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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락 Nov 18. 2022

제주 마음여행

#환대와 경탄

제주에서 환대의 집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하고 2박 3일 일정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거창한 시작은 아니었다.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일이니 말이 씨가 된 셈이다. 



몇 년 전의 일이다. 14년 차 동료 코치가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코치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앞 길이 막막할 때가 있는 노릇이다. 


그 어렵다는 코치를 코칭하는 작업을 한 달가량 했을 무렵 동료 코치는 제주에 내려가기로 하고 제주 6개월 살이를 감행했다. 


아이들 학교까지 옮겨 반년을 제주에서 살다 올라와서는 동료 코치는 아예 짐을 꾸려 제주에 내려가 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만 3년을 지나던 어느 시점 난 동료 코치가 궁금해져 어떻게 지내는지 전화를 했다. 


그럭저럭 잘 살고는 있었지만 '환대의 집 프로젝트'와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진 채 반은 체념 한 목소리가 저편에서 제주의 바람소리와 함께 실려왔다.  


과감하게 나는 동료 코치와 직면했다. 우리가 함께 코칭할 때 나눈 얘기들을 기억해 보라며 내가 연세를 내줄 테니 '환대의 집 프로젝트'를 해 볼만한 집을 구해 볼 수 있겠냐며 운을 뗐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지 우연히 만난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털어놓으니 지인의 지인이 제주 논짓물 근처에 있는 스물한 개 객실이 있는 건물을 위탁 경영하게 됐다며 연결을 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이게 웬일!! 동료 코치에게 전화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두말할 것 없이 동료 코치는 차를 몰고 예래로 갔다. 위탁 경영하는 대표와 만나 의기투합을 해서 조식 포함이 아닌 코칭 포함 장박 프로젝트를 제주와일드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제주와일드. 스물한 개 객실 어디에서나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 앞바다와 논짓물을 볼 수 있었고, 바로 옆에는 예래생태숲이 건물을 감싸고 있었다.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가까운 거리조차 목숨 걸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그네는 도적들의 쉬운 표적이 되었고 물건을 빼앗기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고 목숨마저 위협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마을마다 따로 숙박시설이 있는 건 아니니 나그네가 그 마을에 오면 환대해 주는 것이 관습이 되어 나그네들은 안전을 보장받았다. 


중세까지 이 환대의 전통은 이어져 중세의 숙박업을 하는 곳은 손님을 거부하지 못하게 법으로 못 박아 놓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앱 하나만 가지고도 안전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짐을 꾸려 떠나는 이런 여행이라면 여행사를 통하거나 각자 알아서 준비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마음 여행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눈 밝은 여행 안내자가 있어야 제대로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단테의 길동무이자 길잡이 노릇을 해 주어 무사히 단테는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른다.


물론 천국에서는 베아트리체라는 길잡이의 따로 있었지만 어쨌든 마음 여행에는 안내자가 필요한 법이다. 인생에 한 번쯤 이런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마음 여행을 할 필요가 있다. 


노자는 비움의 쓸모를 역설했다. 채워져 있는 그릇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 비어 있어야 무언가를 담는 그릇의 쓸모를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 여행도 이와 같다. 일상에서 우리는 정보를 가득 채우기만 한 채 머리도 마음도 비우지 못하고 살아간다. 엄청난 일상의 관성 앞에 우리는 철저히 무기력하다. 


팬더믹 시대,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피부로 체감하며 살아간다. 그만큼 힘든 시기를 지나며 멀어진 관계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다시 이어지는 것만큼이나 관심 두어야 할 것은 나와 내 마음이 다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음은 환대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마음을 통해 우리는 삶의 충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일이 제주와 서울의 하늘을 하나로 이으며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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