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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 애 Sep 19. 2023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에 들어가보다

맨유 경기장 관람 후기

그 전날 경기장에서 앞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선수들의 귀가를 모두 구경하고 돌아온 우리는 아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로 잠에 골아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예약한 올드 트래포드 관광을 하러 가기 전 묵었던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내가 가져온 아침과 남편이 가져온 아침

나는 평소 영국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보기 때문에 영국의 조식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콩과 소시지, 특히 저 블랙 소시지가 약간 순대 간 같은 맛이 난다고 해서 매우 궁금했기에 한조각씩 가져와 보았다. 사실 딱히 막 엄청 맛있다 할 것은 아닌데 확실히 다른 나라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내가 평소에 절대 먹지 않을 것들을 매일 먹고 사는 사람들의 식사를 경험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참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토트넘 경기장 관람을 하는 날이다. 이것도 순전히 남편을 위한 일정이기는 하지만 박지성으로 이미 모든 한국인에게 익숙한 맨유의 경기장. 축구에 관심이 그닥 없는 나도 들어본 적 있는 토트넘 경기장이니까 온 김에 한번 관광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과일도 가져와서 먹었는데 딸기가 시고 맛이 없어 일그라진 나를 신랑이 신나서 찍어두었다.

신혼 여행이라 그런가 별거 아닌 찡그린 표정에도 신나서 사진을 찍으며 놀다 생각보다 늦게 호텔에서 나온 우리는 숨이 턱 차도록 어제의 경기장으로 뛰어 갔다. 미리 예약해 둔 투어 일정에 늦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늦었다.


5분 정도 늦었는데 카운터에 직원이 그냥 다음 타임에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여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다 결국 다음 타임 예약 손님들과 함께 입장했다.


입장객들은 모두 이렇게 목에 카드 같은 것을 걸고 가이드의 인도에 따라 다같이 대기실에서 경기장 안으로 입장한다. 


모자이크 때문에 안 보이지만 퍼거슨 아저씨랑 비슷하게 웃고 있는 신랑
벽에 붙어 있는 지성팍을 반가워하는 신랑
수 많은 트로피들
여러 레전드 선수들의 유니폼인 듯 하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지성팍


왜 찍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냥 보이는 대로 찍었던 듯 하다

사실 올드 트래포드 투어에 대해서는 설명할 것은 많이 없다. 당연하겠지만 가이드가 영국 사람이라 강한 영국 악센트의 영어 듣기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과 선수들이 들어가는 곳 대부분(락커룸, 경기장으로 나가는 통로, VIP들이 앉는 좌석 등)을 가볼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충분히 설명이 될 부분이다. 사실 그렇게 투어 자체가 엄청나기 보다는 '그' 경기장이라는 것이. '그' 어마어마한 선수들과 감독들이 실제 있었던 곳에 가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권 및 지갑을 털리지 않기 위한 우리의 노력으로 인한 패션 파괴
우리에게 영어 듣기 평가를 해 주신 가이드님 / 기자단과 인터뷰하는 장소에서 기자들처럼 찍고 있는 투어 참가자들
락커룸에서 루카쿠 자리에 앉아봄 / 선수들에게 전략 설명하는 곳에 서 봄
선수들처럼 경기장으로 입장해보는 우리
손에 잡힐 듯한 경기장
VIP 석 앞에서 사진 찍기 / VIP 석에 앉아서 사진 찍기

대충 요런 식의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이제 맨체스터를 떠나야 했다. 맨체스터는 단순히 경기를 보기 위해 온 것이였기 때문에 딱히 그 이상의 일정은 잡지 않았다. 대신 온 김에 경기장 투어는 하자고 해서 가는 날 오전에 투어를 잡은 것인데 우리의 지각으로 투어가 다음 타임으로 미뤄지면서 예매해놓은 기차 시간이 조금 빠듯해지게 되었다. 그래도 기차 타러 가는 길에 맨체스터를 좀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그러기가 힘들어진데다가 비까지 오기 시작하면서 이 투어 이후 우리는 꽤나 허둥지둥 거렸다.


급한 와중에 예뻐보이는 곳들을 찍고
미리 가기로 생각해 둔 성당에도 들렀다
급한 와중에 성당 내부도 찍고
비 맞고 있다는 사진도 찍었다

아주 달렸다. 엄청나게 달렸다. 캐리어와 함께 달린 것은 이번이 공항 이후 두번째였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인가보다. 나는 결혼 전에는 이런 사람이라 많이 혼났다. 하지만 이제는 혼나지 않는다. 같이 뛰고 있으니까. 무리 중 외톨이면 이상한 사람이 되지만 같은 사람과 있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꽤나 맛있었던 아보카도 샌드위치 베이글

다행히 서둘러 뛰어온 덕분에 아주 조금의 여유가 있었고 우리는 기차 탑승 전 서둘러 보이는 곳에서 연어 아보카도 베이글 샌드위치를 샀다. 이게 꽤나 맛있었다는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내가 T라서 그런가.. 갈 때 기차에서 풍경 사진을 찍었다고 오는 기차에서의 풍경 사진은 단 한장도 없다. 하.. 재밌는 사람이네. 아무튼. 사실 오는 기차에서 우리는 꽤나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도착 첫날의 대실패 이후 새로운 에어비앤비로 체크인하는 날이였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는 도착 첫날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에 체크인하지 못하고 노숙...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것을 하며 맨체스터까지 오는 이틀을 버텼다. 버티며 우리는 새로운 숙소를 찾았고 맨체스터에서 돌아와 그 곳에 체크인하기로 일정을 잡아 놓았던 것이다. 사실 원래 10일 정도 묶을 금액을 에어비앤비 포인트로 환불 받아 7일 정도를 묶을 숙소를 예약하다 보니 그 전 숙소보다 조금 더 좋은 곳을 예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두번의 실패는 없다.

이번에는 구글 맵으로 주변 분위기까지 다 체크했다. 좋아. 이제 체크인만 잘하면 된다. 체크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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