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Jun 29. 2024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존재에게

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울산광역시 울주군 천전리에는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가 있다. 선사시대 암각화부터 신라시대 명문이 함께 기록된 돌은 유고한 시간의 흐름뿐만 아니라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마저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명문과 암각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변 경관을 빼먹기 쉬운데 잔잔한 물이 흐르고 수풀이 많은 이곳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도 있다. 지금은 멸종되어 화석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공룡, 큰 파충류인 공룡은 사는 곳이 정말 중요했다.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고, 온도 변화가 크지 않은 곳이 공룡이 살기 좋은 최적의 서식지였다. 이런 공룡이 살았던 곳에는 선사시대 암각화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인간도 공룡의 서식지 속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인간과 공룡은 한 공간에서 서로 먹고 먹히며 살았을지언정 함께 살았다고 생각한다. 삶의 거리가 존재했지만 분명 같이 살아야 하는 생존의 동반자였을지도 모른다.



 생태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먹이사슬은 최상위 포식자만을 위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먹이사슬은 중간에 하나만 없어져도 먹이사슬 전체가 무너져 버리는 상당히 밀도가 있고 촘촘한 관계이기 때문에 단 한 개의 구성원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최상위에 있는 인간의 눈에는 자신의 발아래 존재하는 하위 구성원에 대한 중요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신의 소유로 만들 수 있는 탐욕의 대상일 뿐이었다.


 큰바다쇠오리는 인간의 호기심과 탐욕에 의해 10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지구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큰바다쇠오리뿐만 아니라 희귀한 모습을 한 동식물은 인간의 소유욕으로 인해 존재가 아닌 소유로 전락하여 생명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몇 푼 안 되는 돈에 팔려나갔고 인간의 잔인함이 한 개체의 생명은 물론 그 자체의 자녀와 한 종의 운명까지도 멸종에 이르게 했다.


 인간이 지지해야 할 자연의 위대한 선택, 자연선택만이 지구를 건강하게 지켜나갈 수 있다. 또한 인간은 한 종의 서식지 안에서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 관계가 아닌 서식지와 종의 파괴자의 역할을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성경에서도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했지, 자연을 파괴하고 지배하라고 말씀하지 않았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을 자연의 지배자,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있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대자를 지칭하지 않는다.


 생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바다에도 적정한 수준이 있다. 화석연료에 의한 지구 온난화로 매년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바다의 산성화, 석회화 등의 이상 현상은 수많은 종의 생명뿐만 아니라 종의 존재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온실 효과도 걱정해야 하지만 바닷속으로 녹아 탄산칼슘의 농도를 높여 석회화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인간은 더 이상 기후 변화를 좌시하면 안 된다. 이미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있아 해수면의 상승으로 저지대는 점점 물에 잠기고 있다. 이뿐 아니라 빙하를 서식지로 사는 극북의 동물들은 먹이를 찾아 남으로 남으로 인간의 영역에도 들어오고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했던 모든 일이 결국 화가 되어 인간의 뒤를 공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멸종의 원인으로 다양한 요인을 주목하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요인은 바로 ‘변화율’로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생물이 적응하는 속도보다 빠르면 많은 종이 사라진다. 특히 대부분의 공룡이 멸종했던 다섯 번째 대멸종 이후 생물종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가속되고 있다. 물론 인간의 멸종 속도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탐욕이나 기후 변화로 다양한 동식물이 사라진 지구에는 결국 인간도 살 수 없게 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멸종을 멈출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인간의 생존과도 직결된 여섯 번째 대멸종을 더 이상 가만히 볼 수는 없다.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인간의 편의를 도운 기술력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행보를 지속한다면 멸종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존재의 가치는 살아 있는 때만 누리를 수 있는 제한적인 가치이다. 살아남아 인간의 위대함을 전하고 싶다면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생물 다양성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도 지구의 한 구성원일 뿐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 / 엘리자베스 콜버트 / 처음북스 / 2014


매거진의 이전글 로드 트립으로 알래스카 여행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