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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Apr 13. 2023

IT 영업은 처음이라 - (1) 외국계 IT회사란


어서와, 외국계 IT 영업은 처음이지?

    나는 대학생 시절 경영컨설턴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컨설턴트들은 고강도의 업무강도를 견뎌야 하지만 높은 연봉에, 여러 산업군을 누비면서 임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나중에는 빠른 속도로 승진하거나 대기업에 임원으로 스카우트되는 그런 고급 직업인 줄 알았다. 비록 전략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유명한 회사들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정도 학벌에 괜찮은 수준의 대형 회계법인에서 IT컨설팅을 시작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한 대 맞기 전 까지는...

    하지만 모든 돈 버는 일이 다 그렇듯(?) 이상과 현실에는 약간의 괴리는 있는 법이다. 컨설팅이라는 것도 결국 회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고, '서비스 제공자'로써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설움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에는 그렇게 꿈꿨던 정장을 입은 멋진 나, 임원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조언을 하는 나라는 이상보다는 그 밑에서 정장이 반질반질하게 앉아있어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과 가끔 '갑'으로써 역할을 하는 임원들 앞에서 한마디라도 하기 위해서 공부 혹은 혹사당해야 하는 엄청난 시간들이 뒤따랐다. 그렇게 국내 유명회사들을 돌아다니면서 IT조직 감사, 차세대 프로젝트 전략, 클라우드 도입 검토 등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러다 회사를 한번 점프해 보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몸도 마음도 망가지면서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이전에 같이 컨설팅을 했던 선배가 찾아와 내 표정을 살피더니 상태가 안 좋은 것을 확인, 자신이 일하는 회사로 오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수년간 커리어를 한 번에 바꾸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회사는 IT 솔루션을 판매하는 미국 회사였다. 그때는 첫째도 막 나왔을 때고 뭐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게다가 연봉도 엄청 높여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외국계 IT 벤더로 커리어를 급격히 전환했다. 뭐 급격히라고 말하지만 IT컨설팅을 하시던 분들 사이에서는 가끔 벌어지기도 하는 일이다. 다만 대학생 때부터 하던 일을 때려치운다는 것이 그리 쉽겠는가. 하지만 뭐,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며 산다.



외국계 IT 회사에는 왜 영업이 많은가?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누구야. Microsoft, Apple, Google, Amazon 같이 전 세계 시가총액의 Top을 다투는 회사를 의미하는 말이다. 대부분 'IT 회사'들이다. IT회사는 말 그대로 디지털 환경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굉장히 광의의 개념이다. 하지만 많은 IT 회사들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반으로 직원들에게 많은 복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이미지까지도 좋다 보니, 구직자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것이 사실이다. 하물며 전 세계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외국계' 혹은 '글로벌' 회사들은 여러 해외의 직장동료들과 일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외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지만 냉정하게 우리는 모든 회사들이 영리적 활동을 하고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건을 만들거나 개발하고, 판매하고, 사람들을 채용하고, 세금을 낸다. 여러 가지 일을 동반한다. 직장인 한 명이 하는 일도 비슷하지 않은가? 구직활동을 하고, 직장에 나가서 시간을 쓰고, 직장에 다니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세금을 신고하고 나 스스로를 가꾼다. 이것을 조직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이것을 한국에서 시작한 회사들은 그래서 한국에서 기반을 마련한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 개발하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내부에 사람을 채용하거나 세금을 신고하고, 재무제표를 짜는 사람들을 마련한다.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말하는 '외국계' 회사들은 이미 이러한 일을 어딘가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회사가 위치한 나라에서 사업을 키우면서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본사'로써 할 수 있는 기능을 키워왔다. 그렇다. '외국계' 회사들에게 한국은 하나의 '지사'라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그 회사에게 본사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다. 특히 IT 기업은 더욱이 그렇다. 이미 자신들의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본사에 충분히 있다. 전략을 짜는 브레인들이나 인사팀, 재무팀도 본사에 충분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초창기에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제품을 시장에 조심스럽게 넣어줄 영업사원을 우선적으로 모집한다. 우선 지사장을 선출하고, 그의 인맥 혹은 리쿠르팅을 통해 영업사원들을 모집한다. 한국에서 충분히 비즈니스를 이루어낸 여러 회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들은 그렇기 때문에 '영업소'같은 성격을 가진다.



외국계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방법

    우리가 외국계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해하면 이 회사들이 어떤 사람들을 운영하고, 어떻게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법무적인 해석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적인 해석을 하고 싶기 때문에 너무 전문적으로 들어가지는 말자. 일반적으로 나는 크게 2~3가지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한 가지 케이스가 주를 이루는 것 같지만 말이다.


1. 영업사무소를 설립하여 확장하는 경우

    대부분의 외국계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한국의 감사기관에 공시의무가 없는 가벼운 형태의 '유한회사' 등의 방식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본사가 100% 자본을 출자한다. 외국계 회사의 회사 이름이 '000리미티드'라던지 '000유한회사'같은 이름이라면 100%이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유한회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구글코리아도 유한회사다.

설립이 비교적 쉽다. 직원들에게 로열티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기업 고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증 등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증빙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사업자가 취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2. 총판/파트너와 협력하여 개소하는 경우

    지금보다는 조금 예전에 IT가 막 성장할 무렵 많이 있었던 지사 설립 방식이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IT업계가 훨씬 무림(?)에 가까웠을 무렵, 수많은 IT낭인(?)들께서 해외에 좋은 솔루션을 한국에 들어오려는 노력을 많이 하셨다. 그때 혜안이 있었던 분들이 자신들의 회사를 차리고 해외 솔루션을 납품하다가 그 규모가 커지자 해외 본사와 합병 비슷한 모습으로 사무소가 합쳐지거나 상호 협력 구조로 가는 경우도 있다. 미리 파트너를 통해서 시장 규모를 가늠한 뒤 들어오는 것이다. 다만 시장 자체를 파트너가 다져놨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는 못하고 조심스럽게 협력 모드로 들어오는 그림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가 없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다.


