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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Oct 28. 2022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우리만의 와인파티가 시작된다"

시간의 정확한 계측은 불가능하다.

초침은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처럼 당신의 느낌과 감정에 따라 휘어지고 늘어진다.

단지.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로마의 테르미니 역 만큼이나 복잡한 용산역에 가까스로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한다.

남자는 가평으로 가는 ITX의 플랫폼 번호를 전광판으로 확인해 두었다.

이탈리아의 기차는 때로 24시간 지연이라는 무지막지한 연착을 안내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기차는 1분도 늦지 않게 정확한 코리안타임을 선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에 따르면 시간은 변화하는 것을 측정하는 도구라고 하였다.

우리의 보편적 상식과는 어긋나는 듯 보이지만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때 봄날이 왔다고 느끼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단순한 정의이다.

세상이 느리게 흘러갈 때 또는 정지한 것처럼 느껴질 때는 시간이 멈추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인슈타인은 시계공업으로 유명한 스위스 베른에서 특허청 업무로 전국 기차역의 시간을 통일하는 synchronization (동기화: 시간을 맞추기) 연구를 하다 결국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고 기존의 뉴턴 물리학을 뒤집는 상대성 이론으로 학계를 놀라게 한다.

시간은 상대적인 속도에 따라 달라지며 광속에 가깝게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시간이 한없이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철로를 미끄러지 듯 유영하는 기차의 날렵한 정면이 지나가고 긴 몸통의 객칸이 줄줄이 이어진다

한국의 승객들은 마스크를 철저히 끼고 자신의 지정석을 찾아 질서있게 움직인다.

 

Itx  청춘열차에는 청춘이 없다.

이팔청춘이 아니라 청량리~춘천의 머리글자인 까닭이다.

90년대의 청춘들은 춘천가는기차에서 캠퍼스 생활의 낭만을 만끽했었다.

그 시절 추억때문인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유독 많았다.


나는 90년대 유행하던 홍콩 느와르 영화, 화양연화를 스트리밍한다. 핸드폰을 열어 카톡을 확인하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시간을 interrupt!하는 SNS를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도 싫다.

니가 내 취향을 알아?

나는 너 따위 프로그래밍으로 예측할 수 있는 type이 아니거든~~

사람들은 쉽게 추천 영화나 상단에 올라온 top 순위로 결정하지만 거기에는 무서운 음모가 있다.

서서히 당신의 사고방식까지 구글화 되어버리고 플랫폼에 종속되어

모든 사람들의 개성이 매몰되고 평준화 되는 것이다.

사실. 구글은 세계 정복의 더 큰 빅피처가 있다.

구글이 자율주행을 연구하게 된 것도

유일하게 구글에 접속하지 않는 시간이 운전대를 잡은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구글은  당신의  시간을 볼모로 잡는 것도 모자라 당신의 시야를 막는다. 구글 렌즈를 장착할 시기가 머지 않았다.

나는 어디서나 철저히 내 방식대로 선택할 것이다.

결정은 나의 배타적 권리이다.

나는 내가 선택한 것에만 특별한 애정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기적인 것과는 다르다.

내가 선택을 강요당한다면, 누구의 추천을 따른다면 나는 그 이유를 타인에게 넘겨주고 속편히 탓을 할 배수진을 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한 시간 쯤 지났을까 어디일까?

아무도 읽을 생각을 안하는 철도청의 계간지를 홀린 듯 감탄하며 읽는 나의 옆에는 현재 위치를 GPS 맵에 찍고 매의 눈으로 스캔하며 도착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남자가 있다.


오늘의 my plan은 재즈페스티벌이다.

20년의 역사를 지닌 자라섬 재즈 공연은 코로나로 3년의 강제 휴식을 거쳐 올해 다시금 재개되었다.

열두시에 도착했건만 사전공연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탓에 아직 입장이 불가했다.

(이런, 이런...  헛점 투성이)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는 배추를 세는 단위일뿐)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남도 꽃축제. 그 라인만이 입장 가능했다.

나는 일초의 주저없이 일단 Go를 택했고 머리속에는 확률적 직감이 있었다.

(나의 직감은 뛰어난 빅데이터 잘알고리즘 이다^^)

꽃축제의  행렬을 따르다 나는 노란띠의 폴리스라인을 이탈한다.

역쉬나 나이수~~^^

나의 단호한 결행에 짝꿍도 엉겹결에 공모자가 되었으나 그것은 한 순간의 쪽 일뿐, 이 쪽으로 국경을 넘자 곧 남들이 인정하는 관계자가 되었다.

사람은 세부류가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나는 이상한 나라의 Wonder girls?  

Wonder woman & Thunder man !


비어있는 식탁은 바로 우리를 위한 reserved,

비어있는 식도에 와인이 served된다.

역쉬 내 남자는 바리바리 잘도 챙겨왔다. 휴대용 와인잔은 그럴싸 했고 그가 꺼내든 칼자루 (hilt)는 습도 높은 날씨에 쨍한 맛으로 혓봉오리를 마구 찔러댄다.

