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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Feb 08. 2024

우당탕탕 첫번째 울루루의 일몰

높이는 348m, 둘레가 9.4k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 붉은색 바위 하나가 숨을 죽이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348m의 높이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으로 땅속으로 2/3가 더 박혀있다고 하니 높이만 거의 1km가 된다는 얘기다. 어머어마한 크기이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울루루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얼굴이 바뀐다. 시간에 따라,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시간별로 7가지 색으로 변하는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는 울루루 앞에 서니 벅찬 감정이 올라온다.

실제로 내 앞에 울루루가 있지만 실력 좋은 작가가 그린 그림 같기도 하고 달력에나 있는 사진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입이 벌어진다.

2박 3일 울루루에 머무는 동안 두 번의 일몰과 두 번의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 차로 30시간을 운전하거나 비행기로 3시간을 날아 호주 땅의 중심에 도착해서 할 일은 사실 크게 없다. 그저 온 마음을 다해 울루루를 감상하는 것이다. 잘 꾸며놓은 건물도 이렇다 할 문화재도 없고 동물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보존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보통 3일 정도 머무는지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Uluṟu-Kata Tjuṯa National Park) 공식 사이트에서도 공원을 출입할 수 있는 3일짜리 패스와 연간 회원권을 판매하고 있다. 요금은 어른은 $38인데, 감사하게도 17세 이하는 무료이다. 이 패스만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이든 국림공원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차를 렌터 하지 않고 hop on hop off 셔틀버스를 이용했다면 일출 관람 1회 일몰 관람 1회가 최대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이 멋진 곳을 일출 한번, 일몰 한 번만 보고 간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리고, 변화무쌍한 날씨도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넉넉한 일정을 짜두는 걸 추천한다.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 입구 


울루루에 도착한 첫날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마트에 들러 몇 가지 먹을 것을 사서 울루루가 속해있는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보다 하늘에 구름이 군데군데 떠있는 게 더 이쁘다고 생각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지만 땅덩어리가 워낙 넓다 보니 사막은 광활해 보였다. 울루루의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view point 가 몇 근데 있는데 이정표로 안내하고 있어 우리도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


오후 6시쯤 되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한낮에 그렇게 뜨겁던 기온이 한풀 꺾이고 선선함을 넘어 쌀쌀한 기운까지 든다.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사막의 기후다. 어떠한 건물도 큰 나무도 없으니 바람을 막아줄 방법이 없다. 이 순간에도 차를 렌트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트렁크 문을 열어 차박하는 사람들처럼 공간을 정리하고 저녁상을 차렸다. 마트에서 구매한 훈제 치킨이 아직 따뜻하다. 준비해 온 커피와 음료 등도 꺼냈다. 종이컵 대신 호텔 방에 있는 머그잔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이제 맛있게 먹으며 해가 넘어가는 모습만 감상하면 된다. 치킨에 맥주 한잔 하며 바라보는 울루루의 모습이란,,,,  천국이 따로 없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하늘의 구름색깔이 예사롭지 않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넓은 사막에 우리 가족만 있었으면 정말 무서웠을 것이다. 다행히 주변엔 붉은 바위의 멋진 경관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기 위해 모여든 각국의 사람들이 함께 있어 다행이었다.

곧이어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고 건물이라고는 없는 하늘에선 천지창조에서나 볼 법한 번개가 보였다. 환브로는 카메라를 들고 뉴스 속보를 찍듯이  영상에 담느라 바쁘다. 무서우면서도 너무나 즐거웠던 첫날의 울루루 일몰 감상은 좀 정신없고 기대했던 차분하고 영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큰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다행인 건 내일 한번 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울루루에 뉴스 특파원 등장 


울루루 등반은 이제 그만~


울루루는 ‘지구의 배꼽’, ‘세상의 중심’이라는 수식어를 지녔다. 이 수식어는 다른 사람들이 아닌 오래전부터 울루루에 뿌리를 내리고 지켜온 원주민들에 의해 불렸다고 한다. 울루루는 오스트레일리아 초대 수상(Henry Ayers)의 이름을 따 공식명칭이 한때 ‘에어즈 록( Ayers Rock)'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는 등반이 금지되었지만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 암석산(?)을 등반했다. 

