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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Nov 21. 2019

매일 맥주로 배를 채우던 여름밤

2015.12 #bangkok #첫해외여행 #여름크리스마스


 난 여행을 좋아한다.


 그럼 여행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일 년에 세네 번은 비행기를 타고, 이번 여행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다다음 번 여행의 항공권을 예매하니-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는 말 이외에는 딱히 나를 형용할 다른 단어를 떠올리기 어렵다.


 그래서 짧게나마,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나의 생애 첫 해외 여행지는 방콕이었는데, 그땐 주위에서 비행기는 신발 벗고 타야 한다고 진부한 장난을 치곤 했다. 물론 믿진 않았지만 25살의 어렸던 나는 그런 장난에도 긴장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출국 수속도 하기 전여유롭게 맥주 마시다 비행기를 놓칠 뻔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다 같이 야외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큰 양동이에 들어있는 칵테일을 실컷 마시고, 외국 친구들과 술값 내기도 하면서- 아찔한 여행의 추억을 잔뜩 만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첫 여행이 방콕이었던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 행복하고 무더웠에 대한 기억 덕분에, 난 계속해서 머무르지 못하고 어디로든 나아가야만 버틸 수 있는 역마살이 생겼으니.







도로 위를 빛내는 형형색색의 택시들

 아침에 일어나서 바라본 도로 위엔 너무나도 다채로운 컬러들의 택시가 가득했다. 몹시 이국적이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타보진 않아서 어떤 게 가격이 비싼지 저렴한지는 모르겠고, 난 핑크 택시가 제일 좋았다. 그냥 보기에 예뻐서.




흥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툭툭(TUK TUK)

 이국적이라고 생각하며 마구 찍어댄 사진 2.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인 툭툭은 방콕에서는 타지 않았지만, 라오스에서 타봤는데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놀란 기억이 있다. 매연 때문에 마스크를 쓰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항상 갈 때마다 잊어버리고 그냥 탄다.




콘파이는 옳다

 카오산로드에 있는 맥도날드는 더운 방콕에서 한줄기 시원한 오아시스다. 그 앞에는 합장을 하고 있는 도널드 아저씨의 동상도 있다. (인기 있는 포토존) 사진도 찍을 겸, 더위에 지쳤을 때 꼭 맥도날드로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 작은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고 나오면, 훨씬 낫다.




카오산 로드에서 해야할 일곱가지

 카오산 로드에서 해야 할 일곱 가지 중에서 비록 일주일 정도 있으면 지워지는 헤나 타투였지만, 난 그래도 'Get a tattoo'가 가장 즐거웠다. 도로변에 나란히 줄 서 있는 길거리 타투 샵에서 했는데, 한국에서는 왠지 무서워 용기를 못 낼 일도 방콕에서는 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황금빛의 사원, 왓 프라깨오

 여행을 떠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방콕에 가면 보통 사원 두세 개쯤은 보고 오게 되는데, 황금빛으로 둘러싸인 이색적인 왕궁을 바라보다 보면 더위도 금세 잊고, 어느덧 아름다운 모습에 눈길을 빼앗기게 된다.




방콕여행 베스트컷

 난 의식주 중에 그래도 '의'를 제일 중시 여기는 타입인데, '식'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성격이 몹시 난폭해지더라. (누구나 다 그런 거겠지?)
태국 요리는 향신료가 강한 편인데, 뭐든 잘 먹는 내 입맛에는 고수랑 레몬 그라스만 빼고 다 잘 맞았다.




아름다웠던 방콕의 크리스마스 밤

 여행기간은 크리스마스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한 여름밤의 크리스마스는 지금도 잊지 못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야외테이블에 앉아 전 세계 사람들과 모두 친구가 되어, 웃고, 핑퐁 게임도 하고. 또 살짝 올라오는 취기에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던 그날 저녁. We are the world.




매일 맥주로 배를 가득 채우던 그 나날들의 어스름밤

 시끌벅적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 북적이는 카오산 로드도 좋지만, 이상하게도 난 바로 다음 블록의 람부뜨리 로드가 더 정이 갔다. 카오산 로드만큼 북적이진 않지만, 좀 더 편안히 방콕 나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곳.




독특한 매력이 있는 망고탱고(Mango Tango)

 더운 나라에서 당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달달한 과일과 찰밥을 함께 먹곤 한다. 국내에서는 흔히 접하지 못한 신기한 조합의 메뉴인데 (망고+라이스), 개인적인 취향으로 두 번 사 먹진 않을 것 같다. 연유에 밥 말아먹는 기분.




잘 정돈된 대형 쇼핑몰, 아시아티크

 낮에 짜뚜짝 시장(재래시장)을 가고, 밤에 아시아티크를 갔는데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짜뚜짝 시장보다 가격은 비교적 높은 편이나, 깔끔하고 이모저모 볼거리가 많다. 당시 경쾌하게 실로폰을 치던 귀여운 소년이 있었는데, 지금쯤이면 청년이 되었겠지.




항상 아쉬운 마지막, 수완나품 국제공항

 인천공항과도 어느 정도 비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크고 선진화된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난 항상 출국 수속 밟기 전 공항 사진을 찍어두는 편인데, 가끔씩 넘겨보며 다음번의 여행을 기약하곤 한다. 안녕, 방콕. 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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