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는 그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던가
‘올스타즈‘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시리즈의 모든 캐릭터와 설정들이 한 작품에 총출동하는만큼 상당한 진입장벽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영화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를 통하여 나는 그런 생각이 때로는 편견일지도 모르겠다는 확실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영화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는 근본적이고 회고적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아직 프리큐어라는 시리즈를 잘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의 메인 프리큐어 격이 되는 TV 애니메이션 <펼쳐지는 스카이! 프리큐어> 하나만을 시청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마다 선보였던 다양한 주제 속에서도 줄곧 자리를 지켰던 근본과 회고적이면서도 새로운 ’인사‘를 총망라한 이야기를 통하여 끝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는 아름다운 작품이 된다. 올드비와 뉴비, 모두를 만족시키며 아름다운 세계로 초대하고 안내하는 작품, 이번 글에서는 그 훌륭함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마법소녀의 근본, 프리큐어의 근본
마법소녀의 근본이란 무엇일까? 이전에 작성한 TV 애니메이션 <마법소녀를 동경해서>의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이리면 나는 분명 ‘꿈과 희망’ 같은 것을 이야기하리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꿈과 희망을 지켜내고 설파하는 것이야말로 마법소녀의 근본적인 숙명이다. 그러나 프리큐어의 존재는 이에 선행하는 ‘근본의 근본’의 존재를 가르쳐준다. ‘마법소녀 프리큐어는 어떻게 꿈과 희망을 지켜내고 설파할 수 있는가?’ 영화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는 이 질문에 ’함께‘라는 답을 내린다.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겠지만) 작품 속의 마법소녀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홀로 시작하더라도, 결국에는 여러 명의 마법소녀들이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고 꿈과 희망을 지켜낸다.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는 바로 이 지점을 증폭시키고 강조한다. 본작의 악당(이라기보다는 반동인물에 가깝다) ’슈프림‘은 오직 강함만을 신봉하며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프리큐어들을 전부 쓰러뜨린다. 하지만 프리큐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혼자는 약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여 ’함께‘가 된다면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따져보면 작중의 이야기는 그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슈프림에게 패배한 기억을 잃고 뿔뿔이 흩어진 프리큐어들이 다시 만나 새로이 우정을 쌓으며 슈프림에게로 향하는 여정에서 그녀들은 함께일 때 어떤 위기와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워나간다.
그 결과가 마지막 결전에서 아름답게 드러난다. 마지막 결전, 모든 프리큐어가 리타이어하고 함께 남겨진 소라와 마시로는 자신들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온 모든 프리큐어들이 ‘함께’의 의미를 깨닫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더라도 함께라면 해낼 수 있으니까, 친구이기에, 동료이기에 함께이고 싶으니까. 그런 마음들이 20년을 뛰어넘어 새로이 그려지고, 두 사람의 마음 속에 켜켜이 자리잡는다. 그 순간으로부터 근본이 탄생한다. 함께하는 프리큐어라는 근본, 그로부터 꿈과 희망은 탄생한다. 그렇기에 엔딩 장면은 상당히 인상깊게 다가오는 것이 되었다.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의 엔딩은 다른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처럼 꿈과 희망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그 이전의 단계를 묘사한다. 엔딩 장면, 프리큐어의 활약으로 갱생한 슈프림은 큐어 프림이 되어 큐어 푸카와 ‘함께하게’ 된다. 그런 두 프리큐어를 모든 프리큐어들이 ‘함께’ 기다려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마치 이제부터 꿈과 희망이 시작되리라고 암시하듯이. 나는 그 장면에서 벅차오름을 느꼈다. 끝이지만 끝이 아니라는 감동, 그것이야말로 누구나 꿈꾸는 희망인지도 모른다.
스크린을 뛰어넘어 전하는, 안녕이라는 그 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주제는 화면 안에서만 전개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이야기할 것은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는 화면 안에서 함께 모인 프리큐어의 모습으로부터 ‘안녕’의 인사말을 전한다. 그것은 화면 안에서도, 화면 밖에서도 전부 이루어지는 것이다. 서문에서도 짤막하게 언급하였듯이 올스타즈란 지금까지의 모든 프리큐어들이 등장하는 일종의 대제전 같은 것이다. ‘안녕’의 인사말은 그 의식, 축제의 하이라이트와도 같다. 소라와 마시로가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프리큐어들의 ‘함께’를 지켜보는 장면과, 끝내 집결한 모든 프리큐어들이 전부 비춰지는 장면은 그 비유라고 할 수 있다. 20년의 시간 동안 등장한 프리큐어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영사되는 순간, 그것은 스크린의 내외를 막론하고 선배 프리큐어들과 팬들을 향한 오랜만의 인사가 되는 것이다.
영화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만약 이 영화가 지나간 것에 대한 인사만이 담긴 작품이었다면, <펼쳐지는 스카이! 프리큐어> 단 한 작품만 시청하고 극장에 앉은 나는 본작을 인상깊게 관람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는 환영과 함께 새로워진다. 선배들의 ’함께‘를 목격하는 후배인 소라와 동료들은 엔딩 장면과 크레딧을 통하여 환영의 인사를 받게 되고, 20년 간의 역사에 당당히 함께한다. 엔딩 장면에서의 큐어 프림과 큐어 푸카가 함께하는 모습이 그 비유였다면, 크레딧에서의 뮤직 비디오는 이를 확실하게 매듭짓는다. 크레딧에서 소라와 동료들은 지금까지의 프리큐어들의 궤적이 그려진 모습을 목격하며 역사의 문을 넘는다. 그렇게 당도한 세계에서 그녀들을, 관객들을 기다리는 것은 초대를 대표로 하여 손을 흔드는 프리큐어들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선배 프리큐어와 팬들을 향한 오랜만의 인사는 후배 프리큐어와 팬들을 향한 환영의 인사와 융합한다. 이것이 바로 영화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지나간 역사를 되짚으며 회고하고 재발견하는 과정을 신세대에게 맡기는 것으로 ‘오랜만’과 ‘환영’을 반가움이라는 감정 아래 하나로 만들어, 끝내 스크린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프리큐어의 존재를 쉬이 내려놓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