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첫 여행이자 첫 유럽 여행이자 생의 첫 자유여행이였던
21살. 정말 어리고 풋풋하던 나이에 우리는 처음 만났다.
300여명 정도 되는 신입생 중에 우연히 같은 조로 배정이 되고 공교롭게도 그 조에서 재수생은 우리 둘 뿐이었다. 사실 그러한 공통점이 아니였더라도 나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우연'이 '필연'이 되어 22살에 연인이 된 우리는 9년의 연애 끝에 30살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나와 신랑은 결혼 당시 둘 다 무직이었다. 참으로 용감한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처음에는 이것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려 했었고, 사실 헤어질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돈'을 이유로 헤어진다면 나는 '돈'을 이유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것일까.
그런 이유로 만난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결국 난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인생의 고난과 슬픔, 행복 모두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으니까.
무려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여전히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참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기만 했구나 싶지만 여전히 순진한 나는 아직도 신랑과 살고 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백수인 우리가 가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시간이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
우리는 바로 그 후자였는데 이 장점을 살려 인생 딱 한 번인 신혼여행을 길게 떠나보기로 하였다.
게다가 우린 긴 연애 중에 단 한번도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없었으며
신랑은 생의 첫 유럽 여행이였고 (나도 가족과 함께한 패키지 여행이 전부였다)
게다가 자유 여행은 둘 다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겁없이 13박 14일, 자유 여행으로 런던과 바르셀로나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게 무려 4년 전이다.
어느새 우리는 이제 막 만4세가 된 딸과 함께 셋이서 아웅다웅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생각보다 빨리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에게 이 여행만큼 긴 여행은 그 뒤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일까
차츰 이 여행에 대한 기억이 흐려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러기엔 너무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여행이였기에
더 흐릿해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자 한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5년이 아닌 50년이 지나도 잊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