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공화국 꿈삶글 0013
마치 바다에 빠질 뻔하였다가 간신히/숨을 헐떡이며 해변에 도달한 사람이/위험한 바닷물을 뚫어지게 뒤돌아보듯,//아직도 달아나고 있던 내 영혼은/살아나간 사람이 아무도 없는/그 길을 뒤돌아서서 바라보았다//잠시 지친 몸을 쉰 다음 나는/황량한 언덕 기슭을 다시 걸었으니/언제나 아래의 다리에 힘이 들었다 ―『신곡(神曲)』4
아직도 이어도로 가고 있는 용이 한 마리 있다 하늘로 가지 않고 바다로 가려는 용, 고종달이 잘라버린 날개 때문에, 바닷속 고속도로를 달려갈 용이 있다 이어도를 건국한 서복이 그리워하는, 산방산을 업고 이어도로 가려는 용, 하지만, 산방굴사에 앉아계신 부처님께서, 지금 여기가 더 좋다며 붙들고 있다 이어도로 가려는 용과, 여기에 더 머물려는 부처님은, 언제쯤 마음을 합하여, 이어도로 갈 수 있을까 나는 용머리 해안부터 시나브로 둘러보고, 산방굴사의 부처님을 찾아갈 것이다 멀리, 이어도를 바라보니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용머리해안에 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끔 해룡이 날아가는 날개소리만 들린다 용은 보이지 않고 보아뱀 한 마리 바다로 기어가고 있다
https://youtu.be/d_LQVnonE4w?si=QNH7-SZ0w1bWaX3N
꽃 눈
오늘은 바람이 분다
꽃잎 눈이 내린다
하루 만에 날개를 달았다
함박꽃눈 내린다
벚꽃 잎이 딸기꽃잎을 찾아간다
내일은 함박눈이 쌓이겠다
숨겨두고 잊었는데
감을 먹고
감씨를 숨겨두고
잊어버렸는데
싹이 올라온다
연꽃 떠나고
연못 잊어버렸는데
연잎이 올라온다
아직은 뜬잎이다
머지않아 선잎이 올라올 것이다
도토리 숨겨두고
잊어버렸던
다람쥐도
나와 같을 것이다
나와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오래도록 행복할 것이다
어깨
어깨가 부실한 이어도공화국 다육이에게
봄날의 아침 물을 주면서 문득 깨닫는다
연꽃 물통 안에서 너무 많은 올챙이들이
꾸물거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활짝 핀다
가로수 벚꽃 잎 떨어져 시들고 잎은 나고
이어도공화국 왕벚꽃은 잎과 함께 웃는다
나의 어깨가 더 아픈 것은 욕심 때문이었다
분명히 침대에 누워서 팔을 위로 올리라고
그렇게 날마다 꾸준히 조금씩만 늘려가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욕심부렸다
앉아서도 서서도 나는 끊임없이 팔을 뻗었다
당구채로도 골프채로도 하늘로 밀어 올렸다
욕심이 결국 나의 어깨, 날개를 망가뜨렸다
벚꽃 잎이 하늘에서 눈송이처럼 춤추며 온다
나는 이제 다시 봄 그늘 아래 누워 시작한다
나를 덮어주는 벚꽃 잎 하나와 둘을 헤아리며
시나브로 머리 위로 팔을 들어 올려 눕힌다
팔을 뻗어 함부로 하늘을 들어 올리지 않고
아픈 어깨를 어루만지며 편안하게 눕힌다
올챙이
따뜻한 오후가 되니
올챙이들이 쏟아진다
다투어 쏟아져 나온다
저 많은 올챙이들 중에
과연 몇 마리나
개구리가 되어
연꽃 물통 밖으로 나올까
나는 과연 개구리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봄에는 모두가 손을 모은다
봄에는 모두가 손을 모은다
우리는 간절히 손을 모은다
너와 나 간절히 손을 모은다
떡잎도 꽃잎도 손을 모은다
몸과 마음이 함께 손 모은다
하늘도 손을 모으고
공기도 손을 모은다
손을 모으면
껍데기는 스스로 떨어진다
봄은 언제나 기도의 신이어서
모아진 손에서 봄이 피어난다
보리가 익어가니
보리밥이 맛있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큰 기둥이 아니라
작은 가지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사람들도 그러하다
그리하여 세상은
오늘도
향기롭고 아름답다
어제 바람에 꽃잎들 많이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아직도 나무에는 많은 꽃잎들이 남아있다
이어도공화국 사철나무 울타리 밖에서
사람들이 벚나무를 기어오르며
사진 찍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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