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유진 May 26. 2021

한국 오락영화의 레벨이 또 한 번 하락하다 - 파이프라

물먹일 줄알고보았지만답답한 시간


유하 감독..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은 2000년대가 가장 빛났다 생각한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그러나 한국 정통 누아르를 보여주고팠던 생각에 흔히 '폭력 3부작'이라 부르는 마지막 작품 <강남 1970>에 이르기까지 2010년대 들어선 그의 작품은 너무나 보기 힘들다.


그런 그가 약 6년의 공백을 깨고 그간 다루지 않았던 장르, 하이스트 오락 영화 <파이프라인> 으로 돌아왔다. 영화에선 보기 힘들던 배우 '서인국' 을 필두로 내세운 이 작품. 37년을 살아오며 많은 영화를 보니 이제는 영화 예고편만 봐도 이 작품이 어떨지 대충 알 수 있게 된다. 촌스러운 포스터와 예고편, 그리고 스토리. 이 모든 조합이 한치의 예상도 빗나지 않는 영화 <파이프라인> 은 어땠을까.



STORY

송유관에서 기름 제대로 따내는 인물 '핀돌이 (서인국)' 는 어느 날 정유 회사 대표인 '건우 (이수혁)' 으로부터 거액을 조건으로 한 가지 의뢰를 받는다. 그건 경부/호남선이라 불리는 송유관을 따내어 '건우'의 물탱크를 꽉 채워 달라는 것. 이를 위해 다양한 주특기를 가진 이들이 모이고, 생판 처음 보는 이들은 어쨌든 돈을 목적으로 일을 진행해가지만 예상치 못한 지형 상황과 숨겨진 비밀로 인해 일은 복잡하게 꼬여간다.



한국 오락 영화는 전문가만 다루자!!

배우들의 연기는 크게 언급할 게 없다. 무난했으며 케미도 적당했고. 비록 그들을 90%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는 지하 공간에 처박아 넣고, 그곳에 관객들을 초대하여 마치 연극을 보는듯한 어색한 전개가 있으나 그건 배우들의 잘못이 아니다.


난 '유하 감독' 의 연출과 스토리에 대해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동안 자신이 직접 각본까지 다뤘던 감독은 이번엔 타인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뻔한 클리쉐가 난무하겠으나 이를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물질 만능 주의보다는 '휴머니즘'을 일깨우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평범한 주제를 내세운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타짜>의 '최동훈 감독' 등, 한국 영화의 오락 장르를 주로 다뤘던 이들이 얼마나 역량이 뛰어났는지 알 수 있다. 유하 감독의 주특기는 어둡고 사나운 남자들의 이야기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영화 <파이프라인>의 전개는 빠르다. 그런데 약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이들이 현재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 영화는 보여주지 않으며, 그렇기에 그들 간에 생긴 유대감을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빌런의 숨겨진 계략도 나오고, 반전도 있었다 싶었을 때 이 빠른 전개에 놀라 시계를 보니 아직 절반 정도나 남아 있다는 걸 알고 걱정됐다.


무대가 워낙 좁고 다양한 캐릭터의 뒷모습도 나왔는데 대체 여기서 어떤 이야기로 절반을 끌어갈까라는 걱정. 그건 너무나 평면적인 캐릭터와 좁은 공간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전반부에서 봤던 진부함을 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후반부를 요즘 초등학생들이 봐도 제쳐버릴 유치한 액션과 유머 코드를 곳곳에 박아 넣어 감독과 어울리지 않는 색깔을 잔뜩 뿜어낸다.



작품 속 메인 캐릭터들은 그간 감독이 다뤄왔던 작품과 같이 쌍욕을 하고, 사나운 이들. 그런 이들을 주축으로 블랙 코미디를 보이고 싶었던 건지, 문화 콘텐츠가 너무나 발전한 2021년의 트렌드를 잡아내지 못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영화 <파이프라인> 은 그만큼 아무런 꾸밈도 없고 (심지어 BGM도 부재), 긴장감 있는 스토리도 없고, 캐릭터들은 밋밋하고, 어느 하나 매혹적인 포인트가 없다.


특히 마지막 단체 액션 장면과 엔딩은.. 더 이상 타이핑할 힘도 없다...



작년 말에 개봉했던 <도굴>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비교할 정도가 안된다. <파이프라인> 은 기본적인 한국 상업 오락 영화의 기본 허들조차 넘지 못한 아마추어 느낌이 가득한 B급, 아니 그 이하의 느낌이었다.

이쯤 되면 난 궁금하다. 대체 배우들은 무얼 보고 스토리에 감탄하며 출연을 결정한 것일까. 그래서 소속사의 압박이 심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


물 먹일 줄 알았지만 답답했던 시간 (1.5점)

https://youtu.be/HtkuXZOBu_M

매거진의 이전글 잭 스나이더가 구성한 노잼 부대- 아미 오브 더 데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