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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유라 Aug 18. 2022

책은 스스로 살아남아

절판의 기준


책은 세상에 나온 이상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말의 다른 의미를 경험했다. 책의 생존 여부는 독자에게 있다는 것. 찾는 이가 있는 한, 살아남을 이유와 명분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책이 그러하겠다면(살겠다고 하면) 살려내야 하는 게 출판의 몫이며, 책을 쓰는 것과 출판하는 것과 절판하는 것은 모두 다른 일이다.




한 달 전, 완판을 했다. 마련했던 책이 다 팔려서 후련했다. 일년동안 천천히 팔아보기로한 책이 다 나가서 안심했다. 더 이상 관심 받지 못하는 책이 될까 두려웠던 가슴을 쓸어 내렸다. 만족했다. 이걸로 이번 프로젝트는 원하는 바를 다 이뤘다 했다. 소소한 성취에 감사했다. 좋은 추억으로 기록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이 정도면 읽을 사람은 다 읽었겠구나 생각했다. 찾는 이가 간혹 등장을 해도 '예정없음'을 정없이 내뱉었다.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했다. 그랬는데.. 찾는 이가 두문불출 생겨났다. 단단했던 마음이 찾는 이들의 말 한마디에 깎이고 깍여 속살이 비죽 나왔다. ‘다시 뽑..뽑을까아…?!’



책을 읽고 쓰는 동안, 내가 쓴 글의 수준이 어디쯤인지 가늠하게 됐다. 당연하다. 글의 수준에 따라 출판의 규모도 달라지는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던 터였다. 그런데 글의 수준을 따지는 건 출판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완벽주의보다 완성 주의가 만드는 게 출판의 일에서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어찌 됐던 완성 주의로 엮은 글들을 모아 만든 책이 이 정도 수요는 되겠구나, 짐작이 되었다. 간과한 게 있다면, 내가 누리던 팬덤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평범한 아줌마에게 팬덤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쓸 필요가 '당연히 있다'. 나를 애정 해주는 사람들의 무리? 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보다 찬이에 대한 애정이 맞을 것이다. 이 애정이 만들어내는 힘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지만, 나의 책을 알리고, 살리고, 남아있게 만들고도 남을 힘이었다. 알고 있는 이웃들에게까지만 뻗어나가도 좋겠다 싶었다. 하나의 가지만 뻗을 생각을 했지, 가지에 가지를 뻗고 그 이상을 뻗어 상상조차 못한 곳까지 닿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가지에 가지를 뻗어 나간 책은 또 다른 가지를 만들어내고, 혼자의 힘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곳까지 닿아 관심을 받았다.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힘은 여기에 있었다. 찾는 이가 있는 한, 책은 (글의 수준을 차치하고) 나름의 가치를 부여 받는다.



가치를 갖게 된 책은 스스로 살아남아 또 다른 가지를 뻗는다. 작가가 고집스럽게 절판 선언을 하더라도, 어디선가 살아남아 찾는 이에게 기어코 도달하고야 만다. 책을 내고 보니 그렇더라. 책은 낳는 순간, 독자가 키우는 것이더라. 그리고 그 후에는 독립까지 하더라.





재입고 소식을 거창하게 썼습니다. 찾는 이가 있는 한, 꾸준하게 팔아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썼네요. 쑥스러워 그렇습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어른의 일'이란 땅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는 일과 같다고 누가 그랬습니다. 땅에 떨어진 과자라도 맛있게 주워먹을 생각을 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요. 땅에 떨어진 과자를 바라 보는 기분이었나 봅니다. 다시 주워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가 봐요. 일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땅에 떨어진 과자도 맛있게 주워 먹으리라 다짐했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 땅에 떨어진 과자가 더 맛있었던 기억까지도요.



다음 주 재입고 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신기합니다. 덕분입니다. 내 속으로 낳은 책이 저만치 컸네요. 이젠 내 맘대로 안 되는 자식이 생긴 기분입니다.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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