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후기를 읽는 일
책이 나오면 그 후로는 읽는 자의 것이라 했습니다. 슬픈 글을 쓴 기억이 없는데 눈물이 나더라는 말을 듣고, 웃고 싶어 쓰긴 썼는데 웃기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은 말은 그 게 아니라 이 건데, 어쩜 저러냐며 당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의도한 대로 읽어주는 분도 계시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오래도록 멈춰계신 분도 계시고, 읽는 이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달리 읽힐 수 있는 게 책이 맞구나 했습니다. 쓴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졌던 읽는 이가 그렇게 읽었다면 그 책은 그런 책이 되는 게 맞겠지요. 모쪼록 품을 떠나 좋은 일 많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만 남았습니다.
책이 나오니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염려가 되었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손이 떨려 포장을 못 할 정도가 됐어요. 송장을 입력하는데 눈까지 잘 안 보입니다. 덜덜덜. 침침침. 면접 보러 가는 날의 긴장감보다 더 하달까요. 와, 사는 맛이 제대로 느꼈습니다. 무슨 일을 벌인 거지? 책을 부쳐두고 돌아오는데, 모조리 다 회수해오고 싶을 정도로 큰일이 난 것만 같습니다. 일은 벌어진 뒤였고, 1000권을 뽑았으면 어쩔 뻔했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100권을 모두 팔고서 이제야 후기를 모아 놓고 보니 100권의 책이 뿌려진 뒤의 후기가 이만큼이라면 1000권의 책이 뿌려진 뒤의 후기로 마음부자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송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중 한 줄의 후기로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포장을 하고 배송을 했던 터였으니까요. 후기는 읽었지만, 어디로 어떻게 쌓여가는지 확인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후기들을 보며 100권의 책을 받아 드신 분들이 후기를 모두 쓰신 듯 합니다. 어우~ 오늘 아침 또 감동하며 여운을 느끼는 중입니다. 잘했다고 잘했다고요.
후기 이야기를 하면 장장 다섯 개의 포스팅은 넘어갈 정도인데, 그중 후들후들했던 후기가 있었어요. 저희 엄마의 후기였습니다. 엄마가 읽을 날이 있을까, 스치듯 생각을 하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쓰자, 재밌게 쓰고 가볍게 내면 모두가 웃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읽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어요. 엄마는 타깃 독자가 아니었기 때문에요. 엄마가 읽으셨어요. 돋보기안경을 끼시고.
엄마의 이야기를 엄마의 엄마가 읽는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을 못 했던 와중, 엄마의 후기를 들었습니다. 카톡으로 남겨진 첫 한 마디가 "힘들다"였어요. 좋다는 후기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힘들다?! 엄마의 이야기를 엄마의 엄마가 읽는다는 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제게 엄마의 후기는 심장 어택을 맞게 했습니다. 어떻게 글이 써졌냐고. 하나하나가 생생한 것이 찬이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더라고. (그림으로 그리길 참 잘했습니다) 글이 잘 맹글어졌다고. ㅋㅋㅋ 눈물 조배기(수제비) 나서 혼이 났다고 하셨어요. 제줏말로 눈물 조배기라는 말이 있어요. 눈물이 수제비처럼 덩어리로 뚝뚝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난 정말 슬픈 이야긴 쓴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찬이 이야기로 보는 분들도 많았지만, 찬이 엄마의 이야기로 보는 분들도 많으셨어요. 사이사이 제가 담고 싶었던 숨은 의미까지 읽어주시는 마음을 듣고 보니 할 일을 했다는 뭉클함까지 돌고 돌아 여기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엄마에게 늦지 않게 도달한 나의 이야기가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당연히 힘들죠.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엄마의 엄마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마냥 예쁘게만 컸으면 바랄 게 없는 아연이를 바라보며 어떻게 그런 마음을 떠올릴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다 못한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어머님께 들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후기를 이만큼 먹고 보니 후아~ 이미 부자였습니다. 후기 한 줄에 얻는 힘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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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판매 중! 덕분입니다.
침 꿀꺽 삼키며 많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