사실, 미국은 우리가 잘 아는 까쇼가 아니라 샤도네이 품종의 재배면적이 제일 넓다.

그가 준비한 와인은 hilt 는 스트리밍 이글의 패밀리 와이너리이다

산타바바라 카운티의 산타리타 힐스, 안개 낀 언덕과 서늘한 해풍은 화이트 품종에 최적화된 떼루아를 제공한다.

광채가 있는 노란 금빛이 감도는 샤도를 흔들자 잘익은 사과향이 훅훅 몰아치고 한 모금을 입 안에서 굴리자 산도 높은 레몬처럼 시트러스 향이 혀를 치고 올라온다.

깔끔하게 입맛을 돋우는 아페리티프처럼 식욕이 당긴다.

'풀밭위의 식사'를 위해 준비한 그린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먹고 나니 어느새 와인도 비었다.

이제는 재즈를 감상할 시간, 서둘러 돗자리를 챙겨 메인무대로 향한다.

그런데 왠 걸? 수천평의 자리가 그냥 주인없이 비어있다.

(알고 보니 아직도 입장 전인 것이다)

음향의 진행 방향을 고려한 최적의 땅을 차지하고 마치 서부 개척시대에 깃발을 꽂 듯 또 하나의 와인병을 꽂는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의 공식 와이너리로

샤또 마고의 와인메이커인 폴 퐁티에가 유일하게 컨설팅을 하는 와인이다. 안젤리나와 브래드 피트  커플의 애정 와인으로도 소문나 있다.

템프라니뇨 특유의 스파이시함과 오크 풍미가 균형잡힌 탄닌과 함께 어우러진다.

와인 한  잔을 드링킹하고 king처럼 아무도 없는 궁정에 나란히 등을 눕힌다.

마치, 수백미터의 땅 속을 기어 수맥을 찾는 나무처럼 드럼의 타악이 땅을 뚫고 진동하며 바닥으로 쿵쿵 요동친다.

그에 따라 심장의 박동도 떨려온다. 뻥뚫린 공간에서 느껴지는 음향의 질감이 이렇게도 직접적일 줄은 몰랐다.  마치 귀 옆에 스피커가 있는 것 처럼 사운드가 미쳤다.



음악은 비트가 점점 빨라지고

호흡도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소리없는 군중은 아우성을 친다.

"키스해~키스해~"

누군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개방감이 더욱 긴장감을 부른다.

관능과 관음은 비례하는 법이다.

이윽고 누군가 찾아왔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요~ 할 줄 알았다)

"선생님 먼저 들어와 계셔서 입장객이 항의 들어올수 있으니 자리를 비켜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정중한 부탁에 돗자리를 접었다.

이미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나는 눈여겨 본 현대 아이오닉  홍보캠프를 찾아 자리를 선점한다.

요즘 유행하는 캠핑의자에 간이선반도 설치되어 있으니 이보다 좋은 공간은 없었다. 역시 행사 알바생들은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다.

세번째 와인병을 찾아 판매 부스를 찾는다. 대한민국의 편의점은 가성비 와인천국 이었으나 고급스런 부르고뉴 와인은 찾을 수가 없다.

역시 저렴이 와인은 딱 그 맛이다. (니맛도 내맛도 아닌 병맛)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가 오픈하고 티나터너의  번개맞은 머리를 한 스페니쉬 여자 가수가 무대에 오른다.

이미 풀린 다리는 저절로 리듬을 타고

우리는 나름대로의 살사를 신나게 춘다. 빙글빙글 손끝을 돌리자 꽃무늬 치마도 펄럭이며 돌아간다.

우리에겐 둘 만의 세상일 뿐 다른 어떤 타인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지고 우리들의 쇼타임도 이제는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그런데 편도로 끊었던 ITX의 서울행이 모두 매진되었다.

하는 수 없이 카카오택시를 부르니 십 이만원의 예상액이 나온다.

그까짓 거 노래방 양주 먹는 걸로 셈하지머. 우리가 즐겨듣는 페이버릿, 7080 갬성을 틀고 노래를 부르다 그는 내 무릎에서 스르르 잠이 든다.

코 하나 골지않고 새근새근 애기같은 숨소리만이 들린다.

진짜 달게 자는지 깨지도 않는다.

잠들기 전 취중 속 진담도 나는 놓치지 않고 기억해둔다.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는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나는 단지 그에게서 나의 그림자를 볼 뿐이다.

내면의 외롭고 고독한 아이를 그저 껴안아 주고 싶을 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나의 느낌과 감정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고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syncronicity 이다.

그  동질감이 너와 나를 연결시키고 연민하게 하고 연인이 되게 한다.

당신은 내가 한 말과 당신이 한 말은 잊었지만 결코 그것이 당신에게 무엇을 느끼게 했는지는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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