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2021)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에서 내놓은 59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이 따로 없는 오리지널 영화라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모아온 바 있다. 신비의 땅 쿠만드라를 무대로, 마지막 마법의 힘을 봉인하고 사라진 드래곤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라야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배경이 동남아시아 문화권으로 묘사된 만큼, 켈리 마리 트란, 젬마 찬, 산드라 오 등 아시아계 배우들이 목소리 더빙에 참여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라야’라는 독보적인 캐릭터이다. 기존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에 등장했던 공주들과는 생김새가 달라 이목을 집중시켰던 ‘모아나’ 만큼이나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모험심과 용기, 자립심이 강한 여성 캐릭터들을 꾸준히 구축해온 디즈니이지만, 이전까지는 여성 캐릭터를 단독으로 내세운 적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필히 남성 조력자 캐릭터가 등장했다. 디즈니 클래식, 프린세스 시리즈에서 당연하게 존재하던 ‘왕자’가 각기 다른 형태로 늘 스토리 속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모험에서 디즈니는 라야를 왕자의 도움 없이도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캐릭터로 그린다.
물론 라야의 모험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부재하는 건 아니다. 주인공들에게 늘 있어 왔던 ‘버디’를 이번에도 붙여준다. 라푼젤에게는 카멜레온 파스칼, 엘사와 안나에게는 올라프가 있었던 것처럼 인간이 아닌 ‘친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때로는 탈것으로 변하는 반려동물 ‘툭툭’이다. 귀여운 생김새 덕분에 보호본능을 끌어내는 동시에, 훌륭한 동반자로서 라야의 여정을 함께 한다. 태국의 교통수단 ‘툭툭이’에서 영감을 받은 이 캐릭터의 매력 또한 기대해도 좋다. 이 외에도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땅에서 만난 조력자들과의 협업이 라야의 여정을 빛내준다.
가장 중요한 드래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드래곤은 극 중에서 라야, 그리고 다른 부족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존재로, 설화 속에나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막상 드래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멋있는 영웅이나 웅장한 존재보다는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해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흔한 영웅서사 대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