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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유라 May 23. 2022

『너때메 웃는다』를 출간했습니다

찬이와 세상 사이에서 나를 알아간 날들의 기록


찬이가 세상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찬이를 배우는 게 맞다고 고쳐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나 봅니다. 세상이 알게 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꾸 떠벌리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자뻑에 사무친 글은 넘사벽이 될 뿐이었어요. 보다 쉽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글보다는 그림을 그려보자 했습니다. 그리다 보니 찬이가 주는 놀라움을 사람들은 모르겠구나 싶었죠.

알리고 싶었습니다. 표현이야 서툴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나의 생각도, 스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글을 써본다고 쓰던 어느 날, '왜 나는 뭘 자꾸 말하고 싶어 하는 걸까' 현타를 이겨낼 합당한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말하고 싶은 건, 자식 자랑 + 자기 자랑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움은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도움이 필요하다고 짠하게 볼 일은 아니라고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자존감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요.

세상이 찬이를 알았으면 좋겠고, 알고 보면 조금 독특할 뿐,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요. 조그마한 부분만 이해할 수 있다면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그리고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효과는 아빠로부터 얻기 시작했네요. <찬이 배움 교과서> 정도가 되었달까요. 물리적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아빠에게 찬이와 친해질 수 있는 도구 마련이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모쪼록 찬이를 잘 배워서 명랑한 부자지간이 되길 바라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그것만으로 <너때메 웃는다>는 성공입니다.

찬이만이 아니라, 진이, 준이, 민이, 랑이, 걸이... 세상 독특한 우리 아이들을 배울 수 있는 책들이 백과사전처럼 빼곡히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새벽마다 찬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립니다. 한 자 한 자 적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별생각 없이 내뱉는 한마디 말도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뭔가를 이뤄야만 행복이 찾아올 거라 믿었던 일상에서 이미 내가 가진 것들을 돌아볼 줄 알게 됐습니다. 아프지 않은 지금이 행복이고, 다치지 않은 지금이 소중하고, 파란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수 있는 지금 나로 충분하단 걸요.

잃어버린 것, 갖지 못한 것, 어긋나 버린 것들을 바라보며 살 때와 달리, 내가 가진 것, 누릴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들에 눈을 돌리니 새로운 일상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어요. 삶을 누리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는 걸요.



막상 그림으로 옮기고 나니 '이 게 아닌데...'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혼자만의 공상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질 땐, 신이 나서 그리던 마음도 쑥 들어가 버리곤 했어요. 대단한 걸 이루고 싶었던 나를 인정하고 나니 가벼워졌습니다.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컷 구성이 어색하게 끝이 나도, 오해할 것 같은 기분에 싸한 마음이 들어도, 유머 센스 없이 이렇게 그린 이야기를 누가 읽어주기나 할까 싶은 마음이 들어도, 일단 밀고 나갈 힘이 생겼습니다. 부끄러움을 이길 줄 몰랐던 제가 부끄러움을 견디는 법을 배우며 한 장 한 장 채울 수 있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한 마디가 시작이 됐어요.



찬이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되길 바랍니다.




하루에 이야기 하나를 완성하는 기쁨이 에너지가 됐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 하나에 만 가지 성취감을 담아 실어 보내고 나면 내일을 살아낼 힘이 생겼습니다. 내가 가진 것들을 먼저 볼 줄 알게 됐습니다. 부족함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가진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찬이가 알려줬더라고요. 내가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는 연습, 완벽하지 않아도 쌓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스스로의 마음 돌보기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경험하는 중입니다.




이러저러 그러한 일상을 지나 찬이를 알게 되고, 찬이와 세상 사이에서 나를 알아간 날들을 담았습니다. 이미 갖고 있는 게 많은 우리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너때메 웃는다』를 출간했습니다.

덕분입니다.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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