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권 Jul 02. 2024

30화. 두통이 날만큼 짙은 질문 속에서 헤엄쳐온 그들

수다쓰와 밀라는 인과의 대화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의 선순환 비밀을 자신들의 꿈에 접목시켜 보라...

아이들이 떠나고 싶지 않은 나라, 그들의 후손이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

그것에 두 사람의 꿈을 덧입혀 목적 있는 삶을 살아보라'


한국에서 10년을 살아왔지만 누구도 그러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은 이방인이었고 한국인들은 하지 않는 3D라는 힘든 일자리에 끼워 맞춰진 부품 같은 존재들이었다. 스리랑카 임금보다 많게는 20배 이상 많았던 이곳은 돈을 벌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선택한 곳일 뿐이었다.


노인은 이들의 생각을 뒤흔들었고 잠자고 있던  욕망을 깨웠다. 없는 게 아니라 그저 누르고 살았을 뿐이었음을 그 둘은 차츰 깨닫기 시작했다. 나라 걱정보다 당장 나 자신, 내 가족을 우선했던 시선을 저 높이 띄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얻은 건 통증에 가까운 두통이었다. 생각하지 않은 범위가 자신들 뇌에 들어왔고, 인생 목표선언이라 할만한 사업계획서를 처음부터 다시 잡아봐야 했다.

그러다, 서로 얼굴을 보며, 자신들이 혼란스러운 게 괜찮은 것인지 묻고 확인했다.

답은 '내 아이들이 살고 싶은 나라,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를 밖에서 찾지 않고 자신들의 나라 안에다 만든다는 건, 진정 걸어가 볼 만한 'life work'였다.


'life work'


평생을 쫓아야 할 테마이자 목적을 찾아 항해해야만 될 일.

비즈니스로 돈을 번다는 일차적 목표를 넘어서, 그 이상의 목적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일이었다. 지치지 않도록 설계를 해야 됐고, 서로에게 응원과 조언을 하는 그런 존재가 되자고 약속했었다. 스리랑카로 귀국하는 날, 둘은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며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두 사람은 만나게 다.

 

"챠밀라, 그 노인을 만난 건 마치 길 위의 '표지'처럼 우리의 눈을 뜨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너도 느꼈구나. 인생계획을 사진 찍어서 보고 다닌다고 했잖아. 어쩌면 나를 독 하기 위한 수단이었거든. 그런데 그 어르신이 남겨준 말, 나 깊은 질문에 빠지게어.


인생계획은 왜 필요했던 거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길래 인생계획을 만들려고 했까?

노인이 던진 메세지 하나로 내 영혼 왜 흔들렸을까?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을 한국생활 끝 말미에 맞닦뜨렸으니, 혼란스러울 만도 했었지.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돈 벌기 위한 부품 같은 인생에서 필요한 만을 하고 내 사업을 펼쳤다면, 아마 그 어르신 나이쯤 돼서 문득 그랬을 거 같아.

 '난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하고 말이야."

 

밀라의 대답은 묵직했다.


그런데 수다쓰에겐 너무나 반가운 이야기였다. 그도 역시 노인이 던진 말들로 마음이 크게 출렁였던 것이다. 누구도 물어봐주지 않았고, 스스로 찾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 목적 있는 삶이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전혀 다른 세계 속 질문에 푹 빠져버린 자신이었다.


챠밀라도 영혼이 흔들렸다고 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두통에 빠질 정도로 깊은 질문 속에 자신을 밀어버리고 그 질문의 답을 내기 위해 피하지 않고 직면했다는 그다. 운명 같게도 수다쓰 본인에게도 일어난 일이 친구 차밀라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그는 차츰 놀라다 환희에 차올랐다. 어느 누구도 도움주기 어려운 질문들에 두 사람은 메어 있었고, 그 시간이 무척이나 귀했음을 나중에 깨달았다. 인내하면서 집요하게 질문했고 결국 자신이 헤쳐나가며 답을 찾고 행동해야 한다는 용기를 보게 된 두 사람.


그렇게 두 사람의 눈빛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9화. 한 노인의 가르침, 각성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