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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Mar 20. 2021

증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얼마 전 상영된 ‘증인’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순호(정우성)는 살인사건의 증인인 자폐성 장애학생 지우(김향기)와 친해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지우가 사는 집에도 찾아가고 학교로도 찾아갑니다. 지우가 좋아하는 퍼즐을 선물하기도 하고 함께 컵라면도 먹으며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영화에서 지우가 순호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질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지우의 질문에 순호는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대형 로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재의 본인의 모습과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하는 진정한 변호사의 모습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지우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본인이 직접 해줍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우리들도 함께하는주변 사람이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에서 순호가 지우와 친해지기 위해 애쓴 것처럼 누군가와 진심으로 친해지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면 좋겠습니다. 도움을 주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의 관계가 아닌 마음을 열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동일한 관계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관계’를 통한 신뢰 형성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밥도 같이 먹고 선물도 주는 수준에서 시작하여 보다 높은 수준으로 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할 것입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깊은 고민을 통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계없음’, ‘신뢰 없음의 상황이라면 그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함께하는 사람을 대상화하고 분석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또한, 자신이 도움을 주는 사람이며 이들을 변화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인식의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인식의 틀을 깨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한 일 같아 보입니다. 


  돌이켜 보면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은 옷을 잘 차려입거나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또한 지시하고 교육하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들과 허물없이 이야기해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가 같이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좋아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하고 입장의 동일함을 위해 애쓰는 그런 사람을 좋아합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신영복).


(사진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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