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어려울래 너, 영어 인터뷰 편
금주 월요일 오후 2시, Zoom을 이용한 화상 면접이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준비하느라 금요일부터 당일 월요일까지 몰두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영어 사용할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름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해왔어요. 1:1 화상 영어도 올해 초 5개월 정도 했고, 전 직장에서 업무 할 때 주로 영어 메일을 많이 썼기 때문에 금방 준비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의 영어는 얼마나 잘 요약해서 나를 업셀링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저는 여러 번 문단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유튜브에서 해외취업 준비할 때 필수라는 영어 인터뷰 관련 영상도 계속 찾아서 보고 또 블로그나 브런치에서도 정보를 계속 탐색해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도움은 되었지만, 직무와 연결되는 부분은 역시 내가 직접 연구해서 답을 찾아야 했기에 Job description 한번, 내 이력서 한번 이런 식으로 계속 연결고리를 찾아서 10개의 예상 질문에 답변을 달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반복해서 읽고 녹음해서 듣고를 일요일부터 월요일 오전에 걸쳐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중간에는 정신이 마치 이 블랙홀 같은 글 속에 갇혀버린 것 같아 잠시 산책을 나가 머리를 비우기도 하였습니다.
결전의 날.
이탈리안으로 예상되는(이름으로 유추) 면접관은 싱가포르 시간 오후 1시 즈음 화상면접 링크를 보낸다고 했었고, 저는 적어도 30분 전에는 링크가 올 거라 생각되어 줄곧 책상에 앉아 링크가 오기를 이메일함을 응시하며 오매불망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링크는 정확히 2시 (싱가포르 시간과 시차 1시간)가 되어서 도착했습니다. 시간 약속을 정확히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캐주얼한 차림의 그가 반대편 화면에서 나를 맞아주었고, 소탈한 모습처럼 말투도 부드럽고 면접 내내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얘기를 최대한 잘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업무 관련 질문이 주를 이루었고 대답을 하기 어려웠던 것은 없었지만 질문들이 꽤나 딮하였기에 저는 중간중간 혀가 꼬여 어버버 하는 순간들도 꽤나 있었습니다. 그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것 같았지만 영어권 국가에 오래 거주해서인지 고급 어휘 사용과 매끄러운 문단은 디렉터의 면모를 도드라지게 하였습니다.
20-30분의 면접은 10분 정도 더 진행되어 40분이 걸렸고,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화상채팅 창을 종료했습니다.
몸의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줄곧 신경쓰고 있던 탓인지 한동안 고프지 않았던 배도 슬슬 고파왔습니다. 4일간의 면접 준비로 온 신경을 썼던 내 신경계들이 이제 자기 자리를 찾아가려고 채비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대로 마냥 오후를 쉬어버리면 오히려 면접을 곱씹어보고 허탈할 것 같은 마음에 갱신 신청이 완료된 운전면허증을 찾으러 저는 길을 나섰습니다. -
아, 면접의 결과는 담당자와 정리해서 조만간 알려줄게 라는 말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예상 샐러리도 이 얘기 바로 전에 면접관이 물어보았는데, 그의 반응이 조금 헷갈립니다. 정말 좋아서 Good Good이라고 하였는지, 아니면 예상과 다른 액수에 당황해서 그랬는지..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면접을 통해 1단계까지도 아닌 0.5단계라도 제가 성장하였기를 바랍니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는 지금 면접의 기회가 왔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아, 계속하면 나도 또 다른 어떤 선과 마침내 닿아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이 조금 생기게 되었습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고, 다른 회사도 찾아보고 있지만 이메일함을 30분에 한 번씩 확인하는 저를 발견하고 맙니다. 이건 본능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