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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Jan 04. 2020

엄마랑 함께 누워 바라본 빛나는 밤

2017.5 #singapore #엄마랑딸 #엄마첫해외여행



 나는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여자로, 타인에게 그다지 관심 있지도, 싹싹하지도 않다. 오히려 매우 무신경한 편이다. 그건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본가를 나와 타지에 살면서도 먼저 부모님께 전화오기 전까지는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다.


 가끔 엄마가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라고 전화가 오면 두세 달은 카톡도 안 한 것) 하면,

"엄마,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해." 하고 받아치는 무신경한 첫째 딸이다.


 그런 내가 효도하겠다는 명분으로 (사실은 같이 여행 갈 사람이 없어서) 무작정 엄마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선포했다. 엄마는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 괜스레 어딜 멀리 나가냐며 핀잔을 곤 했지만 난 들은 체 만 체 했다. 무대뽀 딸내미는 한번 한다면 하는 성격임을 알고 있기에, 엄마는 이튿날 여권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냐며 카톡을 보내왔다.






 엄마랑 떠나는 여행은 여행지 선정부터 매우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 둘이서 다녀도 안전해야 하고, 대중교통도 편리해야 하며, 엄마가 원하는 조건인 자연 풍경이 좋은 곳에다가, 내가 원하는 조건인 쾌적하고 도시적이며, 또한 금전적으로도 적당해야 하는 곳- 조건에 맞춰 하나둘씩 거르고 거르다 보니 남은 건 오직  곳,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는 내가 방문했던 그 어느 여행지보다도 자연과 문명이 조화로운 나라였다. 건물 전체를 뒤덮은 식물들 하며, 높은 호텔 빌딩들 사이로 잘 보존된 정원이 너무나도 조화롭게 예뻤다. 5월의 싱가포르는 덥기도 무지하게 더웠지만, 나무와 꽃들푸릇푸릇 예뻐서 그런지 그 무더위에도 참 신났던 것 같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건 참 많다.

120% 한식파인 딸과 현지 음식도 다 잘 먹는 슈퍼맘의 여행은 기내식부터 차이가 났다. 나름 평이 좋던 싱가포르항공에서는 한식과 양식, 두 가지의 선택권이 주어졌고, 난 당연히 한식, 엄마는 양식 도전! 그리고 승자는 한식이다.




비행기에선 적당한 음주 후 숙면을

싱가포르의 대표 칵테일인 '싱가폴 슬링'.

싱가포르 항공을 탄다면 꼭 한잔 마셔볼 것을 추천. 다만 기내에서 타 준 것은 알코올 맛이 꽤나 많이 나는 다소 독편이었다.




Merlion=Mermaid + Lion

싱가포르 곳곳에는 여러 머라이언 가족들이 있는데, 흔히들 가는 머라이언 파크에는 엄마와 아기 머라이언이, 그리고 유니버셜을 가기 위해 들러야 하는 센토사 섬에는 아빠 머라이언이 있다. 하지만 센토사 섬의 머라이언은 연내 철거된다고 하니, 이제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마리나베이샌즈의 흔한 가든뷰(Garden View)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잘 자는 편이나, 그래도 여행 가서 하루쯤은 그 지역의 제일 좋은 호텔에서 릴랙스 하는 걸 좋아한다.(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가든스바이더베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곳-마리나베이샌즈는 싱가포르에서도 손꼽히는 5성급 호텔이다. 룸에 들어가면 저절로 거실 커튼이 열렸던 게 매우 고급 호텔 같았던 기억.




언제 가도 아름다운, 마리나베이샌즈의 인피니티 풀

사실 마리나베이샌즈를 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영장이 아닐까 싶다. 호텔 57층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은 언제 어느 때나 사람들로 가득한데, 낮과 밤의 느낌이 사뭇 다르니 두 번 다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영장에서 내려다보는 싱가포르의 야경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밤이 빛나는 도시

황금빛의 불빛들마치 대낮처럼 빛나는 야경이 참 예뻤던 클락키(Clarke Quay)의 리버 크루즈. 물에 비친 황금도시가 너무나도 경이롭다.




TWG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차 브랜드인 TWG가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브랜드라는 건 모르는 사람도 꽤나 많다. 너무 무더운 시간에는 더위를 피해, TWG에서 애프터눈 티 한잔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




칠리 크랩과 타이거 맥주의 훌륭한 조합

술을 못하는 엄마를 대신하여, 주당인 딸이 엄마의 몫까지 열심히 마셔댔다. 그중에서도 타이거 래들러 레몬 맥주는 달달한 레모네이드 같은 맛으로,  보충도 할 겸 여행 내내 잔뜩 쟁여두고 마셨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눈이 좋아지는 기분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이니 만큼 엄마의 취향을 99% 반영한 장소 선택은 필수. 혼자였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클라우드 포레스트와 플라워돔을 함께 걸으며 환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을 잔뜩 사진으로 남겼다. 효도여행 스팟으로 추천.




싱가폴슬링에서 래플스 한잔

웨이팅이 싫어 오픈 시간에 맞춰서 (낮술 하러) 방문한 이곳은 싱가폴 슬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래플스 호텔 롱바. 자리에 앉으면 땅콩 주머니가 놓여있는데, 땅콩을 먹고 남은 껍질을 그냥 바닥에 버리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는 요소다.




유일하게 내가 가고싶은 장소였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미니언즈 매니아인 딸을 위해 기꺼이 유니버셜 스튜디오라는 이름도 모를 곳에 와주신 엄마에게 무한한 감사를. (아직까지도 엄마는 이 곳이 어디인지 모른다) 그리고 나에게는 정말 천국과 같은 원픽, 투픽 캐릭터들 천국이었다. 무한감동.




다시 또 가고싶은 싱가포르, 다음번엔 아빠랑?

마지막 날 밤은 아름다운 슈퍼트리 쇼와 함께.

나무 아래 편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음악에 맞춰 반짝이는 슈퍼트리를 보고 있으면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진다.

(덧붙이자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방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슈퍼트리 쇼를 보는 호사를 누리는 것도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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