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Dec 13. 2021

섹스 빠진 연애, 연애 빠진 로맨스

여자 홍상수, 정가영 감독, 각본

적당한 로맨틱 코메디를 기대하고 극장에 갔다.

그런데, 정가영 이란 감독 이름이 올라왔을때 범상치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

그녀는 스스로 대본을 쓰고 스스로 주연, 감독까지 한 몇 편의 단편 영화로 주목을 받은 90년생 신인이다.

 '왓차' 라는 영화 구독 플랫폼를 통해 접하게 된 그녀의 영화는 발칙하면서도 키치적인 유머가 가득하여

여자 홍상수 감독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다.

이름 조차 특별한 '혀의 미래'는 단 10분짜리 단편으로 남녀의 첫키스를 상황 설정으로 롱테이크로 찍었다.

마지막 상황까지 끌고 가는 호기심 어린 대화와

혀를 내두르게 하는 마지막 대사까지 코믹하다.

"BItch on the beach"는 밝힘증있는 여자의 남자 꼬시기가 리얼하게 펼쳐진다.


요즘은 여성 감독의 영화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헐리우드 감성의 영화들은 여자를 섹시한 대상으로서만 표현하지 여성의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최근 극장가는 여성 관객층이 많다보니 여성의 관점에서 다룬 영화들이 더욱 인기를 끌게 된다.

여자들은 혼자서도 극장을 오지만 남자들은 왠만해서는 혼자 영화를 보지 못하며 더군다나 커플들도 여성의 의견을 반영하여

선택을 하다보니  마케팅적으로도 여성 관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82년생 지영 같은 페미니즘 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도 섹스에 있어 당당하고 솔직하고 더 나아가서는 발칙할 수 있다는 것이 정가영 감독 영화의 특징이다.

이번 내용도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고 그 어떤 영화보다도 진실성과 리얼리티, 재미까지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영화는 29살 여자도 15세 남자처럼 몽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대사로 시작된다.

여자들도 물론 섹스에 대한 욕구가 있다.

오랫동안 하지 못하면 상상력이 발동하여 꿈속에서 황홀경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욕구 해결을 위해 아무나 만날 수는 없다. 여기서 누구랑 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섹스가 고프다고 편의점에서 울 수는 없다. 적당한 상대와 적당한 상황이 연출되어야 한다.

물론, 사랑하는 상대가 있으면 좋겠지만 사랑까지는 너무 먼 얘기인 썸 타는 상대가 될 때 갈등이 깊어진다.

이 남자랑 자는게 문제가 아니라, 자고 나서의 상황이 문제이다.


앞으로 계속 제대로된 연애를 발전시켜야 할 관계라면 섹스를 서둘러서도 안되고 그 후 어설퍼져도 안된다.

그런 이유로 어떨 때는 원나잇을 찾기도 하고 섹스 파트너를 만들기도 한다.

결혼할 대상은 따로 두고 적당히 즐길 애인을 두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이런 남자에게 이용당하면서 남자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고 막 나가기로 결심한다.

까짓거 그냥 데이팅 어플로 만난 사람과 가볍게 섹스를 즐긴다.

그러고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말한다.

" 사랑이라는 고난이도 감정노동 그런거 됐어"

"10대는 머리로 하고 20대는 가슴으로 하고 30대는 허리 밑으로 하는 거야."

있지도 않은 사랑 따위 믿으며 헌신하는 것은 20대 이후 졸업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몇 번의 순수하고 일방적인 연애 끝에 시니컬한 태도로 돌변한다.


남자라는 건 어차피 밑을 게 못되니깐 감정 이입하지 않고 본인도 즐길만큼 즐기고 발빼는 것으로 상처를 줄인다.


감독이 원한 타이틀은 " 연애 빠진 섹스"가 아니었을까

'섹스온더비치'를 비치온더비치로 한거보면 심증이...


남자주인공 바구리(박우리)는 문창(문예창작)과 출신으로 잡지사에서 섹스 칼럼을 맡게 된다.

문학도 출신인 그가 19금 연재를 얼떨결에 맡게되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궁여지책으로 친구가 가입해준 데이팅 어플로 만남을 시도한다


첫만남, 그녀는 길거리에서 피를 뽑고 차에서 내린다.

쿨하게 헌혈을 하고서 평양냉면 집으로 거침없이 향한다. (평양냉면 성애자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대낮부터 소주를 시킨다.

남자는 첨부터 이상형이 아닌 이상황에 놀란다.


그리고. 다음 수순은 모텔이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진짜 문제이다.


섹스파트너로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연애 감정이 생기게 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인지라 섹스가 좋으면 감정이 생기고 감정이 좋으면 다시 섹스가 좋아진다.

섹스와 감정을 분리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넌센스가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번 영화에 백퍼센트 공감한다.

역시 솔직하고 까칠한 정가영 감독만의 스토리가 통쾌하다.

(나 또한 내가 이런 글을 쓸 지 몰랐다.

