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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Apr 02. 2021

안토니아스 라인

차이의 존중

영화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네덜란드의 한 농촌마을로 중년 여인 안토니아가 16세의 딸 다니엘과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마을 벽에는 ‘환영, 우리의 해방군’이라는 글씨가 써져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편견을 해방시켜줄 ‘개선장군’이자 ‘선구자’인 인토니아의 등장입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우리 사회에서 마주치는 편견의 모습과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는 가부장적인 생각, 발달장애인을 무시하고 학대하는 사람들, 비혼 여성의 출산, 종교적인 신념과 철학의 문제, 동성애, 정신장애인 등 틀린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야외 만찬에는 이 사회에서 보면 낙오자요 루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적장애인, 동성애자, 미혼모, 파계한 신부도 모두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이 나옵니다.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의 중요성으로 다른 것이 결코 잘못되거나 틀린 것이 아닌 차이를 존중해야 할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상 깊었던 몇 장면을 가져오면, 어린 딸과 함께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안토니아를 이웃 농부 바즈는 찾아가 다짜고짜 이야기합니다. ‘내 생각에는 당신은 과부이고, 나도 부인이 없고. 그리고 당신은 아름답고 하니까. 내 아들에게 엄마가 필요해’. 난 당신의 아들이 필요 없는데’. ‘정말?’ 그럼요. ‘그럼 남편은 필요하지 않아?’, 뭐 때문에요?’ ‘가끔씩 와서 여자가 하기 힘든 잡일이나 도와줄래요그러면 감사하겠어요’. ‘그럼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지?’, 커피 한잔싱싱한 달걀과 채소, ‘그런 건 나도 있소’, ‘생각해 보겠소’.     

  가끔은 놀러 와서 같이 식사를 해도 된다는 이야기에 바즈는 아들들과 함께 안토니아의 집에 찾아가서 종종 식사를 같이하며 친숙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여성이 남성에 의존해야 한다는 기존의 가부장제 문화의 전형적인 편견을 안토니아가 멋지게 깨뜨리는 장면입니다. 바즈 역시 자신의 의견보다는 안토니아의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하는 진정한 이웃으로 살아갑니다.        


  두 번째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안토니아스의 딸 다니엘이 영화인 사유리처럼 비혼 여성으로 아이를 임신하자 신부가 설교에서 정죄하는 말을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안토니아와 다니엘을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항상 안토니아를 인정하는 바즈도 아들들과 함께 교회를 나갑니다. 그러나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겉으로는 올바른 척했던 신부는 교회에서 어떤 여성과 부정을 저지르고 그 장면을 안토니아에게 들키게 됩니다. 그다음 주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있다면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라는 설교를 합니다. 이 신부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겉으로는 깨끗한 척, 올바른 척 하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더럽고 추한 모습이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자신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영화니까 안토니아의 모든 모습이 승리하는 개선장군처럼 그려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현실의 공동체는 다툼이나 시기, 질투가 끝도 없이 이어지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겹겹이 쌓여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을 수 같아 보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 보다 포용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 그러한 사회와 그러한 공동체가 아마 모두가 편안한 공동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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