 사랑을 주고받은 사람인지, 정의 자체도 모호한 개념이지만 일생을 살아가며 절대 잊히지 않을 강렬한 존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강렬함 만큼이나 환상 또한 크기 마련이기에, 어긋나기 시작하면 그에 대한 실망이 배로 커지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이렇게 뜨겁고 조심하게 다뤄야 할 것 같은 첫사랑을 어떤 영화보다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비록 다른 평행세계 속에서 둘의 사랑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뤄지지 않아서 더 애틋한 두 사람의 첫사랑.
보통 사랑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이 되는 현실과는 다르게,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첫사랑 션자이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커징텅의 모습으로 두 사람의 첫사랑은 아름답게 간직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정말 좋아하는 여자라면,
누군가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 주면,
그녀가 영원히 행복하길 진심으로 빌어주게 된다.
이 영화, 재개봉을 두 번이나 했다.
그만큼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을 잘 표현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랑은 알듯 말듯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는 션자이의 말처럼 눈 속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과로 잘 간직돼 있는 두 사람의 첫사랑이 담겨 있는 이 영화.
우리도 한 번쯤은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었고, '그 시절' 내 첫사랑에게 그때 널 좋아했던 내가 좋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