3. 법인 없이 영업하는 경우

    아주 드물지만 사무소나 법인이 없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내가 근무했던 회사 중 하나도 그런 형태였다. 그랬을 때 사람들이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는 했다. 돈을 달러로 받느냐(?), 영업은 어떻게 하느냐 등... 그곳 같은 경우는 HR만 아웃소싱하는 회사에 본사가 파견을 보내는 형태로 처리를 해서, 그 아웃소싱해 주는 회사가 4대 보험이나 복지, 급여 등을 처리해 주었었다. 직원들에게도 영업적으로도 굉장히 안 좋은 일이지만 제품이 좋고 돈만 많이 준다면야(?). 그래도 조심해야 하는 경우다. 회사 입장에서는 굉장한 리스크 헷지가 가능하다. 사실 파견한 직원들이야 아웃소싱을 맡긴 HR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자본 출자를 할 필요도 없고 이후에 잘못되더라도 청산절차가 필요 없다. 극단적인 형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녀본 입장에서 만약 3번과 같은 스타트업 등에서 이직 제의/입사 제의를 받는다면 꼭 한번 고민해 보기를 권장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회사는 거래할 때 사업자 등록증 등을 요구한다. 심지어 출입 등록할 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부분을 리셀러 파트너가 받쳐준다고 하더라도 직원 입장에서 그 회사를 다닌 것으로 기록 되지를 않는다. 나중에 정말 지사가 생기면 퇴직금 이전이나 근속의 이슈도 발생한다.





무엇을 파는가?

    사실 IT 기업에서 무엇을 파는지는 다양하다. IT의 세계는 정말 넓기 때문이다. 다만 크게 분류를 해야 한다면 B2B와 B2C를 나눌 수 있겠다. 이중 사실 내가 잘 아는 영역은 B2B 영역이다. IT를 통해서 B2C를 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IT 세계이다. 그 영역에도 커다란 시장이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나는 아마존 사례라고 생각한다.

    Amazon.com은 일종의 서점이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누구나 아는 커다란 유통 공룡이 되었다. 철저한 B2C 사업이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일반 시민들이다. 아마존은 이렇게 여러 일반 시민들을 상대하면서 굉장히 많은 기능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만들어낸 웹 기능들을 한데 모아서 전 세계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아마존, 웹, 서비스. 그 유명한 클라우드 공룡 AWS의 시작이다. 비록 시작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 만들었지만, 그것이 너무 훌륭하고 선구적이었기 때문에 남들에게도 팔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의 인프라 서비스인 EC2가 나온 것은 그 웹 서비스가 출시되고 나서도 4년 뒤였다. 

탄생이유를 알면 왜 AWS 예전 CI가 이랬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B2B IT 시장은 넓고 광대하다. IBM 같은 위대한 회사들도 사실 소비자를 위한 컴퓨터보다는 기업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들었고, 독일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회사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이다. 

    이런 B2B IT 회사들의 영역은 또 크게 인프라,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인프라는 말 그대로 기간이 되는 제품들이다. 기업의 IT는 개인이 쓰는 PC의 확장판이다. 우리는 한 개의 PC에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 메인보드를 한통에 넣어 놓고 쓰지만 기업은 워낙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연산을 위한 컴퓨터, 저장을 위한 컴퓨터, 통신을 위한 컴퓨터를 따로따로 놓는다. 또 업무의 목적에 따라 특화된 컴퓨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것이 어느 정도 표준화된 아키텍처 안에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발전되고 복잡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줄기는 이것이다. 우리는 저장하고, 연산하고, 통신할 것이 필요하다는 것.


    소프트웨어 세계 역시 방대하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운영체제부터 누군가의 업무에 맞춘 것까지 너무나도 많다. 우리 개인의 PC만 해도 얼마나 많은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는가? 오피스부터 한글, 어도비, 압축, 인터넷 브라우저 등등... 기업의 세계는 훨씬 세분화되어 있고, 비싸고, 중요하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회사원들의 업무를 비약적으로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인프라와 연관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면 대부분 "이거 너네 직원한테 시키면 오류도 나고 매년 연봉+비용으로 수억씩 써야 되는데 우리 회사는 1억만 내면 오류도 안 나게 해 주고 직원들 한 2명분 역할은 해줄 텐데 안 살 거야?" 하는 식으로 협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된다.


    서비스는 이러한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운영하는 비용이다. 물론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모두 다 훌륭하지만 기업용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극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구성하기 위한 인력이 필수적으로 투입된다. 일반적으로 IT기업들은 이런 서비스를 동반해서 판매하며, 이런 서비스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함께 움직이고는 한다.

    최근에는 클라우드라는 생태계 교란종(?)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기들이 이 B2B IT를 다 아웃소싱해서 해 먹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이론대로라면 인프라도, 소프트웨어도, 서비스도 자신들의 자원을 이용하면 되고 자신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을 달성하겠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업의 본질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저 틀 안에서 클라우드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우드향 인프라, 클라우드향 소프트웨어, 클라우드향 서비스.




다음은 영업사원들이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 해보겠다.

아마 영업사원이 되려고 하는 신입사원들이나 경력자들이라면 영업사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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