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비로운별 Jan 05. 2022

엑스트라 혹은 주인공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 본 내용은 드라마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처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공식 홈페이지 현장 포토


유복한 집안에서 외동딸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사랑받으며 자라온 단오. 귀여운 외모와 발랄한 성격은 스리고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도 결점 하나 없었다.


이렇게 별다를 것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던 단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분명 시험을 보기 직전이었는데, 시험이 끝나 있고 OMR 답안지엔 마킹이 다 되어있다? 분명 수업 시작 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건실 침대에 누워있다?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바뀔 때면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중간중간 '사각' 소리가 들리면 장소가 바뀌고,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기이한 경험이 반복되자 친구들에게도 말해보지만, 아무래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계속 타임워프를 하다 보니 단오는 점차 혼란스러웠고, 그러던 중 급식으로 진미채가 나오는 날만 등장하는 잘생긴 한 남자가 단오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진미채 요정'. 알려진 게 없어 이렇게 불린다.


진미채 요정은 단오의 혼란을 풀어줄 만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건 바로 우리가 있는 이 세상이 '비밀'이라는 순정만화 속 세상이고, 단오는 다른 캐릭터들과 다르게 자아가 생겼다는 것! 단오는 이 모든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하긴, 갑자기 본인이 만화 속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면 누가 온전한 정신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단오는 점점 이를 받아들이고 적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단오의 기분은 뭔가 오묘하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뭔가 오남주와 여주다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름도 뭔가 이상하다. 오남주와 여주다...? 남주와 여주...?


단오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오남주는 남자 주인공이었고, 여주다는 여자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자라온 환경부터 성격까지 당연히 내가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고작 엑스트라라니! 돌이켜보니 뻔한 스토리였다. 재벌가의 아들과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며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비련의 여주인공. 단오는 엑스트라의 삶부터 본인의 설정값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싶었다.


출처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공식 홈페이지 현장 포토


단오는 결심했다, 모든 것을 바꾸기로. 하지만 만화 속 장면인 스테이지에서는 자신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고 만화 내용처럼 흘러갔다.


어떤 때는 미리 예지력이라도 생긴 듯 미래의 일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일은 현실이 되었다. 바로 단오는 콘티를 보게 된 것이다. 여느 때처럼 콘티에서 본 스테이지로 바뀌자 운명을 직감하려던 그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한 남학생이 나타나 스테이지를 바꿨다.


그 남자가 누군지 보려던 찰나 어느새 장면은 바뀌어 있었고,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그 남자 손의 상처와 맞닿은 등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찾게 된 이 남자는 하루! 왠지 하루라면 스테이지를 바꿔 엑스트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점점 다른 캐릭터들도 자아를 갖게 되고, 스테이지를 바꾸려는 시도는 더 대담해진다. 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일까. 고작 만화 속 세상이지만, 이들에게는 운명이었기에 이를 거스르는 대가는 꽤 슬프고 잔혹했다. 과연 순정만화 '비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출처 :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공식 홈페이지 현장 포토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던 드라마다. 그래서 종강을 기다려 크리스마스 당일에 하루 종일 집에서 정주행 하며 울고 웃었다.


우선 소재가 참신했다. 만화 속 세상을 세계관으로 설정했다니, 사실 이런 설정이 없었다면 오글거리는 대사를 듣고 꺼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름 이런 간질거리는 요소들을 잘 참는 편이지만, 유독 쉽지 않았고 이를 연기한 배우들이 대단했을 정도였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연을 중심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한 엑스트라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순정만화 '비밀'에서 엑스트라였던 단오와 하루가 드라마에서 주연이 됐듯, 결국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주인공은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단오를 비롯한 인물들이 주어진 설정값을 극복하고 '스테이지'를 바꾸려 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실패와 난관에 마주할 때 주어진 운명이라며 순응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운명을 바꾸려 한 단오와 하루의 노력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청춘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야.
널 중심으로 세상을 봐, 그럼 네가 주인공이니까.



사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끌렸던 건, 내가 정말 애정 하는 장르였던 하이틴 로맨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OST도 매력 있는데, 특히 Sondia 님의 《첫사랑》,《한 번도 하지 못한 이야기》는 서정적인 목소리에 어울리는 가사가 일품이다. 이런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면, 조금 특별한 엑스트라이자 주인공인 단오와 하루의 이야기를 발견해보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첫사랑을 아름답게 간직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