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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 May 25. 2022

[미국] 여행 첫날, 캐리어를 분실하다 -1

내 캐리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인천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샌프란시스코까지 단독 57만 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어떻게든 아껴 미국 서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후, 항공권 어플인 스카이스캐너를 검색하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가격이 있었다.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경로로, 다른 항공권에 비해 몇십만 원 정도 싼 가격이었다. ‘와 괜찮은데? 이거 해야겠다!’ 싼 가격에 눈이 멀어버린 나는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고 덜컥 티켓을 구매해버렸다.

 

 그날 밤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에야 그래도 정보는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항공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항공사의 촉박한 환승 시간과 캐리어 분실에 대한 분노글이 가득한 것이 아닌가! 순간 ‘아차’ 싶었지만 ‘설마 나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고 마음을 다독이며 잠에 들었다.

    


무난히 먹을만했던 항공사 기내식



 출국하던 당일, 비행기는 지연 없이 정시에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했다. 베이징에서 1시간 반 만에 환승을 해야 했기에 마음이 급했지만 예상외로 베이징 공항에는 사람이 없었고, 삼십 분 만에 무사히 수속을 마치고 출국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 시작이 순조롭다고 생각하며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웬일? 내 자리는 2명이 앉는 창가 자리여서 다른 곳보다 공간이 여유로웠다. 기내식도 나름대로 맛있었고 캘리포니아에서 농장을 운영한다는 옆자리 신사분은 친절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수월한 여행 과정에 만족한 나는 입국심사도 무사히 마치고 룰루랄라 캐리어를 찾으러 갔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내 캐리어는 잘 익은 석류와 같은 다홍색으로, 어디서나 눈에 잘 띄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입국심사를 하는 동안 내가 타고 온 항공사의 캐리어들은 이미 바닥에 놓여 있는 상태였기에, 나는 내 캐리어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렸다.


 어라? 그런데, 어디서나 튀는 색의 내 캐리어는 어딜 봐도 보이지 않았다. 수화물 찾는 곳을 왔다 갔다 거리며 여러 번 훑었지만 캐리어는 보이지 않았고, 직원에게 ‘ㅇㅇ항공사 비행기에서 나온 캐리어 이게 전부인가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Yes'였다.



그럼,,내 캐리어 어디 간 거야??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처럼 입국심사대도 통과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존재의 부재는 나를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었다.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바라보며 혹시나 내 캐리어가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선명한 다홍빛 색상의 캐리어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화창했던 샌프란시스코

 


 교환학생 시절 핸드폰을 도난당했던 경험이 어느 정도 도움된 걸까? 나는 우선 ‘캐리어가 없어진 건 누가 내 캐리어를 들고 갔거나 다른 곳으로 보내진 거일 테니까 항공사에 말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이후 짐 카운터로 향한 나는 캐리어 분실신고를 진행했다. 타고 온 항공편, 주소, 연락처 등을 서류에 작성해 제출했고 캐리어를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샌프란시스코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 침대에 누웠더니 캐리어에 들어있는 물건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행 다니며 입으려고 산 새 옷, 환전해온 경비, 세면도구, 각종 생필품… 여행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들이 캐리어에 들어있었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은 여권, 입국서류, 기본 화장품, 약간의 경비가 전부였고 결국 난 빈털터리의 상태였던 것이다.

 ‘캐리어를 다시 못 찾으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여행하지?’라는 걱정이 가장 컸다. 아는 사람도, 아는 장소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정말 혼자였고 마치 망망대해에 던져진 돛단배 같은 기분이었다. 내 마음과 다르게, 멍 때리며 바라본 창밖의 샌프란시스코는 맑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미국] 여행 첫날, 캐리어를 분실하다-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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