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모양의 방긋 웃는 구름을 보며
퇴근길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알록달록 모양으로 방긋 웃고 있다. 구름 덕분에 행복해진 내 마음을 느끼면서 정말로 여름이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구름이 속삭인다. ‘여름 때문에 힘들었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 잘 견디느라 고생했어. 이제 가을이 올 거야. 여름은 이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
구름의 속삭임에 위로가 되면서도 여름을 미워했던 마음이 미안해서 써보는 <나의 여름에게 쓰는 편지>
여름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언제나 내 얼굴은 땀으로 삐질삐질 흘렀지만, 그래도 너 덕분에 늘 시원한 얼음이 든 음료를 마시며 참 행복했었어.
너 덕분에 선풍기를 얼굴에 두고 잤다가 오뉴월에 감기가 걸려 열흘을 고생했지만, 그래도 너 덕분에 여름휴가가 있어서 열흘동안 출근 안 하고 푹 쉴 수 있었지.
너무 더운 여름 덕분에 괜히 짜증이 나서 가족들에게 심술부리고 툴툴거렸잖아. 그럼 짜증이 두 배가 되고. 하지만 너 덕분에 우리 가족은 강원도로 휴가를 떠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두 개의 바다를 만나 맨발에 바닷물도 담가보고, 가족들과 그때 많이 행복했지. 역시 너 덕분에.
여름이 폭염으로 변하면서 나는 더위를 먹어 근 일주일을 무기력증으로 근무 중에 매트에 벌렁 누워 우울증을 의심하며 힘든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래도 너 덕분에 수박은 원 없이 먹어보고 동생과 빙수도 무한정 때려주었잖아.
매일 퇴근 후에 샤워를 마치고 선풍기를 틀며 쉬는 그 여름날 밤의 행복들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
너 덕분에 얇은 옷 입으면서 예쁜 몸매도 뿜뿜 할 수 있었고, 너 덕분에 실내에서 흘러나오던 에어컨 바람도 언제나 항상 시원하고 고마웠어.
여름아, 나에게 행복도 주고 짜증도 주고 무기력도 느끼게 해 주었지만 그 무엇보다 여름 덕분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어. 너 덕분에 느낄 수 있는 거잖아.
네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몹시 미워해서 정말 미안해. 네가 폭염으로만 변신하지 않는다면, 나는 네가 정말 좋을 것 같아.
다음 여름에 너를 만나면, 이번엔 물놀이를 가볼게.
수영복을 뽐내면서 튜브와 물안경을 끼고 말이야.
가는 길 조심해서 안전하게 잘 흘러가렴.
내년에 우리 만날 땐 더욱 반겨주고 사랑해 주자.
미안하고 고마운 나의 여름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