브런치에 연애력사를 포장해서 까발리는 것,

당돌한 그녀의 감성, 적극적인 스타일 등

어그로 아닌 싱크로 느껴진다.)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는 두번째 주제는

"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공 인가요?" 이다.

인생과 연애에서 자신을 소외시키는 이들이 많다.

왜 (내인생은) 내 꺼라고 말을 못해?

스스로 주연이  되지 못하면 만년 조연 신세이다.


나는 연애에 있어 내가 주체가 되는 것을 언제나 지향한다.

내 연애의 여주는 나이고 남주는 객원 (손님)이다.

남자를 만날 때 대시를 먼저하는 것도 나이고 다음의 애프터를 먼저하는 것도 나이다.

(물론, 이별을 선언하는 것도 나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꿀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은 나의 리드에 끌려가게 된다.

남자들은 여자의 적극적인 행동에 의외로 감동한다.

(남자들이 나약해져있다 보니 대시를 하지 못한다.)

보통 남자들은 플랜이 없다. 단순하기 때문에 데이트를 한다는 생각만하지 어디서 무엇을 할지 생각하기 귀찮아한다.

나는 데이트 할 때 나름대로의 계획과 플랜이 다 있다.

그리고, 데이팅 어플을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어떻게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만나냐고?

아니, 오히려 현실 세계의 사람보다 괜찮은 사람이 항상 걸려든다. (물론, 이것은 고수의 선수 경험이니 절대 연애 어린이는 온라인 앱을 이용하지 말 것)

온라인으로 등록된 사진을 보면 벌써 감이 온다.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 인성, 성격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질문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나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 또한 선호하지 않는다.

본인이 확신이 없으면 상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며 불신한다.

확신이 있는 사람은 그냥 조건 없이 자신을 믿고 상황에 맡겨버린다.

나는 남자 프로필 사진의 L.O.V.E.상징물과 수트차림을 보고, 그가 뉴욕 비지니스 출장 중에 찍은 사진임을 알아보았고,  그렇다면 외국계 금융 분야 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사 금융이나 보험은 해외 출장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금융인들의 특징은 배팅을 잘한다.

배팅이란 운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리스크 분석에서 시작된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리스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하면 배팅을 해서 기회를 찾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사고 방식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우연히 끌려들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만남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시간과 장소, 방법 등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정도 배려하지 않는다면 솔직히 기대할 것이 없다.

내가 정한 장소에서 나는 주체가 되며 상대는 게스트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나를 믿어준 사람에게는 최고의 환대로 감동을 준비한다.

나의 주도로 골프 스크린에서 그를 만나기로 하였다.

남자는 게임과 스포츠를 좋아하니 콜이고, 나는 취미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좋은 선택지가 된다.

게다가 어색하게 커피샵에서 초면에 마주하기 보다는 한 게임 치면서 대화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게다가 이곳은 살롱같은 분위기의 룸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여주가 피를 봤듯, 첫장면의 핏빛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오죽하면 성인 세례에서 와인을 뿌리겠는가?)

나는 미리 가서 준비한 레드 와인을 오픈한다.

선홍빛의 피가 아닌 피노 누와르 이다.

(홍콩누와르의 그 누와르가 맞다.)


남자가 뒤늦게 들어오면서 처음에는 나를 보고 놀라고 두번째는 와인을 보고 놀란다.

나의 프로필 사진은 사실, 제일 예쁜 사진이 아닌 보정 조차 하지 않은 사진이지만 신묘한 분위기가 있다.

실물이 훨씬 낫다며 좋아하고, 와인을 마시며 스크린을 칠 줄 몰랐다며 나의 센스에 감동하는 것이다.

골프존 그의  아이디는 부르스 였고 나는 한 술 더 떠 아이디를 느낌적인 느낌으로 ' 미드나잇 블루'라고 입력한다.

" 어, 나 그노래 좋아하는데? "

" 아예 노래를 들으면서 플레이 할까요?"

그도 그런 감성을 좋아하는지 당장 유튜브를 틀어 음악을 디제잉한다.

음악을 들어도 와인을 마셔도 골프 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나는 보기 플레이어 정도의 스코어를 치고 무엇보다 스윙에 거침이 없다.

그런 면을 남자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

여성스러울 것 같은 외모에 거침없이 남자 채를 휘두르며 정확히 목표지점에 조준하는 것을 보면

섹시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첫홀부터 완벽한 어프로치와 원펏으로 구멍에 넣는다.

남자는 상황에 당황하고 제대로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 이 분위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첫 만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

그저 다음 애프터를 할 수 있을 정도 까지가 딱이다.

드라마 처럼  다음 화를 보게 만들기 위해서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끝내는 것과 같다.

그는 아쉬운 듯 라운딩을 마치고 나를 다음 장소로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바로 , 다음날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두번째로 만나기로 한 곳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호텔 루프탑이다.

제대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샹드리에가 멋들어진 핫플레이스 이다.

결국, 진정한 드라마는 제2화 인 것 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방적인 이별 통보, 그 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