원래 울루루 등반은 오래전부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1964년에는 정상에 오르는 편의를 위해 바위의 심장부 길에는 쇠말뚝이 박히고 쇠줄이 최초로 설치돼 1976년에 확장됐다. 등반로는 길이가 800m 정도 돼서 꽤 길고 경사도 가파른 편이며 등반에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안전 때문에 정상에 심한 바람이 불면 등반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 오랜 기간에도 정작 지역 원주민인 이난구 족은, 울루루를 영적인 존재로 여겨 등반하지 않았다.
울루루 입구로 마련된 주차장 앞에 가니 팻말이 하나 눈에 띈다. 그 뒤로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등반의 길. 깊게 새겨진 저 등반의 흔적들을 원주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제서라도 그들에게 '등반 영구 금지'는 위로가 되고 있을까? 어떻게 보면 이 암석산의 등반이 금지된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등반이 금지된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다.

-안전 문제: 울루루의 주변은 모두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막이라는 특성상 엄청나게 강한 자외선에다 건조 기후여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울루루 자체가 거대한 사암 덩어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부딪히거나 긁히게 되면 피부에 치명적인 상처로 남게 된다. 두 시간이면 정상까지 왕복도 가능하지만 등산로가 엄청 가파른 데다 강풍하고 폭염도 자주 발생한다. 그곳을 등반하다가 넘어지거나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추락하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2019년까지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추락해서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났을 때 더운 날씨에다 엄청나게 먼 거리 때문에 구조대 파견도 어렵다. 한 번은 사고가 났는데 날씨 때문에 구조를 못해 하루 넘게 방치돼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위생 문제: 울루루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되어 있고, 정상 혹은 중턱에 화장실과 같은 위생 시설이 전무하다.
 트래킹을 풀코스로 돌면 3~4시간은 걸리는데 울루루 주변에 화장실은 하나뿐이다. 그 일대는 모두 황무지뿐이다. 부대시설이라고는 당연히 없다. 그러다 보니 관광객들이 등산했다가 다시 내려오기 전까지 노상방뇨하는 일이 꽤 있었고, 비가 오지 않는 시기에 암석 위 여기저기 배설물이 계속 쌓여있다가, 어쩌다 비가 올 때면 방치되었던 배설물들이 흘러내리게 되는 비 위생적인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그 결과 비가 올 때마다 악취가 심하게 났으며, 파리와 벌레도 점점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원주민들의 보호: 마지막 등반이 금지된 이유는 정부에서 호주 원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해 주고 애버리지니들에게 신성한 장소라는 끊임없는 호소를 들어준 것이다.  


2019년 신랑은 일년 육아휴직을 냈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기 위함이었는데 육아휴직 직후 첫 여행지는 아프리카였다. 이후 두번째 목표로 잡은 여행지가 바로'호주 울루루'였다. 이유는 다름이 아닌 2019년 10월 이후엔 울루루 등반이 금지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환브로가 7세와 10세로 비교적 어릴 때라 우리에게 울루루는 오지와도 같게 느껴졌다. 나는 신랑한테 울루루 여행을 함께 가되 등반은 혼자 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신랑은 나와 함께 하길 원했고 결국 어린아이들이 있는 우리의 2019 호주(울루루)여행은 무산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와서 보니 그때 어린아이들과 함께 왔어도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등반은 못했겠지만,,,) 



울루루의 저주 VS 울루루의 영적 에너지


울루루는 단일 암석으로는 세계 최대이며 이 지역 원주민 애버리진들에 의해 신성시되고 있는 영적 에너지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유난히 붉은색을 띠는 이 암석은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바위는 오랫동안 원주민들의 성지였고, 어느덧 호주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로망의 땅이 됐다. 때로는 울루루에서 암석을 채취하여 갖고 갔던 관광객들이 저주를 받고 불행을 겪게 된다고 보고 된 사례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여행 가기 전 읽었던 '카카오프렌즈 호주 편'에서 보았다며 절대로 절대로 암석을 가져오거나 빨간 흙을 묻혀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울루루 트레킹 때 신었던 내 나이키 운동화에 자연스레 빨간 흙이 묻었고 잘 지워지지 않았다. 원래 운동화 색상도 오렌지 컬러라 기념(?) 삼아 빨지도 않고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여행 후 아이들 옷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접촉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인명피해 없어 천만다행이었지만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는데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한 말이 생각났다. 울루루의 저주일까? 하지만 난 사고가 한 참 지난 후에도 그 신발을 빨거나 버리지 않았다. 일부러 흙을 묻혀온 것도 아니고 어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건 울루루의 영적 에너지의 도움일 수 도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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