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 라이트, 세상의 끝으로 떠난 여행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야?’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할만한 여러 순간들이 떠오른다.
'원하던 고등학교에 합격했을 때, 지원한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갖고 싶던 걸 가졌을 때 등등.'
하지만 이 순간들은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에게 순도 100%의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항상 ‘자연’이었다. 나는 언제나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노던 라이트를 찾아 떠났던 여정은 내 인생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행복했던 ‘벨 에포크’로 기억된다.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오로라를 보기에 쉽다는 것’과 ‘아이슬란드와 가깝다’는 두 가지 이유가 매우 컸다. 1월, 스웨덴에 도착해 현지 친구들과 얘기하며 ‘Aurora’보다는 ‘Northern Lights’라고 말해야 그들이 바로 이해한다는 것과, 북유럽이라고 해서 언제 어디서나 노던 라이트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봄이 오기 전, 노던 라이트를 볼 가능성이 큰 북쪽 지역으로 떠날 것을 결심했다. 교환 학교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만났고, 친구와 곧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를 탐색하던 중 노르웨이의 ‘Tromsø’라는 곳에서 노던 라이트 관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선 세 가지 관문을 거쳐야만 했다. 우리가 머물던 스웨덴 린셰핑에서 스톡홀름까지의 첫 번째 관문, 스톡홀름에서 노르웨이 나르비크까지 15시간의 야간 기차를 타는 두 번째 관문, 다시 나르비크에서 트롬쇠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세 번째 관문이 놓여 있었다. 꽤나 긴 여정이었지만, 모험심 가득했던 친구와 나는 트롬쇠를 여행의 목적지로 정했고 일사천리로 교통편을 예약했다.
뭐든 처음 경험하는 건 설레고 즐겁다. 특히 여행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노던 라이트를 찾아 떠나는 여행 첫날, 스톡홀름에서 기차에 탑승한 후 우리는 의자가 침대로 변신하는 것을 보며 깔깔댔다. 미리 다운로드해온 해리포터 영화를 몰아보며 수다도 떨고, 밥과 간식을 먹으며 지루한 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고난이 가득한 해리 포터의 인생사에 대해 친구와 열심히 토론하던 중 창밖을 보니, 기차는 벌써 노르웨이와 인접한 스웨덴 북쪽 도시에 도착해있었다.
간이침대에서 의외로 꿀잠을 잔 다음날 아침, 열차 칸에서 나와 바깥 창문을 바라본 나는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와 대박’
눈 덮인 산맥 사이로 흐르는 물의 풍경, 북유럽의 피오르는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될 정도로 거대하고 아름다웠으며 눈이 부셨다. 기차가 열심히 달려도 산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항상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먼저 드는 나였지만, 이때는 눈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 뒤늦게 카메라를 들었고 자연의 거대함에 그저 감탄하기만 했다.
친구와 나는 나무에 가려져 피오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면서 코끝이 찡해졌고 '가슴이 웅장해진다'라는 말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이후 지연된 시간까지 모두 합쳐 스웨덴 린셰핑을 출발한 지 약 18시간 만에 우리는 노르웨이 나르비크에 도착했다.
‘난류, 부동항, 나르비크’.
고등학교 세계지리 시간에 지도를 보며 '이렇게 북쪽에 있는데도 물이 얼지 않는구나~'라며 달달 외웠던 그곳. 그곳에 내가 실제로 왔다니!!
아직 노던 라이트를 보지 않았지만 책 속에만 존재했던 곳에 내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렘을 안고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우리는 예약해둔 숙소로 향했다.
'Northern Lights를 찾아서-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