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후추 스프레이 맛은 처음이지?
나에겐 여러 여행 경험담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했던 경험을 꼽으라면 ‘LA 인앤아웃에서 후추 스프레이 맞은’ 이야기이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캐년 투어를 지나 미국 여행의 마지막이자 꼭 오고 싶었던 도시, LA에 입성하였다! 사실 이 미국 서부 여행은 영화 ‘라라랜드’에 푹 빠져있던 내가 덕후의 마음으로 계획한 것이었기에, LA에 온 것만으로도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고 정말 행복했다. 숙소도 할리우드 거리에 있어서, 숙소 밖으로만 나와도 영화의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LA에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 미국 동부에 '쉑쉑'이 있다면, 서부엔 ‘인앤아웃’이 있다! 한국 유명인들도 들렀다는 그 소문난 인앤아웃 지점이 마침 숙소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고, 나는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인앤아웃으로 향했다.
인앤아웃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 서있었고, 나는 치즈버거와 프라이, 밀크셰이크를 받아 자리가 있는 야외로 나왔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 주차장 쪽을 바라보며 앉았고, 햇볕에 눈이 부셔 선글라스를 끼고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드디어 맛보게 된 인앤아웃! 나는 한껏 들떠 사진도 찍고, 프라이를 밀크셰이크에 찍어 냠냠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것이 미국 서부의 맛이구나! 하며 감탄하던 중,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바로 내 옆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내 옆 테이블에는 커플로 보이는 남녀, 그리고 그 맞은편에 남자 3명이 앉아있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스페인어인듯한(?) 언어로 싸우고 있었는데,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몰라도 저 사람이 지금 화났구나, 욕을 하고 있구나 정도는 바디랭귀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눈치껏 살펴보니 커플 vs 남자 3명의 구도였고, 서로에게 삿대질도 하고 책상을 쾅쾅 내리치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일단 눈앞에 있는 햄버거가 중요했기에 나는 고기 패티의 깊은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햄버거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수록 옆 테이블 사람들의 흥분지수는 점점 높아져가는 것 같았고, 급기야 주위 사람들도 하나둘씩 먹는 것을 중단하고 그 테이블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하고 고민했지만, 인기 만점 인앤아웃 매장은 이미 야외 좌석까지 모두 채워져 있었다. 계속 쳐다보면 불똥이 튈까 봐 눈치를 흘끔흘끔 보던 중, 갑자기 옆 테이블의 커플이 벌떡 일어나더니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이제 끝났나?’라고 생각하며 프라이를 셰이크에 찍어 먹던 찰나…
뭔가 촉촉한 미스트 같은 액체가 내 왼쪽 팔에 닿았다. ‘이게 뭐지?’ 싶어 왼쪽 테이블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내 팔이 화끈화끈 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 촉촉한 미스트 같은 액체는 바로 후추 스프레이였던 것이다. 커플의 남자가 싸우던 다른 세 남자에게 스프레이를 뿌린 것인데, 하필이면 뿌린 방향이 내가 앉아있는 방향과 같았고 결국 나까지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덕분에 내가 먹고 있던 햄버거, 프라이, 콜라 빨대, 내 왼쪽 옷, 머리, 쓰고 있던 선글라스까지 모두 ‘후-후-후추 스프레이 맛’으로 뒤덮였다.
그런데, 나의 따가움을 잊게 만들만한 놀라운 상황이 옆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인앤아웃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맛보다-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